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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00보를 걷다.

뭐하느라 그랬는지는 모른다. 뭐 하여간에 밭고랑 헤매다 보면 저 정도 걸음은 보통 걷는다. 식전에 감자골에 가봤지... 언제 풀 메줬냐 말도 못 꺼내겠더만... 그간 비는 찔끔찔끔 자주 왔고 햇살에 마를 새 없이 또 오고 왔으니... 풀들은 제세상 만났더라. 산골 이웃들은 모내기하느라 다들 정신없고... 아저씨들은 모판 쪄내어 싣고 와서 이앙기 몰고 아지매들은 물장화신고 모판 나르고 논에 들어가 뜬모 빈모 모들구느라 허리 펼 새 없으시더라... 저 일 산녀도 한 십여 년 했었지... 물장화 보면 외면부터 하고 본다. 그만치 저 일은 힘들다. 진창 논에 들어가 걸음 걸음 떼기도 힘든데 뜬모랑 빈모 잡아가며 다 메꾸노라면 온몸이 안 아픈데가 없더라... 그날 저녁엔 그냥 암것도 안 하고 밥도 안 묵고 그냥 ..

산골통신 2021.05.24

풀아 풀아...

그간 적당히 자주?! 내린 비에 풀 뿌리가 아주 깊게 박혀서 뽑기가 참 힘들었다. 고추밭은 비닐하우스 안이어서 한결 수월했는데 마늘밭은 참말이지 징글러브유네... 아침 일찍 올라가서 일을 해야 덜 덥다. 고추 대궁 사이사이 어찌 그리 풀이 잘 났는지 원... 호미로 할 일이 아니고 열손구락으로 쥐어뜯어야 될 풀들이다. 문득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 장갑은 장갑인데 마녀손가락처럼 호밋날같은 도구가 달려있어서 그 장갑만 끼고 풀을 긁어내면 참 좋겠다는... 갯벌에서 쓰는 비슷한 장갑이 있기는 한데 막상 사보니 덜렁거려서 일반 밭에서는 못 쓰겠더라구... 그 장갑을 조금더 업그레이드 시키면 참 좋을텐데... 앞으로 뉘가 같은 생각으로 만들겠지?! 내 살아생전에?! 뭐 여튼 오늘 고추밭고랑은 풀 다 뽑았..

산골통신 2021.05.23

풀밭 날려버리기~

사진은 늘 뒤죽박죽이나 차분하게 앉아 순서바로잡을 여유가 늘 없다... 글 순서대로 올리긴 하는데 이 다음 블로그 개편이 개판이 된지라 지들맘대로 뒤죽박죽을 만들고 뒤집기도 하니 뭐 어쩔 수 없다. 오늘은 작심하고 아침을 일찌감치 퍼먹고 연장 골고루 짊어지고 상당으로 올라갔다. 올라가는 길에 아침햇살이 너무 눈부셔 사진을 찍으면서 올라갔다나... 마치 비밀의정원에 들어가는 듯한 그런 느낌이었으... 자아 어디부터 손을 댈까... 고추밭 물을 먼저 주고... 고추밭 풀은 아직 여유가 있으니 다음을 기약하고 작년에 만들다 풀밭으로 만든 꽃밭을 가봤지. ㅎㅎㅎ 작년 장마에 두손두발 다 들고 철수했는데 뭐가 살아있으려나... 아하... 붓꽃들하고 국화가 살아있구나... 그리고 부용이 싹이 올라와 자라고 기생초가..

산골통신 2021.05.22

뭐든 심기 2

오늘은 범부채와 타래붓꽃을 대거 갖다 심었다. 심고 심고 또 심고 하다보면 뭔가 되것지! 아쉬람터 별채 뒤뜰에는 이제 과꽃 금잔화 범부채 코스모스 타래붓꽃이 이사를 마쳤다. 비가 연이어 왔으니 잘 살아붙을거야! 같은 식물이라도 거름 좋은 밭 귀퉁이에서 자란 애들과 마당 구석에서 자란 애들이 성장세가 다르더라... 뭐 그래도 이제는 같은 조건이니 니들 알아서 잘 살아봐라... 해마다 씨를 받아 이 구석 저 구석 묻어뒀더니 식구들이 많이 불어났다. 아침까지 비가 뿌려서 엄청나게 땅이 질어 호미질이 힘이 좀 들었는데 뭐 까짓 스트레스 해소한다 셈잡고 이놈 저놈해가며 마구 팍팍 파대가면서 심었다. 비온 뒤끝 찔레꽃 향기가 넘친다... 가만 앉아 꽃멍 향멍... 멍때리기 좋은 날이다. 이제 또 뭐를 갖다 심을꺼나..

산골통신 2021.05.21

뭐든 심기 1

이따 비가 온다해서 서둘렀다. 텃밭에 작년에 코스모스 한 포기가 자라고 있었어. 까짓 한 포기니까 냅두지 뭐... 무심히 생각했지. 가을에 꽃 보고 그리고 잊어버렸지... 올해 봄 그니께 요즈음... 코스모스 싹이 무럭무럭 뭉게뭉게... 참 잘 자라더만... 온 밭으로 번져서 여기도 저기도... 그 한 포기 무시할게 아니었네! 대파를 뽑고 토마토 다섯포기 심어둔 곳에 뭔넘의 코스모스가 저래 잘 자랐노?! 으이~ 마치 씨를 들이부은 것처럼... 토마토모종이 안 보여!!! 주객이 전도됐으요!!! 저걸 걍 다 뽑아버려 옮겨 궁리를 매일매일 하다가... 오늘 드뎌 결심했다. 며칠 간격으로 비가 와서 밭일을 못하고 있던차 저 토마토 다섯포기를 코스모스숲속에서 구출하자!!! 호미들고 다라이 하나 들고 캐서 담고 또..

산골통신 2021.05.20

대청소~

밭이 질어서 도무지 한 발 두 발 떼기가 힘들다. 이 산골마을은 물이 흔하고 흔해서 땅만 파면 물이 나서 도랑을 필히 별도로 파야하는 그런 동네다. 그래서 산꼭데기에도 논이 있고 모를 키워낼 수 있을 정도로 물이 흔하다. 스무가구 집집마다 자가 지하수도 있다. 헌데 물건너 이웃 마을엔 지하수는 커녕 날이 좀 가물면 급수차 신세를 져야 한다나... 고작 해발 350미터 작은 산 아래 마을인데 문제는 이 일대가 병풍처럼 높은 산으로 사방 둘러쳐져 있다. 저 멀리 보이는 신작로로 등산객을 태운 버스가 줄줄이 다닐 정도로 유명산들도 많단다. 좌우당간 밭에 못 들어가니 일이 없더라고... 두 군데 큰 매실밭 풀 깎는 일이 있는데 그건 날 잡아 장정들이 하기로 하고... 해서 여차여차 날은 맑고 할일은 없고 해서 ..

산골통신 2021.05.18

비가 잠깐 그친 틈에...

엄청나게 오고 또 오고... 잠깐 그쳤나 싶으면 또 오고... 하염없이 내렸다. 논에 물이 그득그득... 냇가 물 양수펌프로 안 퍼올려도 되지싶을 정도로... 논이 저수지로 보일 정도였다나... 마당 꽃들은 난리가 났다. 특히 작약이 다 쓰러져... 추레하게 변했다. 가장 이쁘고 뽀대날 시점에 비가 퍼부었으니... 방티연못에 수련 두 송이 피었다. 오늘부터 한 사흘간 필거다. 그리고 물 속으로 가라앉겠지! 온통 축축하다. 습기가 대단해서 옷을 어찌 입어야 할지 난감하다. 춥다고 셔츠를 입으면 금새 덥고~ 답답하고 덥다고 벗으면 서늘하니 재채기가 나고... 밭에는 두더지 파고 돌아댕긴 흔적이 무수히... 빗물이 두더지길을 허물어서 물길이 여기저기 만들어지고... 밭꼬라지가 참말이지 엉망이다. 뭐 그래도 오..

산골통신 2021.05.17

비가 오는 건지 마는 건지...

이른 아침부터 부슬부슬... 우산이 딱히 필요치 않은 그 정도... 해서 그냥 모자만 쓰고 나갔다. 상당 큰 하우스 고추밭 물 주고 있는데 비가 와자자 짜들어! 대충 주고 후딱 내려와서 아래 텃밭하우스 고추밭 물 주고 등등 한바퀴 돈 다음... 뭘 하나 궁리하다가 닭집 옆탱이 풀 치다가 발견한 맥문동 한무더기~ 갸가 왜 거기 자라고 있는지 당췌 모르겠지만 아마도 닭집에 지들맘대로 거주?! 하는 참새들이 맥문동 열매를 따묵고 똥 싸놓은 무더기에서 싹이 튼게 아닐까... 그리 생각되네!!! 거기가 참새들 화장실이었나벼... 오늘 비도 적당히 오겠다 딱히 다른 할 일도 없겠다 싶어 삽 들고 외발 구루마 끌고 올라갔다. 우와! 쉽게 봤는데 그게 아닐세~ 삽질을 억수로 해야했어!!! 난데없는 삽질인생이여... 그..

산골통신 2021.05.15

안채 바깥채 병아리식구들~

지난달 두 마리 엄마닭이 일주일 차를 두고 알을 품기 시작했었다. 길다랗게 생긴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닭집에는 입구와 맨 안 쪽에 격리된 병아리 육아실이 있다. 그 중 입구쪽 바깥채에 사는 엄마닭은 지난 5월 5일 9개 알 중 7개 부화 성공~ 그 중 두 마리 죽고 다섯마리 데리고 댕긴다. 안채에 둥지를 튼 엄마닭은 알 8개를 품어서 3개 실패~ 역시 다섯마리를 데리고 어제그제 나왔다. 이후에도 알을 품는 놈이 있을까 싶어 알을 낳는 족족 안 먹고 닭집 구석에 모아뒀는데 여엉 소식이 없는기라... 지들 연애사업에만 관심이 있고 놀러만 댕기길래 에라이~ 하고 알 스물네개를 담아갖고 내려왔다. 두 식구를 같이 두면 먼저 깐 엄마닭이 나중 깐 엄마닭과 병아리를 적으로 간주... 막 쪼고 몰아내고 난리를 친다. ..

산골통신 2021.05.14

굳이 그 물을 마시는 까닭은?!

봉덕이도 글코 마당냥이들도 글코 마시라고 둔 그릇의 물은 안 마시고 꼭 방티연못 물이나 저 꽃 띄워놓은 자배기 물을 마신다. 그 이유는 모르겠다... 깨끗하기로는 새로 떠준 물그릇 물이 더 좋을텐데... 맛이 없나?! 닭집 올라가는 돌계단 양쪽에 샤스타데이지꽃이 그야말로 만발했다. 자꾸 길로 늘어지길래 말목을 박고 끈을 매줬다. 여기 양쪽 길을 모두 이 꽃으로 가득 채울거다. 어차피 풀만 그득그득 자라는 곳이라 해마다 호박덤불을 올렸는데 호박을 다른데로 심고 여기는 꽃밭으로... 집 앞 밭둑가에 샤스타데이지 씨를 뿌렸더니 길가 꽃밭이 되었네... 이웃 아지매 한삽 퍼가서 자기네 텃밭가에 심어뒀어 ㅎㅎㅎ 말을 하면 씨든 모종이든 많이 줄텐데... 자기네 텃밭 가생이가 버려진 맹지라고 거기다 꽃들 갖다 심으..

산골통신 2021.05.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