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하느라 그랬는지는 모른다. 뭐 하여간에 밭고랑 헤매다 보면 저 정도 걸음은 보통 걷는다. 식전에 감자골에 가봤지... 언제 풀 메줬냐 말도 못 꺼내겠더만... 그간 비는 찔끔찔끔 자주 왔고 햇살에 마를 새 없이 또 오고 왔으니... 풀들은 제세상 만났더라. 산골 이웃들은 모내기하느라 다들 정신없고... 아저씨들은 모판 쪄내어 싣고 와서 이앙기 몰고 아지매들은 물장화신고 모판 나르고 논에 들어가 뜬모 빈모 모들구느라 허리 펼 새 없으시더라... 저 일 산녀도 한 십여 년 했었지... 물장화 보면 외면부터 하고 본다. 그만치 저 일은 힘들다. 진창 논에 들어가 걸음 걸음 떼기도 힘든데 뜬모랑 빈모 잡아가며 다 메꾸노라면 온몸이 안 아픈데가 없더라... 그날 저녁엔 그냥 암것도 안 하고 밥도 안 묵고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