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따 비가 온다해서 서둘렀다.
텃밭에 작년에 코스모스 한 포기가 자라고 있었어.
까짓 한 포기니까 냅두지 뭐... 무심히 생각했지. 가을에 꽃 보고 그리고 잊어버렸지...
올해 봄 그니께 요즈음...
코스모스 싹이 무럭무럭 뭉게뭉게... 참 잘 자라더만... 온 밭으로 번져서 여기도 저기도...
그 한 포기 무시할게 아니었네!
대파를 뽑고 토마토 다섯포기 심어둔 곳에 뭔넘의 코스모스가 저래 잘 자랐노?! 으이~
마치 씨를 들이부은 것처럼...
토마토모종이 안 보여!!!
주객이 전도됐으요!!!
저걸 걍 다 뽑아버려 옮겨 궁리를 매일매일 하다가...
오늘 드뎌 결심했다.
며칠 간격으로 비가 와서 밭일을 못하고 있던차 저 토마토 다섯포기를 코스모스숲속에서 구출하자!!!
호미들고 다라이 하나 들고 캐서 담고 또 담고~
하이고 다라이 다섯통?!
낑낑거리고 구루마에 처싣고 올라가서 아쉬람터 컨테이너별채 뒤안에 심었다.
이른 식전부터 산녀가 꼬무락대고 있으니 그 옆에 사시는 아저씨...
같이 하자고!!! 땅 파주겠다고!!!
하이고 괜찮아요~ 이거 금방해요!
그래도 굳이 오셔서 일일이 땅을 파주고 가시네~ 고맙구로...
혼자 사시니 적적한데 산녀네가 컨테이너 수리하고 주변 빈땅 정비하고 꽃들을 갖다 심으니 좋으셨던가벼...
전에 키우던 개땜시 서로 소리지르고 낯붉힌 적도 있었던 사이라 조심스러운데
언제적인가 우연히 막걸리 몇잔 마시고 툴툴 털어버리자 한 뒤로 데면데면했던 사이가 좀 좋아졌다.
늘 창밖을 바라보고 사시는지라 산녀가 오가는 걸 늘 보고 있다가 나와서 뭐라도 말을 걸고 도와주려하신다.
일테면 산골살이 적적함이 한계에 다달았다는 거지...
산골살면 그게 참 난제다!!! 적막함... 고요함...
새소리 외엔 간간이 이웃집 개 짖는 소리 외엔 없으...
이웃들하고 왕래가 있다면 조금 나으려나... 예나지금이나 다들 까리끼리라... 잘 안 끼어주지!
그래서 이 아저씨는 금동할매네 말고는 친한 이웃이 없는거라...
그간 외로왔다가 산녀네가 이웃으로 들락거리니 좋았던지 산녀가 눈에 띄기만 하면 쫓아나오신다.
오늘 코스모스 모종 심는데 큰 도움 받았네... 덕분에 수월하게 심었으. 고맙다고 허리굽혀 인사했네...
우리 꽃심고 구경하고 그리 삽시다! 라고 말씀하시길래 하하 웃으며 예. 그러입시다! 그랬지!
빈땅 냅둬봤자 풀만 나고 뭐라도 심으면 보기좋고...
한 삼년 관리해주면 이곳은 코스모스밭이 될게야!
어제 금잔화와 과꽃을 두판씩 심었고 오늘 코스모스모종을 다섯다라이 심었다.
차차 모종들 크는대로 죄 갖다 심어야지!
풍접초 한 판 있고 디기탈리스 루피너스 조금 있고
붓꽃 종류들 좀 있고 범부채도 있구나...
타래붓꽃 파서 갖다 심어도 되겠고...
풀 이기는데는 풀?! 이 제격이다!
다 심고 내려오니 슬슬 빗방울이 뜯기 시작한다.
잘 살아붙겠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풀밭 날려버리기~ (0) | 2021.05.22 |
---|---|
뭐든 심기 2 (0) | 2021.05.21 |
대청소~ (0) | 2021.05.18 |
비가 잠깐 그친 틈에... (0) | 2021.05.17 |
비가 오는 건지 마는 건지... (0) | 2021.05.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