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1938

큰 비 지나간 후...

큰 물이 지고 이제 흐리기는 하지만 말간 날이 들었다. 마당이고 밭이고 들이고 간에 온통 물 속에 질척이다가 조금은 발 디딜 수가 있어서 사방 돌아댕기고 있다.구와꼬리풀 꽃이 피어난다. 깨진 항아리를 화분 삼아 심어두었더니 땅에 끌리지 않고 늘어져 피니 좋더라.마당 곳곳에 쓰러져 있는 애들을 다 일으켜 세워 말목 박아 묶어주고하느라 아침 시간이 다 갔다. 마당 한바퀴 돌며 풀 뽑는 것도 작심하고 해치웠다. 나무꾼이 예초기로 한번 해주니 깔끔하더라. 그동안엔 잔디깍기로 대충 밀고 살았거든!봉덕이의 고구마 농사가 대단하다... 이놈이 군데군데 8개를 묻어뒀는데 볼때마다 하도 웃겨서 내버려두고 있다.아침마다 텃밭을 돌며 찬거리를 바구니에 담아온다. 요새는 노각오이 케일 상추 배추 근대 깻잎 토마토 고추 아스파..

산골통신 2023.07.25

난장판3

뭐 남아나는 게 없단다. 냇가 근처 논밭 과수원 등등 포함 집도 쓸려내려가고 나무가뿌리채 뽑혀서 물에 떠내려가고 없단다. 논이고 밭이고 그저 흙모래 잡목더미 폐허로 변해버렸단다. 논둑 밭둑 무너진건 피해도 아니고 작물 병오고 쓰러지고 한 것도 문제가 아니더라... 여기다 비가 더 온다니 다들 말을 잃은채 하늘만 바라보더라... 다들 망연자실 그저 이웃마을에 비해 인명피해 없는 것에 가슴을 쓸어내릴 뿐... 상수도는 나흘만에!!! 비록 흙탕물이 섞이긴 했지만 나오고... 물이 나오니 세상 좋은거!!! 한참 물 틀어놓고 고맙다 고맙다 절로 고개가 숙여지더라... 급하게 밀린 설거지를 하고 빨래를 했다. 사람사는 꼬라지가 여엉 봐줄 수가 없었다는... 지하수 관정을 살려둔 것이 얼마나 잘 한 것이었는지... ..

산골통신 2023.07.18

난장판 2

물이 안 나온다. 상수도는 아무 예보없이 끊겼고 마당 지하수는 흙탕물만 콸콸~ 급하게 엄니집으로 뛰어가 마당 지하수 틀어보니 흙탕물만 줄창 나오다가 뚝 멈추네~ 이거 뭐야?! 지하수 모터를 들여다보니 뜨끈뜨끈 조용... 또 급하게 일오재 겨올라가서 물 틀어보니 여긴 말짱하네!!! 주섬주섬 짐싸들고 일오재로 피신했다. 비록 콘테이너 농막이지만 물없이 살 순 없으니 여기라도 감지덕지... 당장 식구들 밥을 해먹어야하는데 흙탕물로 할 순 없자나... 저 아래 냇가는 쳐다보기도 무섭고 비는 쉬지않고 퍼붓는다. 산너머 동네 어디선가 사고가 많이 난 모양... 하염없이 퍼붓는 비를 바라보며 뭐든 적당이란 것이 없구나 싶다. 오후 비가 그치고 반짝 해가 났다. 이게 뭔일?! 이 잠깐 틈새를 놓칠새라 마을 사람들 쓰러..

산골통신 2023.07.16

난장판~

기어이 고추들이 드러누웠다. 이웃집 참깨밭도 다 널브러졌다. 논에 벼들도 여기저기 쓰러졌다. 논둑이 무너져 그대로 벼들이 뒤덮여버렸다. 지하수가 흙탕물이 콸콸 나오더니 그대로 멈췄다. 뭔 이유인지 상수도도 끊겼다. 이 골짝에 상수도 들어왔다고 이제 지하수 모터 고장나도 괜찮다고 만세를 불렀는데... 아침을 대충 해먹고~ 물이 안 나오니 할 수 있는게 없더라... 화장실이 가장 문제인데 산골의 장점이 바깥화장실이 있다는 거다! 수세식이 안되면 푸세식으로 연명하는 거지 뭐~ 지붕 빗물 홈통 두 군데가 막혀서 그거 뚫느라 애먹었고~ 막힌 곳이 뚫리면서 쏟아지는 오물을 그대로 덮어쓰다 ㅠㅠㅠ 씻으려해도 물이 안 나오니 마당 샘가에서 대충 씻다. 저 산길 아래 물건너 큰길 신작로에는 경찰들하고 119구급대 차량들..

산골통신 2023.07.15

비 대박~

오고 또 오고 따루고 또 따룬다! 온 것도 많은데 앞으로 더 온단다. 면사무소에서 방송~ 이장님 방송~ 비 피해 있으면 신고하라고... 수시로 돌아보고 있단다. 저 위 상류 댐에서 방류를 한 건지 아니면 비가 많이 온건지 저 아래 냇가 보뚝이 안 보일 정도로 무시무시하게 황톳빛 물이 내려가고 있다. 댐에서 방류를 했으면 위험 방송을 했을텐데 들었는지 말았는지 가물가물하다... 전 기상학회장을 하셨던~ 가끔 기후관계로 뉴스에 자주 나오시던 분이 말씀하시길~ 우리나라는 이렇게 한번씩 전국 땅을 뒤집어줘야 청소가 된단다. 그리고 물이 보충이 되고 그래서 꼭 나쁘다고만 볼게 아니라고... 그래도 불 지나간 자리엔 먹을 것이 있어도 물 지나간 자리엔 먹을 게 없다라는 울 엄니 말씀이 생각나네... 수시로 비가 뜸..

산골통신 2023.07.14

강냉이철~

비가 온다. 11시즈음부터 온다고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집안팍 둘러보고 텃밭 둘러보고 닭집 모이주고~ 고추밭 오이밭 채마밭 둘러보다가 고추말목이 느슨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아 쑥쑥 더 땅에 꽂아넣고 그 바람에 가지가 늘어져~ 내친김에 고추 줄을 네번째 메어주기로 했다. 고추밭이 두 군데 있는데 한 곳은 말목이 괜찮아서 그곳부터 줄을 먼저 매주기 시작했는데 막판 한 줄 남겨두고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지네!!! 아이쿠야~ 아직 9시밖에 안되었는데~ 잉... 할 수 없이 철수~ 다행히 못한 곳 말목은 단디 박아줬으니까 괜찮을겨! 고추 무름병이 간간이 왔는데 고추굵기도 좋고 양도 많이 달려서 이대로만 붉어줘도 대박이겠는데 말이지~ 이 장마통에 병이 더 안 와야할텐데... 아직 고추 붉어지지도 않았는데 고추..

산골통신 2023.07.11

아랫채 썬룸?!

도시에서 귀양와서 살고 있는 지지와 봉이는 말년을 잘 보내고 있는건지 잘 모르겠다. 꼬질꼬질하게 변해서 완전 시골냥이보다 더 털털하게 변해버렸다.마당냥이들 등쌀에 방에서 살다가 봉덕이의 텃세와 유세로 마당냥이들이 영역찾아 나가자 지지와 봉이를 마당으로 내보냈다. 이제 니들이 마당 차지하고 살거라~ 했지!잠은 썬룸에서 자고 봉덕이가 드나드는 개구멍이 있어서 마당으로 자유롭게 다닌다.밤새 그리고 새벽까지 어마무시히게 퍼붓던 비가 그치고 언제 비가 왔더나~ 하듯 파란 하늘로 변해버리더라~아래 사진의 캣타워는 참 오래된 거다. 작은놈이 동전을 몇년째 모은 것으로 산 건데 세월이 흘러 망가지고 부서지고 그래도 잘 써먹고 있다. 지지 전용 잠자리다.이 흔들그네는 산녀 것인데 봉덕이가 차지하고 안 내놓는다. 완전 꼬..

산골통신 2023.07.05

비와 비 사이~

비가 오려고 꾸무럭 꾸무럭 시동을 걸고 있다. 큰비가 온다고 예보는 되어있는데 아직 시작을 안해서 둘레둘레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비가 오고 난 후 그 다음 비가 오기 전까지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풀에 뒤덮이지 않을 수 있다. 약간은 서늘하고 약간은 후덥지근한 요상한 날씨의 반복이다. 마당가 자귀나무는 꼭 이럴때 만발한다. 꽃나무가 귀한 요즘 노란 모감주나무꽃과 분홍 자귀꽃은 참 멋지고 눈이 호강한다.봉덕이는 요즘 늘어지게 잠만 잔다. 지지와 봉이에게 주는 간식을 하도 탐을 내서 가끔 주는데 이놈은 개밥보다 고양이밥을 더 먹고 산다. 14살이 된 도시에서 귀양온 까칠 지지와 징징 봉이는 요즘 아랫채 썬룸 마루칸에서 봉덕이와 한 공간에서 산다. 아랫채 방에서 키우다가 며칠전 그만 내보냈다. 이젠..

산골통신 2023.06.29

장마와 땡볕사이~

어제는 미친듯이 비가 퍼부었고 오늘은 작렬한 햇살 아래 서 있을 수가 없었다. 낼모래 또 퍼붓는다고 하니 이 틈새를 잘 활용해야한다. 비때문에 밭일 못하겠네 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밭에 가보니 포슬포슬~ 풀 뽑기 대충 좋은 상태네~ 그래 그길로 퍼질러앉아 낫질에 호미질에 두손 열 손가락 다 동원하여 밭 하나 고랑고랑 풀 뽑았다. 덕분에 정구지골이 훤해졌고 이런저런 텃밭 작물들이 좀 말끔해졌다. 수양한다는 마음 가짐으로 차이브랑 아스파라거스 포기 사이사이 풀들을 집어냈다. 밭고랑 풀뽑기는 서둘러선 절대 안되느니~ 천천히 여유를 가지고 세월아네월아 해야한다. 하다보면 하게 되어있다. 요즘 풀을 안 뽑으면 가을에 먹을게 팍 줄어든다. 봄풀은 자라봤자 고만고만해서 호미로 평정이 되지만 요즘 비가 잦고 햇살이 뜨거..

산골통신 2023.06.27

창가에 비...

창가에 앉아 하염없이 비멍을 하고 있다. 비가 잠깐 우선했을때 급한 바깥일들을 대충 해놓고 들어왔다. 자귀나무꽃이 참 많이 피었는데 이번 비로 추레해져버렸다. 샤스타데이지도 다 스러지고... 비 그치고 물기가 좀 마르면 낫으로 정리를 해줘야겠다. 어제까지 나무꾼이 이 밭 저 밭 산밭 돌아댕기며 풀을 쳐줬다. 치는 와중에 산나물밭도 와장창 쳐버려서 그게 좀 거시기... 뿌리가 살아있으니 올라오긴 할거다마는... 장마 오기 전에 해야한다고 서둘러 해치웠다. 매실도 80키로 더 따서 담아놓고~ 이젠 나무꾼이 알아서 일을 해치운다. 닭집에는 식구가 자꾸 는다. 두번째 엄마닭네 병아리가 열마리가 까나왔다. 알 열네개가 있었는데 네 개만 부화가 안 되었다. 첫번째 엄마닭네는 알 열개 중 여섯개인가가 냉장고에서 하루..

산골통신 2023.0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