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온다.
11시즈음부터 온다고 해서 일을 시작했는데
집안팍 둘러보고 텃밭 둘러보고 닭집 모이주고~
고추밭 오이밭 채마밭 둘러보다가 고추말목이 느슨하게 기울어져 있는 것 같아 쑥쑥 더 땅에 꽂아넣고 그 바람에 가지가 늘어져~ 내친김에 고추 줄을 네번째 메어주기로 했다.
고추밭이 두 군데 있는데 한 곳은 말목이 괜찮아서 그곳부터 줄을 먼저 매주기 시작했는데 막판 한 줄 남겨두고 빗방울이 후두두... 떨어지네!!!
아이쿠야~ 아직 9시밖에 안되었는데~ 잉...
할 수 없이 철수~ 다행히 못한 곳 말목은 단디 박아줬으니까 괜찮을겨!
고추 무름병이 간간이 왔는데 고추굵기도 좋고 양도 많이 달려서 이대로만 붉어줘도 대박이겠는데 말이지~
이 장마통에 병이 더 안 와야할텐데...
아직 고추 붉어지지도 않았는데 고추가루 달라고 여기저기 말이 들린다.
꼭 달라고 너무 맛있고 좋다고 안 주면 안된다고...
이 살람들아~ 아직 고추 빨개지지도 않았어!!!
이 장마가 지나봐야 내 먹을 거라도 나올지 안다구!!!
뭐 하여튼 그러하다.
옥수수는 나날이 굵어지고 초반 가뭄에 비해 지금 비가 날마다 뿌려주니 키가 어마무시하게 자라더라.
도시 친구들 이제사 농부의 보람을 느낀다고 함박웃음 지으며 다다음주에 따러 오겠단다.
오걸랑 다 따고 옥수수대도 자르고 밭정리까지 해치우라고 닥달해야겠다.
한 친구의 아흔 노모께서
당신 아들이 어디를 그렇게 가는지 노상 궁금해하시다가 이번엔 아들과 같이 오시겠단다.
뭐 별로 볼 것 없는 산골 귀퉁이인데 실망이나 안 하시면 좋겠네.
금화규는 첫번 심은 건 모조리 고라니들이 잡수시고~
두번째 파종해서 심은 애들이 부지런히 자라고 있다.
고라니 등쌀에 무사히 살아남은 달랑 두 포기 금화규는 벌써 꽃이 피더라!
울타리를 단단히 쳐서 이번엔 못 들어간다.
매일 비가 온다.
후덥지근하니 전형적인 장마철인데 이 시기를 잘 넘겨야 가을에 먹을 게 나오니 매일매일 밭에 나가봐야한다.
상추 등등 각종 쌈채소는 이제 막바지고
장마 끝나고 한번 더 파종을 해야겠다.
나무꾼 일터로 매주 푸성귀며 밑반찬들을 해보내고 있다.
별다른 건 못 하고 그냥 쌈채소들이랑 토마토 오이 가지 고추 감자 등등이다.
지난주 부터는 고구마순이랑 머위도 보내고 있다.
달걀도 떨어지지 않게 넣어준다.
매번 국을 해먹기 힘들테니 오이채썰어 양념 짭짤하게 무쳐서 한통 보냈다. 여기다 물만 더 넣으면 오이냉국이 되니까 여름철 국으로는 최적이지 않을까 싶다.
나무꾼은 국없이는 밥을 못 먹으니까!
산녀 수준에서 할 수 있는 것만 한다. 못하는 건 못 하는 거다!!!
닭집엔 병아리가 스물세마리가 됐다.
그닥 기대를 하지 않았는데 저리됐다.
1호닭 4마리 2호닭 10마리 3호닭 9마리~
1호닭 병아리 수가 적은 건 냉장보관했던 알들이 섞여서 그렇다.
또 알을 품겠다고 세 마리가 고집스레 알둥지에 들앉아 있는데 이놈들아~ 이 삼복염천에 정신 나갔냐~ 안 나와?!
매번 볼 때마다 목덜미 틀어쥐고 둥지 밖으로 내던져버리고 있다. 보름 이상 실갱이를 해야만 쟈들이 포기를 한다...
징글징글하다구우...
비가 매일 오니 할 일이 그닥 없다.
밭 가장자리 풀이나 좀 쳐주고 그것도 작물에 방해되는 곳만~
마당 평상에 앉아 비 구경이나 하고 앉았다.
봉덕이는 물을 끔찍히 싫어하므로 들앉아 안 나오고 지지와 봉이 할매냥이가 옆에 붙어있다.
야들은 참 사람곁을 좋아해...
이제 노쇠해서 털관리를 못하는 지지를 붙잡고 털을 북북 빗어줬다.
나이 얼마 안 먹었는데 몸 여기저기 탈이 난다.
다음주 건강검진 가기로 예약해놨고 백내장 수술도 잡아놨다.
다리랑 허리도 조금씩 무리가 느껴지고...
의사샘 말대로 자알 데리고 살아야겠다!
하염없이 비가 내린다.
오늘 일 시작하자마자 끝났네~
뭐하고 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