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이 고추들이 드러누웠다.
이웃집 참깨밭도 다 널브러졌다.
논에 벼들도 여기저기 쓰러졌다.
논둑이 무너져 그대로 벼들이 뒤덮여버렸다.
지하수가 흙탕물이 콸콸 나오더니 그대로 멈췄다.
뭔 이유인지 상수도도 끊겼다.
이 골짝에 상수도 들어왔다고 이제 지하수 모터 고장나도 괜찮다고 만세를 불렀는데...
아침을 대충 해먹고~ 물이 안 나오니 할 수 있는게 없더라...
화장실이 가장 문제인데 산골의 장점이 바깥화장실이 있다는 거다!
수세식이 안되면 푸세식으로 연명하는 거지 뭐~
지붕 빗물 홈통 두 군데가 막혀서 그거 뚫느라 애먹었고~
막힌 곳이 뚫리면서 쏟아지는 오물을 그대로 덮어쓰다
ㅠㅠㅠ
씻으려해도 물이 안 나오니 마당 샘가에서 대충 씻다.
저 산길 아래 물건너 큰길 신작로에는 경찰들하고 119구급대 차량들이 왔다갔다한다.
큰아이가 오다가 경찰들이 어디 가느냐고 막더란다.
냇가 상류 쪽 길이 산사태로 막혀서 못 간단다.
하류 쪽엔 홍수주의보가 내렸단다.
대단하다~
닭집 병아리들을 구출했다. 빗물이 들이쳐서 진창에서 종종거리며 삐약거리는 걸 문을 열어 큰닭들집에 같이 살게 했다.
아주 좋단다~
엄마닭을 안 잃어버리려고 부지런히 쫓아댕긴다.
엄마닭들이 안 싸우면 좋겠구마는~ 하여간 성질머리하고는~
저 아래 냇가까지 가봤다.
저기 던져지면 시체도 못 찾겠다!!!
보뚝이 크게 있던 자리인데 흔적도 없다.
저 위 상류쪽엔 물안개로 자욱...
아쉬람터 연못엔 매일매일 흙탕물이다.
산에서 내려오는 물이 그대로 연못으로 다 들어온다.
넘치는 물은 도랑으로 나가게끔 해놨는데 저 도랑에 물이 흐르는 걸 참 오랜만에 본다.
그나저나
지하수 모터는 설비업자를 불러야 하나...
지하수와 상수도가 동시에 고장이 나면 우짜라는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