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가가 안 풀리는 일이 있으면
밭에 간다.
호미철이면 호미 들고
낫철이면 낫을 들고
삽철이면 삽을 들고
괭이철이면 괭이를 들고
요즘... 톱이 필요한 철...
전지가위도...
배나무가 열 그루 있는데
쥔장을 잘 몬 만나 엉망으로 크고있다.
딴에는 전지를 해준답시고 해마다 설치긴 하는데
먼넘의 가지가 해마다 저리 자라나는지...
차라리 첨부터 안 잘라주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인간에게 길들여 자라는 나무가 불쌍키고 하고
안 잘라주자니 나무꼬락서니가 엉망으로 되고...
감나무나 뭐 다른 나무와는 달리 배나무는 참 까다롭다.
꽃만 볼작시면 가지치기는 안 해도 되는데...
열매를 따묵자니...
그늘지는 곳 너무 위로 뻗치는 곳 가지는 잘라줘야 한다.
들은 풍얼로다 이리저리 쳐주는데
오늘같이 성질난 날에는 톱질이고 가위질이고 거칠다.
대략 봐줘도 되는 나뭇가지도 사정없이 잘려져나간다.
언덕바지 배나무 세 그루 후딱 끝내고
그위 언덕 배나무 두 그루 휘리릭~ 끝내버리고나이
점심시간이다.
가위를 쥔 손목아지 힘을 줘서 잘라야하는데
나뭇가지가 좀이라고 굵으면 참 힘겹다.
그럴땐 톱이 등장해야한다.
그 옆 복숭아 나무도 전지를 해줄까~~ 싶은데
또 그 옆의 자두나무 두 그루도 맘에 걸리고...
저 위 매실나무가 또 맴에 걸리고...
이차저차 다 해치워 버려야되겠다.
한참을 나무하고 톱하고 씨름을 하다가
내려와 묵 한 사발로 점심을 때우고 쉬고있다.
세 얼라들 왈:
"또 묵이야아아아아아~~~ 안 묵어!"
"그려~ 묵지마라~~ 흥! 내혼자 다 묵을끼다."
하루 한끼는 쪼매 묵고
하루 한끼는 적당히 묵고
하루 한끼는 묵으로 때우고...
겨울엔 두끼만 갖고도 산다는데...
이러이 식량절약 억수로 된다카이~ ㅋㅋㅋ
겨울밭은 황량하다...
슬슬 거름내는 이웃들이 보인다.
또 톱들고 올라가봐야지~ 나머지 나뭇가지들도 작살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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