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 날씨가 봄 뺨친다냐...
봄비가 내린듯 비가 내리고~
꼭 봄비 온 뒤끝~ 처럼 날이 개운하다...
꼭 비에 젖은 흙에서 새싹이 쏙쏙 겨나올 것 처럼...
너무 흙 감촉이 부드러워 자꾸 자꾸 흙만 밟고 댕겼다.
겨우내 땅이 얼어 미처 못 걷은 밭 고랑 비닐을
어쩌지 어쩌지~ 봄까지 기다려야 하나봐...
하면서 기다렸는데...
마침 비닐집 상추밭에 가다가
와~ 흙이 너무 부드러워졌다. 촉촉해...
이런 날 비닐 걷으면 진짜 잘 걷히겠네~
낼부터 날 추워져서 또다시 땅 얼어버리면 안 되지~
암~ 언넝 호미 찾아들고 땅에 엎드렸다.
이런건 속전속결!
결정했으면 바로 해야하는겨!
참깨 거두고 배추 키우던 텃밭 비닐을 죄다 걷었다.
이야~ 쏙쏙 뽑힌다.
오늘 날 잘 잡았다.
내친김에 일에 발동이 걸려 언덕밭으로 올라갔다.
그곳 무 심었던 밭 비닐도 못 걷었었거든...
윗밭부터 걷어내려오던 비닐을 날이 갑자기 추워 땅이 어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봄으로 미뤄야 했었는데...
아직 봄은 아니 왔지만... ㅎㅎㅎ
곳곳에 겨울 냉이들이 꼿꼿이 살아붙어 있다.
잎이 반쯤은 얼어 시들한채로...
그런 냉이일수록 그 뿌리가 굵고 깊지...
내일은 호미들고 얼라들이랑 냉이를 좀 캐서 된장국 끓여묵어야 겠다.
마치 날씨가 초봄같아...
기분좋게 일을 했다.
날이 땡땡추워서 구들장지던 며칠전과는 딴판인
몸과 맘으로...
막 기지개를 켜고싶다.
하늘은 구름과 해가 하루종일 숨바꼭질하는데...
딸내미가 옆에서 말한다.
비냄새가 나...
꼭 비가 조그맣게~ 살짝 뿌리는것 같애...
오늘은 딸내미랑 동미산길로 해서 냇가길로 아롱이 데리고 걸었다.
아롱이녀석~
방금전에 큰놈이랑 꼬맹이랑 같이 지들끼리 산책 한바탕 하고 들어왔는데
또 가자 하니~ 싫은가부드라~ ㅋㅋㅋ
자꾸 미적미적 안 따라오고~ 집엘 가는 꼬맹이를 따라갈라 한다.
막 억지로 같이 가자고 끌고왔다.
불쌍한 아롱이~ ㅎㅎㅎ
동미산에 돼지머리놓고 누군가 고사를 지냈나봐...
어제 돼지머리가 있었는데 오늘 보니 없어졌다.
산짐승이 가져갔나? 아님...
아롱이가 냄새를 맡고 킁킁..
냇가까지 주욱~ 내려갔다가 농로로 접어들었다.
이 산골짝에도 옛날엔 지게길만치 좁았던 길들이 농로확장공사로 자꾸만 넓어진다.
차 하나는 지나갈 수 있을 만치...
멀리 멀리~ 마을을 벗어난다.
아롱이녀석 끈을 놓아줘도 딴데로 안 가고 앞서간다.
킁킁 냄새 맡아가며~ 쉬야도 해가며~
자꾸 물건너 마을을 쳐다본다.
그짝으로 가고싶은가부다.
마을로 다시 들어가는 길목으로 접어들어도 안 따라온다.
불러도 안 따라오네...
억지로 잡아끈다.
많이 지쳤는지 꼬리를 착 내리고 따라온다.
한사람이 겨우 지나갈 만치 좁은 지게길로 줄지어 간다.
아롱이 사라졌다.
아하~ 논에 들어가서 논물을 마시고 있다.
하이고~ 니 목이 말랐나보구나...
힘드냐? 언넝 집에 가자~
오뭇넘이로 해서 마을로 들어갔다.
아이고 다리야...
천천히 산책한답시고 걸었는데도~ 피곤하다.
얼라들은 씽씽한데...
매일 점심먹고 들로 산으로 내로~ 쏘다니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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