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과 들 내

산골통신 2006. 1. 13. 19:50

걍 갔다.

아무 생각없이...

 

장화를 꿰신고 나가려다가...

"야야~ 니들도 산에 갈래?"

 

무심코 던졌는데... 두 넘이 걸려들었다.

 

작은넘은 큰넘 없는 새에 컴좀 차지해볼라꼬~  안 따라붙는다.

 

꼬맹이보고 할매네 대문옆에 기대있는 고추말목용 막대기 세개만 갖고온나~ 시켰다.

 

큰넘~ 아롱이 데리고 앞서 간다.

장화를 찾으니 마땅한 것이 없어 나무꾼 장화를 큰넘보고 신게했다.

어이구~ 작다네... 저놈발은 항공모함이냐...

270사이즈가 작다문 이거이 말이 되냐 말이다... 시방 열네살에...

돌아삔다. 올봄에 또 새신발 사야 된다는 결론 아녀???

차라리 짚신 맹그는거 배워서 맹글어 신겨야 하는거 아닌가 몰겄다. 쯔비~

 

꼬맹이도 발이 어지간히 커져서 큰넘 어렸을때 신던 장화를 신어야 했다.

 

이렇게 비오는 날엔 장화없이는 발이 푹푹 빠져서 안 된다.

아까 뒷골밭엘 잠깐 산책삼아 올랐는데

오는 길에 마늘싹이 좀 돋았나~~ 하고 기웃거리다가~

그만 푹~ 푹! 빠져서리~ 애꿎은 신발만 베렸다.

 

개미취하고 쑥부쟁이가 땅바닥에 딱 붙어 옆으로 옆으로~ 착착 번지고 있었다.

이눔들은 추위를 별로 안 타나봐...

땅이 비좁다고 그 주변을 다 차지하고 있었다.

 

고추말목 하나씩 들게 하고 산길로 접어든다.

빗방울이 하나 떨어질락 말락~ 거의 그쳤다.

 

산골 마을은 온통 안개속이다.

물건너가 안 보인다.

 

간간이 들리는 차소리만 아니라면 여기가 바로 오지지...

 

산길 옆 빗방울이 맺힌 덤불들과 풀잎새들을 바라보는 꼬맹이...

자꾸 엄마를 부른다.

이것좀 보라고~ 참 이뿌지~ 이쁘지~

와~~ 이뿌다...

연방 쉴새없이 탄성을 지른다.

 

큰놈은 아롱이랑 앞서거니 뒤서거니 앞만 보고 가기에 바쁜데

꼬맹이는 아무래도 선녀랑 닮은 구석이 많은가부다.

말하자면~ 코드가 맞는달까...

 

큰놈이 지겟길 하나를 발견한 모냥이다.

이리로 올라가잔다.

그리 올라가면 어데로 통하는데?

몰러~ 일단 가보자구~~

 

선녀는 그 길 끝이 어데로 연결되는지 이미 알고 있기에 암소리 않고 따라갔다.

 

헥헥~~ 이눔들이 왜이리 힘이 좋노! 천처이 가자~ 헥헥~

좀 쉬었다 가자~

걍 즐겁게 오르자고 오는거이지~ 헥헥대며 훈련하자고 오는기 아니잖냐~~

 

뒤에서 아무리 소릴 질러도 들은척도 않는다.

"엄마는~~ 참!

전엔 우리보고 뒤처진다고 뭐라하더이~ 왜 못 따라와~~"

 

헥헥~ 그래도 좀 쉬었다 가자 이눔들아...

 

앞서가는 큰놈 나뭇가지를 탁탁 쳐가며 물방울을 막 뿌려댄다.

꼬맹이 뒤질새라 같이 뿌려댄다.

해서 물세레를 받는건 선녀다.

이눔들아~ 좀 장난좀 치지마라~ 옷 다 젖는다.

 

가다가 토끼똥 무더기를 발견한다.

여기 노루도 많던데~ 비가 와서 다들 어디 숨었나봐...

 

꼬맹이가 소리소리 지르며 자꾸 뒤를 보란다.

가까이 약 이미터 정도만 숲이 보이고 나머진 허옇다! 안개에 둘러쌓인 셈...

저 위도 저 아래도~ 옆도... 온통 사방이 안개속이다.

마치 나무들 저편은 낭떠러지~ 아니면 바다같드라...

 

클났다! 이놈들아 우리 어쩌지? ㅎㅎㅎ 길 잃어버렸다~ ㅎㅎㅎ

막 얼라들을 놀리면서 뒤돌아보고 뒤돌아보고 자꾸 올라갔다.

 

빗길에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엎어지고 엉덩방아찧고~

 

지겟길 막다른 곳 까지 올라서보이

아하~ 누가 막혀있던 가시덤불 사이로 길을 냈다.

선녀만이 아는? 지름길이었는데... 톱으로 낫으로 쳐내어서 지겟길만치 내놨다.

아하... 누굴꼬... 자른 부위를 보니 최근일인데...

마을에 누가 나모냥 산을 헤집고 다니는 사람이 있나부다.

 

능선길로 접어들어 이짝으로 갈까~ 저짝으로 갈까~

저짝으로 가면 빡빡산으로 올라가고~

이짝으로 가면 과수원으로 내려간다...

 

얼라들~ 제법 지쳤던지...

마을쪽으로 내려가잔다. ㅎㅎㅎ

지금껏 올라왔는데 또 올라가긴 싫다는겨? ㅎㅎㅎ

 

내리막이라 신나게 내려왔다.

 

내친김에 꼬맹이랑 냇가까정 내려가버렸다.

못말리는 모자...

 

비가 와서 얼음이 다 녹았겠지만~

버들강아지는 아직 안 피었겠지만~

 

그새 물길이 달라진 냇가 모습을 구경하며~

돌 자갈밭을 달려 한참 냇가를 돌아댕기다가~ 집으로 왔다.

 

나중에... 다음주 쯤에~ 또 날이 추워지면 다시 얼음이 꽁꽁 얼꺼야

그때 썰매갖고 오자~

 

집에 온 꼬맹이 기침이 심해지더이~

그예~ 얼굴이 벌개지고 토하고~ 컹컹 쇳소리나는 기침을 시작한다.

아하! 이런...

 

부랴부랴~ 꿀에 배즙을 넣어 데워 한잔 마시게 하고

기침약 멕이고~

따뜻한 방에 재웠다.

 

아이구~~

모처럼 산으로 내로 신나게 돌아댕긴 벌이냐...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