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엉망으로 돌고 돈다.
겨울비는 겨울비인데...
시방 겨울이라고 하는 철이니까...
멀 보고 겨울이라 하느냐고? 음.. 달력보고~ ㅋㅋㅋ
또 예전 습대로...
그런데..
어젯 밤 늦게부터 토닥토닥~ 투투두닥~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연탄이 비에 젖는가~ 땔나무가 비에 젖는가 살펴봤어야 했는데
고마 까묵었다.
해서 덕분에 연탄재는 비를 옴팡 맞았고
양철연탄통안에는 꺼먼 물이 그득...
담장가에 쌓아둔 땔나무들은 죄다 젖어 추레~~ 하니...
에이그~ 해 반짝 올라오면 다 말를꺼야~
바싹 마른 삭정이들인데 머...
왜 그건 비설거지에 안 집어넣었더랬지?
엉뚱한 비설거지만 했나봐...
겨우내 논에 둔 볏짚을 다 거두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
다시한번 가심을 쓰윽 쓸어내렸다.
또 어제 저녁엔 마당에서 말 일구는 달구새끼 열마리를
저위 뒷골밭 닭집으로 쪼까보냈다.
오만 군데다 똥 싸고 뭉개고~
오만 군데를 다 그 모진 닭발로 파뒤집어놓고 빠대놓고...
도무지 지저분해서 같이 못 살겠더라 말씨...
이제 병아리들도 어미닭 없이도 살 만하니께
젖떼고!!! ㅋㅋㅋ
큰넘한테
"야야~ 닭잡으러 가자~~"
불러내서 푸대자루 두개 들고 할매랑 같이 닭집 안으로 들어갔지.
얼라들~ 코를 싸쥔다. 달구똥 냄시가 얼매나 지독한디...
할매하고 선녀한테야 거름냄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지만..
훼에 올라가서 자는 놈들을 그물을 던져 덮쳐놓고
한마리 한마리 푸대 자루에 잡아 넣는다.
"이놈아 잘 잡고 있어~ 닭 날라 나오잖냐~"
닭 잡는다는 소리에 총알같이 따라나온 꼬맹이 한테도 푸대 한자루 앵겨주고
닭을 한마리씩 넣어주었다.
"닭 띄우기만 혀봐~ 잘 잡구 있어!"
큰넘 한 푸대 울러메게 하고
선녀도 한 푸대 울러메고~
으스름이 내려 사뭇 까매진~ 뒷골밭을 올라간다.
전 같으면 눈깔 큰 선녀 기겁을 하고 못 올라간 그 길을
앞장서 쓱쓱~ 올라간다.
꼬맹이~ 이 겁도 없는 녀석이 앞장을 서려고 기를 쓴다.
큰놈 뒤따라오긴 겁났나? 앞서거니 뒤서거니~
서둘러 씩씩거리고 간다.
다섯마리가 든 푸대자루를 울러맨 큰넘이 등때기가 막 뜨끈뜨끈하단다.
닭체온땜시... ㅎㅎㅎ
뒷골밭 닭집 안에 들어가 훼안에 와르르~~~ 부어놓았다.
놀래서 기절을 했겠지~
어둠속에선 닭들이 힘을 못 쓰지~ 막 헤매면서 맴을 돈다. ㅎㅎㅎ
"오늘부턴 여기서 살어~ 내려올 생각 말어!"
이놈들은 올 여름까정 잡아묵을 닭들이다.
마당에 있는 병아리들은 올 가을 겨울에 잡아묵을 놈들이고~
정월 지나고 병아리 새로 까면 그넘들은 겨울지나고 봄에 잡아묵을 놈들이고~
부지런히 키워야 부지런히 잡아묵지~
며칠전에 닭을 죄다 잃은 상진네가 웬수같은 고양이? 잡을라고 쥐착개를 놓았더니 삵궹이가 잡혔단다.
아... 진짜 삵괭이가 있어요? 갸들이 멸종 안 되고 살아남아 있었네...
허이구~ 그럼 마을에 닭 안 남아나겠는걸? 클났네...
닭집 단속 철저히 해야겠다...
쥐가 닭을 안 잡아묵나~
고양이가 안 잡아묵나~
하늘엔 매가 맴을 돌고 있지~
이젠 산에서 삵괭이까정~
같이 노놔묵자고 덤비네...
마치 봄비같이 내리는 겨울비를 맞으며...
오늘은 아무래도 산엘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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