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이젠 슬슬 일을 해야지...

산골통신 2006. 1. 11. 10:14

땅은 아직 안 녹았지만

워낙 가물어 흙먼지가 풀풀 날린다.

 

무심히 달력을 보니 다음달 초가 입춘이다.

약 한달여 있으면 우수...  꺅!

 

이제 겨울 다 간건가? 워메...

 

날이 풀리니 몸도 따라 풀린다.

슬슬 일을 시작해야 하나.

몸따라 맘도 슬슬... 풀리기 시작하는데...

다시 추워지면 도루묵이 될지라도...

 

아궁이 불 한번 때고~

아궁이 재 좀 쳐달라했더이 나무꾼 그예 까묵었다.

재투성이선녀 되기싫어서리~ 떠넘겼더이만...

결국은 선녀가 해야겠넹... 쯔비...

 

볏짚들일때 묵은 각목들이 이제는 썩고 삭아 삭정이가 되어있길래

죄다 수레에 실어 아궁이앞으로 날랐다.

볏짚 밑에 습기차지 말라고 그동안 받쳐두었던건데~

대신 빠레트? 그거 우리말로 뭐라카지?  판자때기로 얼기설기 만든 받침대가

몇개 있는데 그걸로 밑에 받치고 짚단을 쌓았다.

 

송아지 두마리가 어지간히 말을 일군다.

마구안이 비좁다고 이리 뛰고 저리 뛰고 온통 난장판을 만들고 노는데...

소똥치려고 들어가니 죄~ 어미곁으로 숨는다.

니네들 쥔이 성질 더러운줄은 아는구나~ ㅋㅋㅋ

 

어림잡아 눈대중으로 몇 수레 되는지 감잡아본다.

한 열 번 쳐내면 될까?

 

삽으로 하다가 쇠스랑으로 바꾼다.

겨울이라 똥이 얼어서... 얼음이 허옇게~ 눈처럼 달라붙어있다.

 

푹푹 찍어서 수레에 담는다.

오고가고 할때마다 송아지가 나올까봐 문단속을 단디 한다.

이럴때 꼬맹이가 있으면 도움이 되는디... 요놈이 오늘은 꾀가 나서 오델 가고 없다.

 

싹~ 다 치워주고 왕겨 두 푸대 깔아주고

한짝 켠으로 묵은 짚단 찌끄러기들을 두어 수레 가져다가 깔아줬더니

이노무 송아지들 봐라~

막 뒹굴어버린다.

 

어미소들도 뽀송뽀송한 왕겨가 좋았던지 대가리를 쳐박고 막 문땐다~

발로 왕겨를  몸띵이로 끼얹는다.

마치 돼지가 진흙목욕을 하듯이~

달구새끼들이 모래목욕을 하듯이...

 

일주일 먼저 태어난 송돌이가 제딴엔 숫놈이라고 유세를 떤다.

일주일 늦게 태어난 송순이는 몸집도 작고 순해서 이리저리 밀린다.

송돌이가 뿔도 아직 나지 않은 대가리로 막 밀어제끼는데 당해낼 제간이 없는기라...

황송아지는 서너달 키워 젖뗀다음 팔아버려야 한다.

황소를 키우려면 축사가 튼튼해야 한다. 전문적으로 키우는 곳이 따로 있다.

 

이렇게 왕겨랑 짚을 깔아주면 한 열흘에서 보름 간다.

풀어놓고 키우면 두어 달 가지만 묶어놓고 키우기 때문에 밀집되어 금방 똥이 질척거리거든.

그렇다고 왕겨나 톱밥을 두텁게 깔아 줄 수도 없고...  본전도 안 나오징...

 

쑥부쟁이와 미역취랑 개미취가 이 추운데도 잎을 내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