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볏짚 나르기

산골통신 2006. 1. 9. 20:03

다행히 올해 가물어서 볏짚이 마를대로 말라

잠을 자알~~ 잤단다.(이 말을 이해할라문 볏짚을 두어 해 정도는 걷어봐야 한다)

 

비가 올까 눈이 올까 노심초사한 할매께옵서!

도저히 오늘은 못 미루겠다~ 오늘 하자~~~ 선언하셔서리...

 

식구수대로 장갑 하나씩 끼고

트럭몰고 논으로 내려갔다.

 

선녀와 할매는 짚단 들여놓을 외양간 청소를 좀 대충 해놓느라고 늦게 내려가고

꼬맹이와 나무꾼은 먼저...

 

꼬맹이 참 열심히 일한다.

할매가 트럭위에 올라가셔서 짚단을 받아 쟁이고

나무꾼이 던지고

선녀와 꼬맹이는 연달아 날랐다.

 

트럭위 짚단에 올라앚아 가고 싶은 꼬맹이~ 이리 눈치보고 저리 눈치보고

결국엔 할매혼자 올라앉아 가셨다.

 

운동부족이라고 여기저기서 지천듣는 선녀는 걸어서 가고~ ㅋㅋㅋ

 

두바리 실어나르고 점심묵고 하자고 일단 집엘 왔다.

오후에 큰넘 작은넘 학교에서 돌아오니까 .. 요새 특활교육이라고 보름간 한단다.

방학이 실종?된 얼라들 입이 댓발이나 나왔지만... ㅎㅎㅎ 우야노...

 

큰넘 작은넘까지 합세하니까 제법 일이 된다.

꼬맹이도 한일꾼 하고

큰넘도 힘이 세서 도움이 많이 되고 작은넘은 꾀를 써서 일을 하기땜에

머 그래도 없는것보단 낫다. 딴엔 열심히 하려고 하니께...

 

아롱이까지 데리고와서 이리뛰고 저리뛰고

온 논둑에 얼라들 웃음이 넘친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꼬맹이 웃음소리가 너무 웃겨서 다들 웃느라고 못 산다.

이놈은 일을 참 재미있게 한다.

열심히 하고 하는듯이 제대로 한다.

제일 먼저 일을 시작하고 제일 늦게까지 일을 마무리하려한다.

제일 힘든 일을 찾아서 하고 자기 혼자 하려고 기를 쓴다.

 

트럭위에 올라가 볏짚 던져 내리기

던져놓은 볏짚 날라다 주기

 

새참이 있어야 한다고 작은넘 들고온 귤 한보따리

언제 까묵었던지 지들끼리 다 묵었단다.

맛도 못 봤다.

 

몇번을 오갔던고...

트럭이 있으니까 일이 참 수월하다.

경운기가 없으니까 해마다 일손이 없어 헤매다가

넘의 손에 일을 쳤는데...

그것이 너무 싫어서 트럭을 장만했었더랬다.

요새 넘의 일 돈준다캐도 해줄 사람이 없으니께...

 

그래도 해떨어지기 전에 마지막 볏짚을 다 실어날랐다.

 

할매가 위에서 받아 쟁이고

나무꾼이 던지고

선녀가 날라다 주고

얼라들이 중간중간 서서 나르고

역할분담이 착착 되어 빈 시간 없이 일을 해나갔다.

 

얼라들은 뭐가 그리도 즐거운지 일이 힘든데도 군소리없이 일을 한다.

참 밝아 좋다. 니들은...

그래...

 

한바탕 온 식구가 일을 쳐낸뒤에

소마구 소똥 한켠으로 쳐내주고 지푸라기 검부지기들 깔아주고

집으로 왔다.

 

얼라들 몽땅 욕실로 밀어넣어 씻기고

저녁밥 언넝 해서 먹였다.

 

삼겹살 구워 물미역에 초장에

김장김치에 새우젓에 양념된장에

 배추꼬갱이쌈에

배터지게 묵었다.

 

한놈 얼굴 발갛게 되어 뻗고

두놈은 여직 힘이 남았는지 놀구 있다.

 

작은넘 왈:

맨날 일을 해야 해~ 이렇게 밥맛이 좋은걸...

아까는 배가 고파 혼났어~ 죽을뻔 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