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아직은 땅이

산골통신 2006. 1. 18. 17:21

호밋발이 안 먹히드라...

 

땅이 질척질척~ 꼭 봄비온 뒤끝모냥...

그렇고 그래서... 밭을 한참 돌아댕기다가...

호미를 잡아들었지..

 

냉이를 좀 캐려고~

 

아... 막 뿌리가 잘린다.

호미길이만치 안 들어가네...

반 정도에서 땅이 땅땅~ 소리가 난다.

얼었다. 그 밑으론...

 

하얀 얼음흙이 서걱서걱~ 보인다.

 

아하.. 내가 너무 성급했구나...

 

그래...

괜찮아~ 기다리지 머...

추운 겨울도 견딜만 한걸~

 

이러다 다시 날이 옴팡 추워지면 기다리는 것이고 머고 간에

다 집어던지고 구들장 엑스레이나 찍을 생각만 하겠지만~ ㅋㅋㅋ

 

그래도 냉이를 제법 캤다. 주먹가득~

이래뵈도 다듬어 씻어놓으면 된장국 끓일 만치는 될꺼야~

 

얼라들은 몽땅 냇가에 갔다.

아마도 다 젖어서 기어들어올끼다.

물고기를 잡겠다 했으니~ 좀 기대를 해볼까나...

 

낮에 소똥이나 몇 수레 쳐준 다음에 왕겨 세 푸대를 깔아줬다.

날이 푹해지니~ 똥도 습해져서 금방 질퍽거리나보다.

 

한참 냉이를 캐고 있는데 이웃밭 아재~

며칠전 잡은 삵괭이가 글시~ 빈집 아궁이 허물어진 구멍에서 터잡고 살고 있었더란다.

꽤 크더란다.

그놈이 글씨~ 야곰야곰 닭을 다 잡아묵어~ 이젠 없단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묻지도 않았는데~ 한참 길가에 서서 하시고 가셨다.

주억주억~ 들어드리고... 우리도 조심해야겠네요~ 라고...

 

날이 연일 푹해지니 다들 논밭이 궁금해지셔서

집안에 못 앉아 계신가부드라~

다들 이리저리 다니시는 모습이 눈에 띈다.

 

작년 메밀 농사를 별로 안 지어 겨우 일곱되... 정도 났다.

몇번 묵해먹을 정도?

농사가 잘 되었는데~ 그노무 산식구들하고 노놔묵노라고~ 수확이 확~ 줄어들었다.

비둘기 다람쥐 노루 등등... 몇 식구가 같이 묵고사는지 몰겠다.

 

그래도 씨앗 남기고 일곱되 방앗간에 가져가서 빻아왔다.

방앗간에서 만난 이웃집 할매~

씨앗 좀 더 있느냐시는데..

글씨... 확답을 못 드렸다.  할매가 여유있게 남겨두셨을라나...

 

오늘 저녁은 메밀묵이다.

으햐~ 신난다.

 

양념간장 맛있게 맹글어 냉이된장국이랑 한상 차려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