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방아찧던 날

산골통신 2006. 1. 1. 10:58

날이 잔뜩 흐리다.

비가 올까? 눈이 올까?

 

언넝 비든 눈이든 오기 전에 방아를 찧어야겠다.

택배아저씨는 월욜에나 온다했지만

낼은 눈인지 비인지 온다했고

천상 방아는 오늘 다 찧어야겠네...

 

올해부턴 쌀 수매를 농협에서 안 한다했고

직불제인지 머신지~ 사십여 만원이 조합통장에 입금이 되었다.

하아~ 논열마지기에 사십여 만원이라...

스무마지기 짓는 이웃 오라비는 팔십여 만원 받겠나?

그거 받아갖고 세아이랑 살 수 있을까? 큰딸은 결혼했지만

올해 고등학교 졸업하는 아들이 있고 내년에 고등학교 들어가는 막내딸이 있는데...

대학은 꿈도 못 꾸고~ 그저 고등학교 졸업후  취직하는 걸 운명?으로 여기는 아이들...

그들에게 대학은 딴나라 이야기다. 얼렁 어디든 취직해!!! 돈 벌어야 먹고산다.

 

잠시 통장에 입금된 돈액수를 헤아려보다가 한숨이 하르르... 나온다.

물론 농사를 짓겠다고 귀농을 한 주제에~

당연히 생활이 안 되는 걸 감수하고 하겠다고 고집을 피운 주제에~

탓을 하면 안 되지... ㅎㅎㅎ

 

한국에 농사꾼으로 산다는 것은~ 죽이겠다고 덤비는 사회에서

어떻게 하면 근근이 살다가 제명에 죽을 수 있나~ 그것만 연구해도 모자랄 삶이다.

 

어쨌든~

사회가 어떻든~ 기후가 어떻든~

오늘 방아를 찧어야 한다.

 

주문들어온 것을 일일이 적는다.

틀림없게 하느라고 딸내미까정 동원해서 착오없이 적었다.

내는 산수를 억수로 몬한다. 숫자치인가부다~ ㅎㅎㅎ

그래서 열번 스무번 더 넘게 확인 또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그래도 가끔 실수를 하지만~ ㅎㅎㅎ

 

차나락푸대 열댓개

미나락푸대 열댓개~

영차영차 꺼내서 수레로 방앗간으로 옮긴다.

마당 이쪽끝 곳간에서 저쪽끝 방아기계 있는데까지~ ㅎㅎㅎ

 

할매가 기계를 운전! 하시고

선녀가 나락푸대를 기계속에 들이붓고~

상대방 말이 절대 안 들리는 정도의 기계 소음과

연기처럼 피어오르는 나락먼지 속에서

말없이~ 열심히 일을 했다.

 

백미를 어느정도 뽑아야 하는데

할매는 자꾸만 쌀눈이 깎여나가면 안 된다고~ 야단이시다.

도시 아지매들이 멀 몰라서 그렇다!

밥을 하면 쌀눈이 밥맛을 좌우하는데~ 또 영양가가 껍질 근처에 다 있는데

왜 쌀눈을 깎아내노! 말이다아~~

 

소비자가 원하는대로 해줘여~~ 깎아요 깎아! 더 깎아~

10분도로 해요~ 안되면 9분도로 하던가~

할매랑 선녀랑 계속 입씨름을 해가며 방아를 찧는다.

 

방아기계는 완전현미에서 13분도까지 가능하다.

완전 백옥같이 하얀 정도로 가능하다.

그러자면 쌀눈은 흔적없이 사라진~ 그저 하얀 <쌀>만이 남는다.

그나마 쌀눈이 살아있는 정도는 5~6분도까지다.

 

하얀 쌀이 막 쏟아져나온다.

한줌 집어 꼭꼭 씹어먹어 본다.

역쉬... 구수한 맛이 현미보다 훨씬 덜하다.

현미는 입에 넣고 씹는 즉시 그 구수한 맛이란... 또 집어먹고 싶을 정도다.

 

그래도 어카냐...

다들 백설같은 쌀을 선호하는 걸...

그런대로 분도를 맞추어 찧었다.

 

내일 비가 오면 방안에서 분류작업을 하려고 황토방으로 푸대를 다 옮겼다.

저울도 가져다 놓고 여분 푸대도 넉넉히 가져다 놓았다.

내일 아침에 정리해놓은 주문프린트 쫘악~ 뽑아서 착착 분류를 해놓아야지~

내일 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