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송아지 분만기~

산골통신 2005. 12. 29. 00:07

아이구 손모가지야...

우~리 우~리하다.

 

해거름에 물건너 모임에 갔다가 할매 급한 전화 띠리리...

오늘 낮부터 소가 이상하다...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도 안 묵는다.

양수가 터졌는지 뭐가 쏟아졌고...

 

얼레? 아직 예정일 멀었잖소?

담달 아녀?

 

그러게 말이다...

 

부랴부랴 모임을 빠져나와 소마구엘 뛰올라가보이

아직 샅도 안 부었고 젖도 안 내렸고 배는 좀 쳐졌나?

인공수정사가 수정시킨 날짜랑 분만 예정일을 적어놓은 종이쪽지를 찾아보이

1월 3일이라 되어있드라...

그럼 일주일이나 빠른건데...

그럴 수도 있나...

 

저놈 초산인데 잘 낳을라나 모르겠네...

하도 잘 먹고 먹성도 좋아서 싹싹~ 여물통 설거지까정  해놓는 놈인데

요새 너무 잘 먹어서 괜찮을라나 모르겠네...

원래 산달 들어서면 소를 거의 굶기라고 그러거든... 왜냐문 살이 찌면

낳을때 고생한다고...

 

아니나 달러~

낮부터 뻗치기 시작한 넘이 아직 샅도 안 벌어지고 서서 나댄다.

랜턴 준비하고 갖낳은 송아지 닦아줄 천 준비하고~

드라이기도 미리 전기선 길게 연결해서 꽂아놓고

짚북더기 구석에다 깔아주고

톱밥도 두 푸대 넉넉히 깔아줬다~

 

이놈이 사람 경계를 유달리 한다.

진통이 와서 누워있다가도 사람이 가까이 가면  벌떡 일어서서 막아선다.

 

할매랑 교대로 지켜보다가 얼라들 챙기러 내려왔는데

이노무 얼라들이 몽땅 송아지 낳는거 봐야한다고 다 쫓아오네...

우르르~~

이놈들 깜깜밤중인데도 겁도 없다~ 소마구 옆에 무덤이 두개나 있는디~ ㅋㅋㅋ

 

송아지는 태어날때 앞발이 먼저 나오고 머리가 따라 나온다.

머리만 나오면 몸통과 뒷다리는 수월하게 미끄러져 나오게 되어있다.

 

앞발 하나가 쑥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을 하더이~

어미소가 지쳐 널브러진다.

할매~ 아무래도 안 되겠다싶으신지 선녀를 부른다.

같이 송아지 발목을 잡고 잡아빼야 되겠단다~ 소가 힘이 파해서 수의사 불러야 될까 싶단다.

에구 이거 클났군!

 

긴장화 찾아신고 장갑끼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나섰다.

할매 발목 하나

선녀 발목 하나 맡아서 잡아빼기 시작~~

소가 힘을 줄때 맞춰서 영차 영차~

아이구 미끄러워라~~ 세상에...

당췌 손에 힘을 줄 수가 없네... 자꾸 미끄러져서...

 

소 혓바닥이 먼저 나온다. 헉? 혀 빼물면 어카니??? 혀 들이밀엇!

얼굴이 나와야 하는데...

소가 힘을 못 준다. 소리를 막 지른다.

얼레? 이때껏 송아지 수차례 받아봤지만  소가 새끼낳으면서 소리지른건 한번도 못 들었는데...

이놈이 꽤 아픈가 보다. 에구~

내가 애 낳을때 생각이 막 난다.

에구~ 나도 그랬다 마~ 힘내라 힘!

쫌만 더 힘내라!!! 이제 새끼 얼굴 보인다.

 

머리가 겨우겨우 나왔다.

엄청나게 힘이 들었다. 진짜 겨우겨우 나왔다. 안 나올 줄 알았다.

어미소는 거의 힘을 못 썼고 할매랑 선녀가 나머지 힘을 보탰다.

에구 팔 모가지야.... 

 

머리가 나오니 나머지 몸통은 절로 수월하게 빠진다.

송아지가 눈을 뜨고 있네? 에구~~~

혀는 빼물고 있고~

이거 송아지 죽은거 아녀? 가심이 콩닥콩닥~

 

헌옷가지 갖고 막 닦아준다.

드라이기 줄 질질 끌고 와서 털을 말리기 시작한다.

 

어미소는 지쳐서 널브러져있고~ 지 새끼 핥아줄 생각도 못 하는지...

헥헥~ 숨소리가 거칠다...

 

할매 말씀하시길~

클날뻔 했단다. 이래갖고 어미소 잃고 송아지 잃은 경우가 많았단다.

어미소가 힘을 제대로 못 써서 송아지가 제대로 못 빠져나와서 그대로 죽는 경우도 있단다.

 

이럴땐 수의사를 불러야 한단다. 하지만 이 밤중에... 이 산골짝에...

졸지에 할매랑 선녀랑~ 산파 노릇을 해야했다.

 

갓낳은 송아지가 머리를 막 내두른다.

푸푸~거리며 먼가를  내뱉는다.

일어서려고 발을 버팅겨본다.

 

다행히 날이 덜 추워서... 그나마...

떨지는 않더라...

일주일 먼저 낳은  송아지는 그날 넘 추워서 난리를 쳤는데... 얼어죽이지 않을라고...

얼매나 다행인지 모른다.

 

할매가 어미소를 툭툭 치신다.

니 새끼 좀 핥아줘봐라~~ 고만 일어서봐라~ 지쳤나? 못 일어나나?

 

그제사 어미소가 벌떡 일어서더니 돌아댕긴다.

이제부턴 자기가 돌볼테니 인간들 어서 가란 야그인지? (나중 생각해보이 그런거 같다)

 

할매는 어미소가 송아지 안 돌볼까봐 걱정이 되시는지 멀찍이 서서 지키고 계신다.

그런 어미소도 가끔 있거든...

젖도 안 멕이고 지 새끼를 발로 차고~

그럴땐 어미소를 묶어놓고 강제로 젖을 멕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번을 들락거려서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지 확인 또 확인했다.

방금 마지막 확인을 하고 들어왔다.

 

송아지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어미소도 잘 보살피는 것 같드라...

 

에구 이젠 내일 아침에나 보자아~~

밤새 잘 자거라~~~~~

 

에고 손모가지야~~

할매도 어깨까정 축 늘어지신다고...

 

얼라들은 왔다리갔다리하느라고~ 낳는 장면을 결국은 못 봤다.

금새 낳을줄 알았다가~ 시간을 넘 많이 끄니까~ ㅎㅎㅎ

 

졸지에 일주일 상간에 송아지가 두 마리 생겼다.

이제부턴 소똥 부지런히 쳐줘야 겠네~

위생상태를 청결히 해줘야하거든~

송아지 설사 만나면~ 또 송아지 잃을 수도 있으니까...

 

아참! 숫놈인지 암놈인지 확인 못 했다~ ㅋㅋㅋ

그럴 경황이 없었거든~ ㅋㅋㅋ

 

이러다 나 송아지 산파로 나서야 하는거 아닌가 몰겄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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