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구 손모가지야...
우~리 우~리하다.
해거름에 물건너 모임에 갔다가 할매 급한 전화 띠리리...
오늘 낮부터 소가 이상하다... 점심도 안 먹었는데 저녁도 안 묵는다.
양수가 터졌는지 뭐가 쏟아졌고...
얼레? 아직 예정일 멀었잖소?
담달 아녀?
그러게 말이다...
부랴부랴 모임을 빠져나와 소마구엘 뛰올라가보이
아직 샅도 안 부었고 젖도 안 내렸고 배는 좀 쳐졌나?
인공수정사가 수정시킨 날짜랑 분만 예정일을 적어놓은 종이쪽지를 찾아보이
1월 3일이라 되어있드라...
그럼 일주일이나 빠른건데...
그럴 수도 있나...
저놈 초산인데 잘 낳을라나 모르겠네...
하도 잘 먹고 먹성도 좋아서 싹싹~ 여물통 설거지까정 해놓는 놈인데
요새 너무 잘 먹어서 괜찮을라나 모르겠네...
원래 산달 들어서면 소를 거의 굶기라고 그러거든... 왜냐문 살이 찌면
낳을때 고생한다고...
아니나 달러~
낮부터 뻗치기 시작한 넘이 아직 샅도 안 벌어지고 서서 나댄다.
랜턴 준비하고 갖낳은 송아지 닦아줄 천 준비하고~
드라이기도 미리 전기선 길게 연결해서 꽂아놓고
짚북더기 구석에다 깔아주고
톱밥도 두 푸대 넉넉히 깔아줬다~
이놈이 사람 경계를 유달리 한다.
진통이 와서 누워있다가도 사람이 가까이 가면 벌떡 일어서서 막아선다.
할매랑 교대로 지켜보다가 얼라들 챙기러 내려왔는데
이노무 얼라들이 몽땅 송아지 낳는거 봐야한다고 다 쫓아오네...
우르르~~
이놈들 깜깜밤중인데도 겁도 없다~ 소마구 옆에 무덤이 두개나 있는디~ ㅋㅋㅋ
송아지는 태어날때 앞발이 먼저 나오고 머리가 따라 나온다.
머리만 나오면 몸통과 뒷다리는 수월하게 미끄러져 나오게 되어있다.
앞발 하나가 쑥 나왔다 들어갔다를 반복을 하더이~
어미소가 지쳐 널브러진다.
할매~ 아무래도 안 되겠다싶으신지 선녀를 부른다.
같이 송아지 발목을 잡고 잡아빼야 되겠단다~ 소가 힘이 파해서 수의사 불러야 될까 싶단다.
에구 이거 클났군!
긴장화 찾아신고 장갑끼고 전투태세를 갖추고 나섰다.
할매 발목 하나
선녀 발목 하나 맡아서 잡아빼기 시작~~
소가 힘을 줄때 맞춰서 영차 영차~
아이구 미끄러워라~~ 세상에...
당췌 손에 힘을 줄 수가 없네... 자꾸 미끄러져서...
소 혓바닥이 먼저 나온다. 헉? 혀 빼물면 어카니??? 혀 들이밀엇!
얼굴이 나와야 하는데...
소가 힘을 못 준다. 소리를 막 지른다.
얼레? 이때껏 송아지 수차례 받아봤지만 소가 새끼낳으면서 소리지른건 한번도 못 들었는데...
이놈이 꽤 아픈가 보다. 에구~
내가 애 낳을때 생각이 막 난다.
에구~ 나도 그랬다 마~ 힘내라 힘!
쫌만 더 힘내라!!! 이제 새끼 얼굴 보인다.
머리가 겨우겨우 나왔다.
엄청나게 힘이 들었다. 진짜 겨우겨우 나왔다. 안 나올 줄 알았다.
어미소는 거의 힘을 못 썼고 할매랑 선녀가 나머지 힘을 보탰다.
에구 팔 모가지야....
머리가 나오니 나머지 몸통은 절로 수월하게 빠진다.
송아지가 눈을 뜨고 있네? 에구~~~
혀는 빼물고 있고~
이거 송아지 죽은거 아녀? 가심이 콩닥콩닥~
헌옷가지 갖고 막 닦아준다.
드라이기 줄 질질 끌고 와서 털을 말리기 시작한다.
어미소는 지쳐서 널브러져있고~ 지 새끼 핥아줄 생각도 못 하는지...
헥헥~ 숨소리가 거칠다...
할매 말씀하시길~
클날뻔 했단다. 이래갖고 어미소 잃고 송아지 잃은 경우가 많았단다.
어미소가 힘을 제대로 못 써서 송아지가 제대로 못 빠져나와서 그대로 죽는 경우도 있단다.
이럴땐 수의사를 불러야 한단다. 하지만 이 밤중에... 이 산골짝에...
졸지에 할매랑 선녀랑~ 산파 노릇을 해야했다.
갓낳은 송아지가 머리를 막 내두른다.
푸푸~거리며 먼가를 내뱉는다.
일어서려고 발을 버팅겨본다.
다행히 날이 덜 추워서... 그나마...
떨지는 않더라...
일주일 먼저 낳은 송아지는 그날 넘 추워서 난리를 쳤는데... 얼어죽이지 않을라고...
얼매나 다행인지 모른다.
할매가 어미소를 툭툭 치신다.
니 새끼 좀 핥아줘봐라~~ 고만 일어서봐라~ 지쳤나? 못 일어나나?
그제사 어미소가 벌떡 일어서더니 돌아댕긴다.
이제부턴 자기가 돌볼테니 인간들 어서 가란 야그인지? (나중 생각해보이 그런거 같다)
할매는 어미소가 송아지 안 돌볼까봐 걱정이 되시는지 멀찍이 서서 지키고 계신다.
그런 어미소도 가끔 있거든...
젖도 안 멕이고 지 새끼를 발로 차고~
그럴땐 어미소를 묶어놓고 강제로 젖을 멕여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몇번을 들락거려서 어미소가 송아지를 핥아주는지 확인 또 확인했다.
방금 마지막 확인을 하고 들어왔다.
송아지도 활발하게 움직이고 어미소도 잘 보살피는 것 같드라...
에구 이젠 내일 아침에나 보자아~~
밤새 잘 자거라~~~~~
에고 손모가지야~~
할매도 어깨까정 축 늘어지신다고...
얼라들은 왔다리갔다리하느라고~ 낳는 장면을 결국은 못 봤다.
금새 낳을줄 알았다가~ 시간을 넘 많이 끄니까~ ㅎㅎㅎ
졸지에 일주일 상간에 송아지가 두 마리 생겼다.
이제부턴 소똥 부지런히 쳐줘야 겠네~
위생상태를 청결히 해줘야하거든~
송아지 설사 만나면~ 또 송아지 잃을 수도 있으니까...
아참! 숫놈인지 암놈인지 확인 못 했다~ ㅋㅋㅋ
그럴 경황이 없었거든~ ㅋㅋㅋ
이러다 나 송아지 산파로 나서야 하는거 아닌가 몰겄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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