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날이 꾸무리한거이~

산골통신 2005. 12. 30. 18:54

아침 굶은 시엄씨상인데...

저기 눈이 올까나~ 비가 올까나~

판단이 안 선다.

 

기상청에선 일욜쯤에 전국적으로 눈비가 온다카던데~

그럼 진눈깨비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군~

 

하늘바라보며 사는 농사꾼~

이래서 계획을 이리저리 바꾼다.

 

논에 있는 볏짚은 다음주 비 그친다음 다시 말려서 거둬야 하겠고~

소마구 소똥은 오늘 쳐줘야하겠고~

나락푸대들 창고에 미리 쟁여놓아야 하겠고~

방아도 미리 찧어놓아야 하겠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거리들 미리미리 땡겨 해놓아야 하겠다.

 

그래야 비오는 날 놀쥐이~~~~~~~~~~~~(중요 또 중요!!!)

 

해서 소마구에 올라가 쇠스랑 잡고 똥품 한번 잡아본 다음~

신나게 쳐냈다.

황송아지(이름 송돌이) 암송아지(이름 송순이)

요 두마리가 어지간히 말을 일군다.

여기서 말을 일군다는 건 말썽꾸러기들이란 말이다.

 

송돌이는 일주일 먼저 태어났다고 벌써 오빠행세를 하려고 덤비고

뿔도 없는기~ 막 대가리를 막 디민다.

또 울타리 문을 머리로 막 밀어제껴 한번 탈출에 성공한 적도 있다.

황송아지 꼴값을 한다카이~

 

송순이는 암송아지인데다~ 태어난지 이제 겨우 사흘이라~

아직 다리가 비실비실하는데다~ 송돌이까정  옆에서 유세!!!를 떨어대니~

지 엄마옆에서만 맴을 돈다.

 

새끼난 어미소들 뜨신 물 먹으라고 아침저녁으로 가마솥에 불때서 퍼다준다.

그래야 젖이 잘 나온단다.

 

대여섯 수레 퍼낸 다음  논으로 내려갔다.

볏짚단들이 바람이 이리저리 넘어가서 다시 올려쌓아둬야 하기땜시~

비라도 올작시면 다 젖어버리거든...

 

큰놈 꼬맹이 불러서 같이 갔다.

가는 김에 아롱이도 데불고~ 간만에...

 

큰놈은 화살을 만든다고~ 대나무막대로 이리저리 끈을 매달아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며 간다.

꼬맹이는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온갖 묘기는 다 부리고~

아롱이는 이제 늙어서 그런가~ 길이 들어서 그런가

끈을 풀어줘도 지맘대로 안 가네.. 꼭 끈을 잡고 끌어줘야 간다.

인간한테 종속된 짐승이라...

 

뭔가 뿌리는 듯~

뺨에 차가운 것이 닿는다.

어서 해야겠다~ 서둘러라~

 

아무래도 먼가가 오긴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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