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굶은 시엄씨상인데...
저기 눈이 올까나~ 비가 올까나~
판단이 안 선다.
기상청에선 일욜쯤에 전국적으로 눈비가 온다카던데~
그럼 진눈깨비가 될 가능성이 가장 크군~
하늘바라보며 사는 농사꾼~
이래서 계획을 이리저리 바꾼다.
논에 있는 볏짚은 다음주 비 그친다음 다시 말려서 거둬야 하겠고~
소마구 소똥은 오늘 쳐줘야하겠고~
나락푸대들 창고에 미리 쟁여놓아야 하겠고~
방아도 미리 찧어놓아야 하겠고~
이런저런 잡다한~ 일거리들 미리미리 땡겨 해놓아야 하겠다.
그래야 비오는 날 놀쥐이~~~~~~~~~~~~(중요 또 중요!!!)
해서 소마구에 올라가 쇠스랑 잡고 똥품 한번 잡아본 다음~
신나게 쳐냈다.
황송아지(이름 송돌이) 암송아지(이름 송순이)
요 두마리가 어지간히 말을 일군다.
여기서 말을 일군다는 건 말썽꾸러기들이란 말이다.
송돌이는 일주일 먼저 태어났다고 벌써 오빠행세를 하려고 덤비고
뿔도 없는기~ 막 대가리를 막 디민다.
또 울타리 문을 머리로 막 밀어제껴 한번 탈출에 성공한 적도 있다.
황송아지 꼴값을 한다카이~
송순이는 암송아지인데다~ 태어난지 이제 겨우 사흘이라~
아직 다리가 비실비실하는데다~ 송돌이까정 옆에서 유세!!!를 떨어대니~
지 엄마옆에서만 맴을 돈다.
새끼난 어미소들 뜨신 물 먹으라고 아침저녁으로 가마솥에 불때서 퍼다준다.
그래야 젖이 잘 나온단다.
대여섯 수레 퍼낸 다음 논으로 내려갔다.
볏짚단들이 바람이 이리저리 넘어가서 다시 올려쌓아둬야 하기땜시~
비라도 올작시면 다 젖어버리거든...
큰놈 꼬맹이 불러서 같이 갔다.
가는 김에 아롱이도 데불고~ 간만에...
큰놈은 화살을 만든다고~ 대나무막대로 이리저리 끈을 매달아
활을 쏘는 시늉을 하며 간다.
꼬맹이는 자전거를 끌고 가면서 온갖 묘기는 다 부리고~
아롱이는 이제 늙어서 그런가~ 길이 들어서 그런가
끈을 풀어줘도 지맘대로 안 가네.. 꼭 끈을 잡고 끌어줘야 간다.
인간한테 종속된 짐승이라...
뭔가 뿌리는 듯~
뺨에 차가운 것이 닿는다.
어서 해야겠다~ 서둘러라~
아무래도 먼가가 오긴 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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