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군불때기

산골통신 2005. 12. 19. 10:36

추운 겨울날 바람 씽씽 불어제끼는 이 산골짝에서

나무 아껴때며 살기엔 너무 처량하다.

우짜든동 팍팍 처넣어가며 절절 끓게 때놓고 지지며 살아야 하는데

 

허지만 땔나무 줄어드는거 보면 눈깔 띠용! 튀어나오게 생겼는데...

 

헛간 몇 채 뿌순거 진작에 다 땠고~

헌 집 뜯은것도 다 쳐땐지 오래고... 쩝~

머슴오라버니가 사과나무 전지한거 한 트럭 갖다준 것~

따로 쌓아놓고 아껴가며 땐다고 하는데...

하매 한 귀퉁이가 와르르~~ 허물어진 거이~

꼭 누가 매일매일 조금씩 훔쳐간 것 모냥~

맴 한 구석이 헐라당 헐라당하다.

 

나무꾼은 땔나무 걱정말고 팍팍 때라고 하지만~

나무해오는 걸 본 적이 없넹~ 으으...

 

이렇게 날 추울때 나무하러 가라고 떠밀기도 글코..

걍 있는 나무나 부지런히 땔 밖에~

 

할매는 오늘도 한소리 하셨다.

고만 때라고~

봄에 어짤라고 그러느냐고~

봄철 날이 어중간할때  불때게 냅두라고~

불땔작시면~ 나무가 얼매나 헤픈지 아느냐고~~

왜~ 좋게 연탄때고 말지 불때는 방은 맹글어갖고 저 난리굿을 치는지 몰겠다고~

넘들 안 하는 짓거리는 다 하고 산다고~

 

사실 할매는 좋은 나무로 불 안 지핀다.

콩단 찌끄러기 고춧대 이런저런 검부지기~

참깻단 이런저런 걸로 불을 때시는데~

머 나중에 보면 재만 한 소구리 나오드라~ ㅎㅎㅎ

 

이번에 메주쑬때도 장작으로 안 하고

왕겨랑 짚이랑 콩단으로 하셨다.

이번 메주는 네말밖엔 안 했는데

저 기술 전수를 전수를 받아야는디... 은근히 걱정이다.

콩삶는 것도 기술 중의 기술이드라구...

삶은콩 찧고 메주 맹글고 띄우고 장 담그고 하는 건 어케어케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디...

에라~ 몰겠다. 닥치면 다 하게 되있는벱여~ 까짓! 탕탕~

 

우예됐건간에 군불이나 오붓하게 땠으면 싶은데...

장작더미 줄어드는 거 보이  장작 집어든 손이 오그라든다.

에잇!

 

오늘 꼬맹이 데불고 산에 가야지~

 

사람이 무엇으로 사느냐 말씨~

내 친구하나가 그런 이름으로 영화 한 편 맹글어서 국회에서 상영씩이나 했다는디~

진짜 사람은 무엇으로 사느냐 말씨~

그 친구에게 함 물어봐야쓰겄다.

갸한테 술한잔 사야는디... 언제 인연고리가 맹글어질지 모르겠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