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맨발의 싸나이~

산골통신 2005. 12. 18. 10:37

이눔들아 춥지도 않냐?

아이구 기맥히라~

 

언넝 양말 안 신엇!

 

울집 꼬맹이 맨발로 막 댕긴다.

이웃집 막둥이도 오늘보이 맨발이다.

 

니들은 동삼과묵었니?

언넝 양말신구왓!

 

오늘아침에 잠바도 안 입고 튀나갈려는 놈 붙잡아갖고 온통 뒤집어씌워서 내보냈다.

야들은 신체구조가 별다른가벼?

 

새벽에 연탄불 꺼트릴까봐~ 눈이 말똥말똥~

에그~ 군불땔껄~ 춥다꼬 안 땠더이만~

이거야 원~

 

바람이 얼매나 억시게 불어제꼈던지 바깥세상 내다보기가 겁나드라~

문 쾅 닫고 들앉으면 아무 느낌도 안 드는데

이 추위에도 바깥에서 살아야 하는 직업?의 사람들은 어쩔까...

갑자기 생각이 난다.

에그 무시라...

 

저 뒷산의 솔바람 소리가 기맥히다.

무시무시하다.

 

며칠동안 사람 구경도 못했다.

울 식구외에 목소리도 못 들었다.

 

얼매나 추운지 아무도 안 나온다.

아롱이조차 황토개집안에서 헌솜이불 뒤집어쓰고 안 겨나온다.

햇살이 좋은 한낮에만 솜이불 끄집어내서 뒤집어쓰고 앉아있는 꼴을 보면

어지간히 추운가보드라...

 

추운 겨울 산골마을은 황량~ 그 자체다.

가끔 드나드는 과수원 트럭 소리 없으면 그야말로 적막강산...

 

발이 시려서 버선 빨아놓은거 찾아신으려고 찾으니 없다.

분명 빨랫줄에 있었는디... 동태가 되어서 몇날며칠 말리는 중이었는디...

한짝을 쪽파밭에서 찾아신고 한짝을 마저 찾으니 있나 그래~

겅중겅중~ 한짝만 신은채로 이제는 빈 배차밭을 뒤지니~ 저어~짝 밭고랑까지 날라가있드라...

범인은 밤새 불어제낀 바람이었지비...

 

얼라들이 차례차례 목감기 코감기가 들어

요새 모과차를 물처럼 마셔댄다.

겨울오기 전에 모과를 돔방돔방 썰어 말려놓은기 몇 푸대 되는데

걍 주전자에 넣고 팍팍 끓인다.

 

설탕에 재어놓으면 좋은줄 내 모르는 건 아닌데

한약들도 가만보면 풀뿌리들 줄기들 열매들 껍질들 머 그런것들

걍 말려서 달여먹는거 아니갔어?

그러면 이것도 걍 썰어서 삶아묵자고오~

 

해서 유자랑 모과랑 걍 썰어말려서 되는대로 삶아 그 물을 마시고 있다.

얼라들이 영지버섯물은 맛없다고 난리를 쳐서

영지버섯물은 나무꾼하고 할매할배만 드시게 하고

얼라들은 모과차에 꿀 한숫가락 타서 마시게 하고 있다.

이눔들이 맛은 알아갖구설라무네...

 

어~ 춥다!

이런날은 꼼짝말고 구들장하고 연애나 하는겨~

오늘은 먼 책 읽을꼬나...

 

어제는 일본사람 책하고 프랑스사람책하고 두권 읽었는데

대가리 깨지는 줄 알았다.

그 결말이 궁금하지 않았으면 안 읽을~ ㅋㅋㅋ

기어이 그 결말을 알아야 잠을 편히 잘 수 있을 거 같애서 기어이 읽어냈다.

워메...  일본사람들은 왜 책을 이렇게 쓴댜~~ 

만화영화는 잘 맹금시롱(몇개만)  책은 개차반이여... 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