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가 황급히 쪼차오셨다.
저위 뒷골밭 마늘비닐이 다 찢어져 날라가버릴 지경이라고
언넝 연탄재 싣고 오니라~ 하시고 호미들고 쌔앵~ 올라가버리신다.
얼라들 고구마전 해줄라고 팔걷어부친 양손에 밀가루 범벅을 하고 있었던지라
허둥지둥 대충 씻고 옷 챙겨입고 뛰갔다.
연탄재 수레에 싣고 호미 하나 챙기고 올라가려니
와~~ 바람아~ 바람아...
너 왜 이렇게 난리니~
좀 가만 있으면 안 되겠냐... 넘하다~
가파른 언덕길을 수레끌고 올라가려니 숨이 턱에 찬다.
켁켁~ 헥헥~ 두어번 쉬어가며 기어이 바람을 이기고 올라간다.
마늘밭 네 고랑중 한 고랑 비닐이 벗겨져 바람에 펄럭거린다.
흙으로 덮어놓은 곳 중 어느 한 곳에 바람이 스며들어 급기야 이렇게...
부랴부랴 연탄재를 여기저기 비닐위에 눌러놓고
호미들고 흙을 끼얹고 양 고랑 비닐을 덮는다.
억시게도 부는 바람을 등에 지고 가심에 지고
이곳은 거칠데없이 뚫린 곳이라 바람골이다.
마을을 내려다 볼 수 있을 정도로 좀 높거든...
머 더 높은 곳 밭도 있긴 한데...
산골 땅이라 해봐야 평야가 있나~
그냥 이런저런 야트막한 , 평퍼짐한 곳 깍아내어 만든 것이
대부분이라 모양도 우습고 비탈진 곳도 많고 머 그렇다.
그래서 고랑을 위 아래로 땄다간 장마비에 흙이 다 쓸려내려가므로
고랑을 꼭 옆으로 따야한다.
전에 자잘한 고랑 수십개 따기 싫다고 긴 고랑 몇개로 땄던 어느 아재~
해마다 봄이면 흙을 실어다 부어야 했다나 모라나~ ㅎㅎㅎ
마늘비닐을 바람으로부터 구해내기~ 어쨌든 대충 마무리하고 내려왔다.
내려오는 김에
이 추운 바람에 가축들 잘 있나 딜다보니...
닭들이사 집안에 있으니 덜 춥겠지만
소들은 참 걱정이다. 저리 한데서 묶여 살아야 하니...
수도가 얼어서 뜨신물 퍼다가 양동이로 날라야 했다.
밤새 물 얼지 말라고 김장하고 남은 배추절인 소금물을 좀 섞어줬다.
마당한켠 아롱이도 추운지 안에서 웅크리고 안 나온다.
울 얼라들 애기적에 덮던 이제는 다 낡아 너덜너덜한 이불을 이리저리 꿰매서 들여놔줬다.
이놈 춥긴 춥나보다 이불 속에 쏙 들어가 기척도 없다.
온데 사방으로 굴러댕기는 세간살이들 대충 건사한 다음에
또 자빠질 만한 것들은 도로 안 세워놓았다.
머 도로 자빠질 껄 머~ ㅋㅋㅋ
굴러댕길 만한 것들만 간수하고 들어왔다.
마루 창문 비닐쳐놓은 곳이 풍선모냥~ 부풀었다 가라앉았다 난리다.
어데서 바람이 이케 들어온단 말쌈?
커텐 쳐놓은 고리가 자꾸 떨어질 정도...
급기야 마루문을 봉쇄! 하고
뒤안 부엌문으로 들락거리기로 했다.
문을 못 열게 큼지막한 빨랫돌을 문에 기대세워놓았다.
신발도 다 치우고~
얼라들 신발을 안으로 다 들여놓아야 한다.
밤새 바깥에 있으면 신발이 얼어 아침에 학교갈때 신고가려면
애를 먹거든~ 딱딱하게 얼어버려서...
저녁마다 작은놈이 알아서 잘 들여놓는다.
눈오고 얼음어는 겨울이 좋다하던 얼라들이
이젠 겨울이 싫다하네...
이놈들아~ 이 어메는 그래도 겨울이 좋다.
일해야 하는 봄이 이젠 별루~ 안 좋아...
겨울이 길었으면 좋겠으~~~ ㅎㅎㅎ
이 벌받을 소리겠지만...
아~ 바람아 이젠 그만 좀 불어라...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통신] 날이 우짤라고 이러냐... (0) | 2005.12.17 |
---|---|
[산골통신] 몰아치는 바람속에서... (0) | 2005.12.14 |
[산골통신] 달무리 진 달밤... (0) | 2005.12.12 |
[산골통신] 연탄재 버리기 헬스~~ (0) | 2005.12.11 |
[산골통신] 커피 석잔... (0) | 2005.12.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