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연탄재 버리기 헬스~~

산골통신 2005. 12. 11. 11:55

가끔 농사일 하는데 힘쓰는 것들을 통틀어 헬스한다고 표현한다.

선녀는 헬스라 하는 것이 몬지도 모르고~

사실 헬스장 근처도 못 가봤는데...

 

풀밀어 도구를 들고 한바탕 밭고랑 풀 제거하는 작업을 풀밀어헬스라 이름했고

소똥치기~ 닭똥치기~도 헬스 한바탕이라 했고

겨우내 연탄재 내다버리기도 겨울 아니면 할 수 없는~ 헬스라 불렀고

머 그랬다.

 

늦봄 한여름에 풀밀어를 들고 밭고랑을 씩씩대며 헤매고 다닐때면

땀이 비오듯~~ 속눈썹에서 땀방울이 소낙비처럼 떨어진다.

가심팍이고 등짝이고 땀으로 착 달라붙어~

한바탕 샤워를 하고 난 느낌이걸랑...

 

소똥치느라고 삼시랑 들고 설쳐댈라면

소뒷발질도 피해야하지~

소똥이 여름철 물똥일경우 그 튀기는 것도 피해야하지~

외발 구루마로 요리조리 묘기를 부려가며 좁은 길 통과해야하지~

열댓 구루마 무져있을땐 땀 오부지게 뺄 각오를 해야 한다.

 

달구똥을 칠때는 닭 홰 밑으로 겨들어가 긁어내야 하기땜에

일명 동굴작업이라 부른다.

도중에 대가리 쳐들었다간~ 홰 위에 쌓여있는 달구똥 옴팡지게 뒤집어쓸 각오를 해야한다.

한참 호미로 긁어내다가 겨나오면~ 에고 허리야~~

그래서 막무가내로 몸집이 작은 할매한테 떠넘기고 요샌 안 한다.

하지만 푸대에 담은 달구똥은 선녀가 날라야 한다.

그 무게라니...  휘청휘청~~ 다리가 막 꼬인다.

그래서 이것도 헬스라 이름붙여준다.

 

연탄재는 이런저런 농사일 없는 겨울철에 하기 좋은 헬스다.

겨울에 땀이 나야말씨~ 사우나 가지 않는 이상~

이웃들은 연탄재가 한구루마 정도 모였을때 후딱후딱~ 내다버리는데

거의 매일 새벽~ 해치워버리드라...

선녀는 그리 규칙적으로 살지는 못한다. 절대~

해서 어느만치 모아둘대로 모아둔다.

음.... 이거 헬스 한바탕 할만하겠군~ 쪼아!

팔 걷어부치고  장화신고 완전무장한다.

 

오늘도 그런 생각으로 팔걷어부치고 열심히 한참 내다버리고 있는데 꼬맹이 달려온다.

자기도 하겠단다.

두발 구루마를 갖고 온다.

열댓개 실어준다.

끌고가보더이~ 도로 선다. 왜?

외발 구루마 줘~~~

두발 힘들어~~ 이건 아빠보고 하라고 혀~~

 

꼬맹이 외발구루마 몰기 선수다.

왠만한 어른도 못 끌고댕기는 외발을 십상 끌고댕긴다.

 

해서 두발을 선녀가 끌고

외발구루마를 꼬맹이 줬다.

 

신나게 끌고 간다.

머 저런아가 다 있노~

일하기 싫어 다 도망가는데~

 

누가 이꼴을 봤더라면 흉보겠네~

일곱살짜리를 부려묵는다고...

 

얼매나 잘 끌고가는지 논까지 잘도 가드라...

 

덕분에 다섯 구루마를 힘 안 들이고 논으로 내다버리고

시원하게~ 툴툴 털고 집으로 왔다.

 

이제 점심 챙겨묵고 소똥헬스 한바탕 하러 가야지~

15일이 출산예정일인 어미소가 있어서 주변을 치워줘야해...

왕겨랑 톱밥도 두둑히 깔아줘야 하고...

날이 춥지 말아야 할텐데... 갓낳은 송아지 덮어줄 헌이불도 갖다놓아야하겠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