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커피 석잔...

산골통신 2005. 12. 10. 23:27

오늘 잠들긴 글렀다.

 

주는 걸 거절 못하는 구제불능땜시...

홀짝 홀짝 다 받아마시구...

시방 깨어있는디...

다행히 내일은 일욜이라 일찍 안 일어나도 되니께...

다행히 요샌 농사철이 아니라~  한숨 돌릴 수 있응께...

애써 잠들려 하지 않는다.

 

겨울철 농사일이라는거이...

거름치기하고 가축 돌보기하고~

이런저런 콩타작 찌끄러기 하고~

머 별기 없다.

 

가끔 소똥이나 쳐주고

가끔 닭똥이나 쳐주고

가끔 연탄재 내다버리고

가끔 여기 기웃~ 저기 기웃~ 거리기만 하문 된다.

 

오늘 겨우 날이 조금 풀려서 어깨를 움츠리지 않아도 되겠드라~

바람이 불어서 연탄재 내다버리긴 좀 그렇고해서~

 

작은놈이랑 마당을 서성거리며 꽃밭 탐사를 시작했다.

오늘 옥잠화도 꽃씨가 있다는 것을 첨 알았고

참꽃 씨앗도 있다는 것을 알았고

영산홍 겨울눈이 언제 그렇게 몽우리져있었던지~ 눈이 동그래졌고

패랭이들이 꼿꼿하게 잎을 세우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봄에 필 참꽃 몽우리가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내어 겨울날 채비를 함과 동시에

부지런히 자라고 있음을... 놀래서 쳐다보았다.

 

지난 여름에 씨앗을 구해 뿌려둔 수십포기가 어울려 자라는 할미꽃 화분을 잘 다독거려 주었고

내년 봄 적당한 곳 물색해 이사를 시키려고...

 

마당비로 잘 쓰이는 거 머시기냐... 이름이 갑자기 생각 안 나네...

오줌소태에 좋다는~ 그 빗자루 닮은 풀...

작년에 작은놈이 길가에 피어있는걸 두 포기 모종을 했었는데

이웃 언덕위 할매가 지나다 들어오시더이~

그거 마당비로 안 쓰려면 나 주소~~ 하시는 바람에

냉큼 뽑아드렸다.

 

상사화 난초가 벌써 촉을 내밀고 있는 모습을 보고 쟈들은 성질도 급혀...

겨우내내 촉을 조금씩 조금씩 키워~ 진정 봄이라 할 수 있을때엔 그만 키가 훌쩍~ 커서

그 주면이 마치 밀림처럼 변해버리는데... 정말 갸들은 건강해... 참말로...

 

몇년 전에 작은놈이 냇가에서 꺽어온 버들강아지 나뭇가지

그냥 마당가 습한 곳에 꽂아두었더랬지~

그리곤 잊어버렸는데...

몇년새 나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자라 벌써 예쁘장하고 앙증맞은 버들강아지가 조롱조롱

매달려있드라...

작은놈이 그걸 보더이 너무 좋아...  얼굴이 활짝 피드라...

이놈은 뭐든지 꺽어오던지 뽑아오던지 무조건  심고보는 녀석이다.

 

마당끝 토종국화에 고드름은 다 녹아 떨어졌고

꽃은 아직도 노랗게... 싱싱하다.

작은놈이 향을 맡아보더니~ 아이스크림 냄새가 난다고... 으이?

 

집 둘레로 이런저런 나무들을 골고루 심기는 했는데 아직 다들 어려서

집을 가려줄만한 울타리가 되진 못하고...

울타리를 삼을까 싶어 심어둔 황매화는 그 번식이 대단해서 내년봄쯤엔 삽목도 가능하겠드라...

 

한나절내내 얼라들과 같이 마당으로 꽃밭으로 돌아댕기며  보냈다.

 

온통 마당 파제끼는 것이 취미이자 큰 일거리인 꼬맹이는 오늘도 변함없이

찻길 내느라 파제끼고 주차장 맹그느라 구덩이 파고 하여간~

여기저기 온데사방 성한데 없이 맹글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