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바람이 분다.
하루하루 그 강도가 약해지는 건 느끼겠지만...
두툼하게 껴입고 나섰다.
거의 꺼질락 말락하는 연탄불을 살려 다시 갈아놓고
어젯밤 너무 추워서 불문을 거의 반을 열어놓았더이 참 뜨시게 잤다.
대신 불은 홀라당 다 탔지만~ ㅎㅎㅎ 하마터면 꺼트릴뻔...
소한테 뜨신물 퍼다 나르는 것이 아침저녁 일과가 되었다.
밤새 물이 땡땡 얼어 얼음을 핥아먹고 있드라...
마구 수도가 얼었다.
뜨신물 호스를 같이 연결했으면 일은 없는 건데
남향이라 그리 얼지는 않을게다~ 라고 하신 할매땜시...
꺼먼 플라스틱 양동이 두개에 김 펄펄나는 물을 출렁출렁 들고
언덕을 오른다.
꼭 물지게 진 것 모냥... 중심잡으려 휘청휘청댄다.
올겨울 내내 이 짓 해야한다.
얼음물통에 뜨신물 퍼다부으니 소가 언넝 쪼차온다.
킁킁~ 허연 김을 내뿜으며 머리를 들이댄다.
내일이 출산예정일인 놈 샅이 좀 부어오른듯~ 늘어진듯...
젖도 좀 내려오고 뱃살도 좀 축 처진 것 같고...
오늘낼 하는 모냥인데..
소마구나 깨끗이 치워줘야겠구나~~ 싶다.
할매는 나중에 날뜨시거든 하거라~~ 아직 그렇게 빨리 안 낳을거 같다.
하시지만...
선녀맴이 그기 아닌기라...
묶여사는 것도 불쌍코~
새끼낳을때가 되었는데 질퍽이는 차가운 똥바닥에 그냥 있게 하는 것도
이거 도리가 아닌기라...
목긴 장화에 바짓가랑이 쑤셔넣고~ 에구 옷을 껴입었더이 안 들어간다.
장화도 얼어서 빡빡하고...
겨우 쑤셔박아넣고 쇠스랑들고 들어갔다.
한무더기 찍는다.
억!
쇠스랑이 튕겨져 나온다.
으아... 똥이 얼었다!!!
쇠스랑이 안 먹힌다. 이거 클났다.
침 퇴퇴뱉고~ 팔 걷어부치고~ 이거야 원~ 힘자랑 한판 해야겠군!!!
쇠스랑 똥삽 다 동원해서 얼음똥을 팍팍 쳐제낀다.
떨어져~ 떨어져~
몇 수레 했노.... 요샌 세어보지도 않는다.
세면 머하노~ 일이 줄어들기라도 한다디? ㅋㅋㅋ
소들은 여기 치워줘~ 저기 치워줘~ 하는 듯이 이리저리 움직여
비켜준다.
수레를 끌고 거름터미로 가서 들이붓고 또 퍼담아 끌고가서 붓고...
한참을 산바람하고 쌈했다.
바람이 그렇게 거세게 부는데도 춥지가 않다.
몸에서 열이 팍팍 난다.
좋아~ 내친김에 다 해치우는거야~
싸그리 구석구석 치워냈다.
깨끔해진 마구에 왕겨 한 푸대를 산타할배처럼 짊어지고 와서
좌악~~ 깔아줬다.
소 뒷발 쪽에 깔아주면 다 밀어제끼니까
소 앞발 쪽에 깔아줘야 한다.
골고루 다 깔아준 다음 밖으로 나와
울타리에 기대서서 쳐다본다.
소들도 그제사 안심을 했던지... 가만히... 왕겨냄새를 맡고섰다.
산골 들은 썰렁해져버렸다.
논이고 밭이고 온통 비었다.
바람만이 씽~~ 씽~~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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