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고구마 순

산골통신 2005. 9. 4. 10:21

고구마 덤불이 너무 무성하다.

몇번이고 헛고랑으로 번져있는 놈들을 뿌리내리지 말라고

걷어내줬는데도~

여전히 뻗어나간다.

 

오늘은 홀랑 걷어서 소한테 좀 갖다주고~ 우리도 묵어야겠다.

어제 다듬고 난 덤불 걷어다 소한테 갖다주니 게눈감추듯~~

 

요즘 오일장에 고구마줄기 삶아데친 것들 팔러 산골 할매들이 많이 나오신단다.

그거라도 팔아서 가용에 보탤려고 그러시는지...

그거 껍디 벗길려면 억수로 구찮던디.. 에고...

 

엇저녁엔 구찮어서 걍 있는 국에 있는 반찬에 밥 묵고

오늘 아침에 고구마순을 볶아봤다.

 

이거 간장으로 간해요? 소금으로 간해요???

거~ 소금으로 하던데~~~

 

고구마순을 볶아봤어야 알쥐이~

노상 해주는 것만 얻어묵어보고 구찮다고 안 해묵었는디...

 

큰 솥에 들기름 달궈 고구마순 잘라 넣고 들들 볶아

소금으로 간해갖고~

할매 한접시~

선녀 한접시~

 

없다!

이기 반찬하기는 억수로 힘들어도 묵기는 참 간편하고 후딱이라 이거여~

해서~ 오늘도 고구마순 덤불 걷어다 껍디 벗겨야 하겠다.

 

사람 입이 참 간사하지...

좋다는 건 다 들어오라카고~

 

때꺼리때 보면~

얼마 안 묵어도 배가 부른데...

그걸 안 채워주면 온 몸이 힘없이 사그라진단말여~

그까이꺼 얼매 안 묵어도 되는데 말이지...

그 작은 위장 채우느라고~ 이 얼마나 고생이여...

 

한끼 굶었다치면 묵을것만 눈에 선~~ 하고

음식냄새만 솔솔 풍겨오는 것 같고

묵을 것만 자꾸 떠오르고~

언넝 이 포도청으로 뭔가를 꾸겨박아야 살겠는데...

그때만치 사람 비참해질때도 없는 듯...(때에 따라선 다르지만~)

그렇다고 많이 묵느냐~ 것도 아니란 말씨...

 

아침 밥상머리에서 얼라들이랑 토론했다???

 

이 밥상이 여기까지 오게된 배경을 알아보자~~ ㅋㅋㅋ(거창하게~)

도시와 산골을 비교해보자~~

 

고구마줄기볶음

미역국

멸치볶음

정구지무침

오이무침

묵은김치

 

우린 다아~ 농사지어서 나오는거잖아~ 해산물빼고

도시에선 이거 다 사야혀~

도시는 돈 떨어짐 죽는다.

돈 없음 하루살기도 벅차다.

산골에선 소금만 있음 살어~~~

.................................................

 

오늘 점심은 머 할껀데~~ (얼라들의 결론!)

 

깻잎전!

감자전!

 

니들 들깻잎 따오고~

감자 깎아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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