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풀밀어헬쓰~

산골통신 2005. 6. 7. 12:18

밭 헛고랑 풀을 팍팍~ 속션히 밀어제끼는덴

호미보다 풀밀어가 한결 낫다.

호미는 손모가지 허리 엉디 무릎 안 아픈데없이 쑤시는데~

풀밀어는 까짓 팔만 쪼매 쑤시면 땡이다.

어쨌든 손으로 잡고 온몸으로 밀고가는 것이기땜에...

 

오늘 참깨고랑 반은 풀밀어로 밀었다.

남은 고랑은 호미로 했고~

고구마밭이랑 땅콩밭이랑도 이따 해거름까지 밀어버려야 한다.

 

깻모종이 예상외로 시간이 오래걸려 더디다.

그래도 오늘 해안으론 다 끝날것 같다.

 

풀밀어를 밀다가~

약샘에 겨올라가 물 한그릇 들이키고~

할매도 한그릇 떠다드리고~

 

이웃 논에 물대는 거 구경하다가~

울 밭둑 풀을 보며 기함을 하다가~~

산밑 어제 새로 생긴 무덤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한... 마을을 무심히 바라보다가..

 

또 일을 하고 또 했다.

 

아침에..

파리나 쥐가 붙으라고 문앞에 놓아둔  쥐끈끈이에

엉뚱한 아기새가 붙었다.

 

꼬맹이가 마당에 나갔다가 발견하고

쪼차들어와 선녀를 막 끌고나간다.

 

제비가 쥐붙는데 붙었어~

제비야 제비~~

 

나가보이

제비는 아니고 참새도 아니고...

딱새도 아니고~

군청색깔의 눈주위가 하얀...  뒷목덜미가 노란 조그만 아기새였다.

 

너무 불쌍해 끈끈이에서 막 잡아뜯어내어

깃털에 붙은 끈끈이를 뜯어주려니

조그만 부리로 내 손가락을 막 쪼아댄다.

 

앞가슴 털도 다 뜯기고

양날개 털도 다 뜯기고~

내 손에서 도망가려다 꽁지도 뜯기고~

양 발가락은 끈끈이가 붙어 오그라들고

에그에그... 이놈아...

 

이제 너 어찌 살래...

큰일났네...

 

얼라들은 우리가 키우자~ 키우자~~

옆에서 노래를 하는데...

 

이놈들아... 얘 오래 못 산다.

이래갖고 얘가 살 수 있을것 같니...

 

걍 꽃밭 옥잠화 잎 그늘밑에 놓아줬다.

오그라붙은 두 발로 정신없이 구석으로 도망간다.

 

나는 연습하던 아기새였나...

아침부터 그 모습보고 짜증이 나서...

그냥 일하러 밭으로 나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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