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에 풀약을 안 치려고 할매를 설득 또 설득~
피사리를 하더라도 고생좀 되더라도 우리 치지 맙시다아...
걍 좀 적게 묵읍시다아...
제초제 그거... 독약이야요...
휴유증도 심하고~ 자손들에게까지~ 영향이 미쳐요~
토양오염 수질오염 대단하고요..
베트남전에 참전한 고엽제피해 군인들 보셨쥬? 그 자녀들도요...
"야야~ 우리만 안 한다고 뭐가 되겠냐~ 다들 치는디..."
"그래도 우리만이라도 치지 맙시다..."
"그래도 한번은 쳐야한다! 니 온여름내 풀잡을래???"
"그럼 올해만 딱 한번만요... 그러곤 더 치지 맙시데이~~"
일단 후퇴했다.
온 여름내 피사리는 정말로 자신없으므로...
쌀겨농법 오리농법 우렁이농법~
대안은 많다마는...
그것도 일손이 있는 집 이야기다...
우리같이 꼬부랑할매랑 얼띠기선녀 둘이서 짓는 농사에는 택도 없는 이야기다.
앞으로 나무꾼이 농사에 참여를 한다면 이야기는 또 달라지지만...
아직은 요원한 현실이다...
그래도~ 그래도~
논에 풀약 한번으로 낙착을 봤다는 것에 쪼매 위안을 삼고...
논둑 밭둑에 풀약 안 치는 걸로 또 쪼매 위안을 삼고~
밭 헛고랑에 풀약 안 치는 걸로 또또 쪼매 위안을 삼고~
이러고 있다. 에혀... 힘들다...
물장화신고 논에 들어가
풀약 한병을 들고 이리저리
다섯걸음 걷고 한번 양쪽으로 뿌리고~
또 다섯걸음 걸어서 양쪽으로 뿌리고...
물속에서 중심을 잡으려 휘청휘청~
벼포기 안 밟으려고 기를 써서 디딜곳을 디디느라~ 애묵었다.
그래도 할매몰래~ 약 병수를 줄였다. 작년보다 두어 병 덜 쳤다.
할매는 눈치가 빨라 올여름 피사리할때 선녀를 된통 혼낼끼다~
"너 안 쳤지???? "
혼날때 혼나더라도...
피사리할때 허리 분질러지더라도...
오후에 일좀 하려고~
깨밭으로 갈까~ 밤새 비가 와 밭이 질어서 못 들어가는디... 싶고...
밭둑에 풀베러 갈까~~ 이건 할 수 있는데... 언넝 해야는디...
소마구 똥치러 갈까~~ 날이 궂어서 치워줘야할껴~~~
하고 이런저런 일을 재고 있는데...
기맥힌 사단이 또 벌어져서...
한바탕 난리북새통을 치르고 나이~~ (집마당 땅문제...)
열흘이 멀다하고 사람을 갈구는데~ 이젠 징글징글하다...
여우가 둔갑을 했나... 이젠 사람으로 보이지도 않는다.
해서 덕분에 먼일을 해야하는지 그만 홀라당 까묵었다.
그래서 어영부영 오후를 보내버리고 말았다.
또 난데없이 소낙비가 퍼부어서 일도 못하게 생겼기도 했고...
집공사는 세면실 타일 이틀에 걸쳐 다 붙였고~ 참 이뿌다!
울 나무꾼 뭐 골라오는 거 보면 참 눈썰미가 있다.
선녀는 그런거 잘 몬한다~~ 우리는 뒤바뀐 부부다.
김천 깊은바다님네 농장에서 두바리 실어온 황토를 방에다 깔았다.
마지막 미장용으로...
창문 다 달았고 문도 다 달았다.
집이 진짜~ 달라보이는게~ 이제사 집같아 보이드라...
아궁이도 황토로 입구를 불가마같이 만들어 발랐는데
몇날며칠을 갈라지는 틈을 메꾸느라 애묵었다.
오늘은 안 갈라지드라... 휴우... 살았다...
내일 방바닥 최종 미장 마치고
마루를 놓을꺼다.
일꾼들 다 맞춰놓았다.
오늘 일 마치고 착한일꾼하고 나무꾼하고 농담을 하기를~~
"우리~ 이참에 황토집 짓는 걸로 나서볼까요???"
"에이~~ 일은 내가 할꺼이니~ 나무꾼은 일거리나 따와요~"
서로 일은 내가 잘하니 니가 잘하니~ 맛대거리하는데
선녀는 맞아여 맞아여~ 둘다 맞아여~ 하고 맞장구만 열씨미 쳐댔다.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 <착한일꾼> 없었으면 우리 황토방 못 지었다.
참 하늘이 우리에게 내려준 <귀인>이다.
2005/06/02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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