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고추밭 말목박기

산골통신 2005. 5. 31. 11:22

새벽... 6시...

집짓느라고 한켠에 쌓아놓은 쓰레기 몽땅 치우다.

할매... 진즉부터 나오셔서 몇 구루마째 옮기시다가

선녀를 나오라 호통이시다...

 

해서 한시간여~ 쓰레기와 씨름하다가~

들어와 얼라들 깨워 밥멕여 학교엘 보내고나이~

벌써 아침해 쨍쨍...

 

늦었다싶어 후다다 나가니

벌서 땀이 흐른다. 수건을 목에 두르고 챙모자 쓰고

쇠망치를 들고 말목을 일일이 때려박으니

아이고 손모가지야...

 

게으른 사람 꾀만 생긴다더이 그짝이다.

큰놈시켜 고추밭에 말목을 일일이 가져다 놓게 했다.

그놈은 힘이 세서~ 그런건 잘 한다.

 

말목을 일일이 고추 세포기 사이사이 다니면서 설꽂아놓고

쇠망치로 땅땅! 때려박으며 고랑을 나간다.

아유~ 이러니 좀 쉽네~

 

전에 말목을 일일이 고랑사이에 내려놓고 허리를 일일이 굽혀가며 하나씩 줏어서 박을땐

허리가 분질러지는 것 같더이~

싸악! 돌아댕기며  설 꽂아놓고

싸악! 한번에 때려박고!  거 일 된다!!!

 

아침나절에 비닐집 두 동 하고나이 땀이 비오듯...

그래서 비닐집 일은  새벽이나 날 흐린날 해야는디...

 

담에 낫들고 풀을 베러 나서니... 에혀...

눈도 못 뜨겠다.

해거름에 하자 싶어 미루고 겨들어왔다.

 

할매도 점점 기운이 딸리시는지~

천천히 조금씩 해묵자... 힘들다... 구찮다... 그러신다.

 

오늘.. 새벽부터 바쁜바람에

어제밤까지 기억했던 할배 생신을 까묵었다.

세상에 이런일이... 기맥히다...

 

할매도 까묵고 선녀도 까묵었다.

부랴부랴 상을 차려 드렸는데... 너그러우신 할배.. 아무 말씀도 안 하신다.

죄송스러워 몸둘바를 모르겠는데... 

자식 많이 낳아 길러봐야 다 소용없다.

가지많은 나무 바람잘 날 없고...

평생 애물단지가 자식인데...

다 저 살기 바쁘고~  지 고생하는것만 고생이라 생각하는데...

 

2005/05/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