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꽃상여타고~

산골통신 2005. 6. 6. 20:29

토요일...

느닷없는 대낮.. 소낙비가 퍼부었다.

잠깐동안...

 

밭에서 참깨솎고 흙떠붓기가 한창이었던지라...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들고나는지 전혀 아지 못했다.

 

참깨모종이 일단 성공적으로 살아붙어

재미가 나서 계속 달라붙어있다.

 

어제 새벽에...

할매가 허겁지겁 쪼차오셨다.

 

"야야~~

가봐야겠다...

죽었단다...

기어이... 갔단다...

불쌍해서 어쩌노... 가엾어서 어쩌노...

남은 사람 어찌 사노~"

 

담담했다.

기어이 갔구나... 그래.. 그래...

얼마전 마지막 본 모습을 떠올리며...

거의 뼈만 남은 모습을...

목소리도 쉬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온몸에 암세포가 퍼졌는지... 여기저기 혹도 생겨있고...

한쪽다리는 부어있고 한쪽다리는 앙상한...

그 다리를 주물러주며... 그 발바닥을 꼭꼭 눌러주며...

이제와서 먼 소용있으랴마는...

자연산 상황버섯과 영지버섯을 다려먹으라고 주고 왔더랬다.

 

그 모습이 나하고는 마지막이었더랬다.

 

오늘 꽃상여가 나갔다.

소마구에서 바로 보이는 두둑가래 밭에 묘를 썼다.

이제 매일 오르내리며 보겠구나... 무덤이지만...

 

날이 그리 덥지않아 한부주 했고

농사일이 한풀 꺽여 소강상태였던지라~ 어느정도는...

그나마 여유있게 도와줄 수 있었다.

참말로 다행이었다.

 

그 집 소가 자꾸 몸부림쳐대가며 소리를 지르고 울어대어~

참 이상했다.

발정이 와서 저러나~

배가 고파서 저러나~

아님 주인네가 죽어서 슬퍼서 그러나...

 

말들이 많았으나...

그 이유를 그 소외에 누가 알랴...

 

어제 오늘 초상집에서 어영부영 일을 거드는 둥 마는 둥 보내고

오늘 오후부터 깨밭일을 시작했다.

 

일단 깻모종한 것들은 살아붙어 싱싱했다.

나머지 밭 마저 하려고 기를 쓰고 해봤지만

내일하루종일 해야 끝날까...

 

헛고랑에 풀이 대단하다.

이웃들은 헛고랑에 풀약 한번으로 일을 쉽게 끝내는데

우리는 꾸역꾸역 호미 한 자루로 승부를 건다.

 

해가 지고

할매는 쥐끈끈이 놓으려 닭집에 올라가시고

선녀는 얼라들 데리고 소밥주고 내려왔다.

 

내일부터 할 일거리는

깻모종 흙북주기 끝내고

감자꽃 다 따고~

밭둑 풀 베고~

 

뜻하지 아니한 일로 일은 자꾸 미뤄지고

날은 자꾸 더워지고...

하루하루는 잘도 간다...

'산골통신'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골통신] 풀밀어헬쓰 2  (0) 2005.06.07
[산골통신] 풀밀어헬쓰~  (0) 2005.06.07
[산골통신] 참깨솎기  (0) 2005.06.04
[산골통신] 논에 풀약치기~  (0) 2005.06.02
[산골통신] 무슨일을 했더라...  (0) 2005.06.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