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느닷없는 대낮.. 소낙비가 퍼부었다.
잠깐동안...
밭에서 참깨솎고 흙떠붓기가 한창이었던지라...
마을에 무슨 일이 있는지~
누가 들고나는지 전혀 아지 못했다.
참깨모종이 일단 성공적으로 살아붙어
재미가 나서 계속 달라붙어있다.
어제 새벽에...
할매가 허겁지겁 쪼차오셨다.
"야야~~
가봐야겠다...
죽었단다...
기어이... 갔단다...
불쌍해서 어쩌노... 가엾어서 어쩌노...
남은 사람 어찌 사노~"
담담했다.
기어이 갔구나... 그래.. 그래...
얼마전 마지막 본 모습을 떠올리며...
거의 뼈만 남은 모습을...
목소리도 쉬어 제대로 알아듣지도 못하는...
온몸에 암세포가 퍼졌는지... 여기저기 혹도 생겨있고...
한쪽다리는 부어있고 한쪽다리는 앙상한...
그 다리를 주물러주며... 그 발바닥을 꼭꼭 눌러주며...
이제와서 먼 소용있으랴마는...
자연산 상황버섯과 영지버섯을 다려먹으라고 주고 왔더랬다.
그 모습이 나하고는 마지막이었더랬다.
오늘 꽃상여가 나갔다.
소마구에서 바로 보이는 두둑가래 밭에 묘를 썼다.
이제 매일 오르내리며 보겠구나... 무덤이지만...
날이 그리 덥지않아 한부주 했고
농사일이 한풀 꺽여 소강상태였던지라~ 어느정도는...
그나마 여유있게 도와줄 수 있었다.
참말로 다행이었다.
그 집 소가 자꾸 몸부림쳐대가며 소리를 지르고 울어대어~
참 이상했다.
발정이 와서 저러나~
배가 고파서 저러나~
아님 주인네가 죽어서 슬퍼서 그러나...
말들이 많았으나...
그 이유를 그 소외에 누가 알랴...
어제 오늘 초상집에서 어영부영 일을 거드는 둥 마는 둥 보내고
오늘 오후부터 깨밭일을 시작했다.
일단 깻모종한 것들은 살아붙어 싱싱했다.
나머지 밭 마저 하려고 기를 쓰고 해봤지만
내일하루종일 해야 끝날까...
헛고랑에 풀이 대단하다.
이웃들은 헛고랑에 풀약 한번으로 일을 쉽게 끝내는데
우리는 꾸역꾸역 호미 한 자루로 승부를 건다.
해가 지고
할매는 쥐끈끈이 놓으려 닭집에 올라가시고
선녀는 얼라들 데리고 소밥주고 내려왔다.
내일부터 할 일거리는
깻모종 흙북주기 끝내고
감자꽃 다 따고~
밭둑 풀 베고~
뜻하지 아니한 일로 일은 자꾸 미뤄지고
날은 자꾸 더워지고...
하루하루는 잘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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