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솔숲너머 야생초밭

산골통신 2007. 3. 31. 09:57

마당가 조그마한 내맘대로 콩알텃밭이라 이름붙인

곳이 있었다.

작아도 너무 작아... 멋하나 해볼래도 할 수가 없었다.

마당 넓은 집에서 살아보는 것이 소원이다~ 푸념할 정도로...

집옆에 있는 텃밭을 호시탐탐 노려봤으나 할매는 꿈적도 안하신다.

감자심고 배추심어야 한단다.

물주기 가까운 곳이라 배추를 다른데 심을 곳이 마땅치가 않아...

 

올해부터 작정하고 그 텃밭을 귀퉁이부터 슬금슬금 쳐들어가고 있다.

일단 나무부터 심어보자구우~ ㅋㅋㅋ

여기 심었다가 옮겨갈께요~~~~  라고 방패막을 쳐버렸다~ ㅋㅋㅋ

이 많은 나무 이고지고 살순없잖유~~

 

할매는 꽃밭을 억수로 싫어하신다.

이유는 할배가 꽃밭마니아라서 그렇다.

할매는 책과 신문을 싫어하신다.

이유는 할배가 책마니아라서 그렇다.

할매는 철저하게 실용주의자 현실주의자시다.

할배는 언제나 꿈을 꾸신다. 영원한 소년이시다.

 

선녀가 마당을 온통 꽃과 나무로 뒤범벅 비빔밥을 해놓았을때

그 꼬라지를 보시고 할매가 말씀하시길...

닮을걸 닮아야지... 꽃나무 키워서 뭐할래? 뱀이나 끼지~

 

이제 고마 포기하시소~ 내는 내요...

 

비가 하루걸러 뿌려서 방티연못에 물이 흘러 넘친다.

꼬마새들이 놀러와 방티연못 물을 마시고 가는데

쪼르르~~ 열댓마리 앉아있는 모습이 그림이다.

날 가물어 물이 많이 줄어들어 까딱까딱 새머리가 물속에 쳐박히려고 하면

쪼차가서 물을 막 퍼부어준다.

 

콩알텃밭에 참나물이랑 벌개미취랑 궁궁이랑 섬초롱이랑 머 이것저것 심어두었는데

모두 솔숲 너머에 있는 야생초밭으로 옮길 예정이다.

옛날에 화전밭이었나 보던데... 이젠 묵어자빠져 잡초가 무성한 곳을

밀어버렸다.

나무꾼이 여기다 야생초밭을 꾸며보라고 터를 만들어줬다.

나무꾼 보기에도 콩알텃밭에서 이리저리 낑낑거리고 있는 모습이 딱했던가보더라.

 

술숲너머 산밭에까지 가자면 등산을 쪼까~ 해야한다.

꼬맹이와 나무꾼은 가뿐하게 올라댕기는데

선녀와 작은넘은 입이 댓발이 나온다.

 

산밭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쌕쌕이를 마련했는데

길이 너무 가파라 두군데서 차가 미끄러져버렸다.

삽들고 괭이들고 손을 봐서 한군데는 고쳤는데...

한군데가 연일 비가 오는 바람에 땅이 물러져... 또 차바퀴가 빠져버렸다.

 

해서 할 수 없이 외발수레로 야생초 모종들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에고야... 삭신이야...

두번 못 할 노릇이노라...

하루에 한번만 운반을 했다.

 

옮길때마다 비가 뿌려서 잘 살아붙을꺼다. 두메부추는 잎이 파랗게 키가 크고

개미취도 잎이 많이 올라왔다.

전호랑 삼나물도 제법 잎이 좋다.

작약이 산에 맘대로 퍼져있어 따로 옮겨심었다.

더덕은 아직이다.

산마늘은 싹이 얼마 돋지않아 캐옮기지를 못하고 있다.

이름모를 야생초가 하나 있는데 이넘이 어떤 모습으로 꽃이 필지 심히 궁금타...

아직까진 이렇게밖엔 못 옮겼다.

 

앞으로 더 옮겨야할 넘이

쑥부쟁이 삼백초 기린초 섬초롱 벌개미취 참나물 참취  미역취

솔패랭이 향패랭이 그냥패랭이

하얀민들레 섬개미취 꽃범의꼬리 돌단풍

산마늘 두메부추 그냥부추 달래 왕고들빼기  머 이런저런거다.

 

번식률이 높은 넘들 말고는 양이 그리 많지가 않다.

또 언넘이 몰래 파간 것이 있어 속상해죽겠다.

 

밭둑에는 나무를 울타리삼아 자라라고 돌아가며 심었다.

마가목 복분자 채리 오미자 다래 불루베리 등등...

 

참 좋은게 밭 귀퉁이에서 물이 난다는 거다.

그래서 옮겨심을때마다 물주기가 참 편하다.

밭에 물이 난다고 해서 오만상을 다 찌푸렸었는데...

삽들고 웅덩이를 파서 도랑을 내려고 했더이

물이 제법 고여...

얼레~ 이거 연못 맹글자아~~~

여기다 수생식물들 심자~~ 손뼉을 쳤다.

 

얼라들은 그런거엔 관심없고 풍덩 뛰들어가

간만에 온몸 진흙팩을 했다나 우쨌다나~~ 끙...

 

둘레를 더 넓게 깊게 파서 제대로 된 연못하나 맹글어봐야지.

그럼 야생초밭과 제법 어울리지 않겠나...

밭에 어차피 물도 필요하니.

 

나무꾼은 관을 하나 묻어 도랑으로 물을 빼자고 하지만

넘들은 없는 연못도 맹그는 판인데~ 우린 천연적인거 아뉴~ 냅둬요...

여기말고 또 물나는데가 두군데 더 있으니까 거기만 하자구요~

이건 내꺼요! ㅋㅋㅋ

 

아직 밭이 볼품이 없어 밭꼬라지가 엉성하지만

이제 한달여만 있어봐...

갸들이 일제히 키를 키우고 꽃을 피우면...

생각만 해도 입꼬리가 올라간다.

배 안고파!

 

이짓거리를 하고 댕긴다는 걸 할매가 아시는 날엔~

꽃나무 키워서 돈이 나오나 쌀이 나오나~ 하고 줄초상이 좀 나겠지만...

할매는 산길이 넘 가파라 작년 겨울 이후론 한번도 올라오지 않으셨다.

 

비가 밤새 뿌리더니

지금껏 내린다.

봄비 한번에 난초키가 훌쩍 자란다.

 

그 변화들이... 가만 앉아있게 만들어주질 않는다.

비를 맞더라도...

솔숲너머 식구들 잘 있나 둘러보고 와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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