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봄날 거름내기

산골통신 2007. 4. 9. 19:06

해마다 거름내는 일로 골머리를 썪였는데.

올해는 너무나 수월하게... 끝내버렸다. 한방에.

 

나무꾼이 고생을 했지만 그래도 해마다 똥구루마 끌고 해내던 일에 비하면...

쌕쌕이가 그 진가를 발휘했는데.. 볼만했다.

그 문제점 또한 끝내줬고.

 

할매 일 못 하시게 할 요량으로 숙덕숙덕 007작전을 짜서 매실을 대규모로 심고

남은 밭에 거름을 내야하는데.

고추밭 세군데 텃밭 세군데 뒷골밭 한 군데 이렇게 일곱 밭에 거름을 내야했다.

머 장정 일손있고 트렉터 있는 집이사 말해 무엇하리. 까짓 일도 아니지.

 

쌕쌕이에 거름을 쳐싣고 언덕을 올라 밭으로 바로 내가는데

이걸 외발똥구루마로 내는 것에 비할까.

선녀는 가만히 서서 구경만 했다.

이런 날이 내게도 오는구나 싶더라.

 

나무꾼은 한다면 하는 성격이고 끝을 보는 성격이다.

시작을 안 했으면 모를까 일단 시작을 했으면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다.

선녀와 비슷하나 또다른~~ ㅋㅋㅋ

 

노란 꽃다지꽃과 하얀 냉이꽃 무더기 위로 검은 거름이 뒤덮인다.

밭마다 골고루 깔고 관리기로 갈아줬다.

전생에 무신 인연이 있었을까~ 좋은 이웃을 만나 관리기를 빌릴 수 있었다.

빚을 내서라도 관리기를 사야한다는 나무꾼을 설득해 일단 빌려서 해보고 생각하자 했다.

나무꾼은 가만 냅두면 트렉터도 확~ 사버릴 사람이다.

한번 쓰고 일년을 냅둬야 할...

 

거름을 깐 고추밭을 갈아놓았는데 이야... 이거 초보가 한거 맞아?

보고 또 보고 입이 헤~ 벌어졌다.

작년까지만 해도 삽 하나갖고 땅을 헤집었더랬는데...

 

여자도 관리기를 몰 수 있다고 선전은 억수로 하더만.. 물론 몰 수는 있겠다싶다.

허나~ 관리기를 코너에서 돌릴때 힘이 억수로 필요하더라. 그리고 딱딱한 땅에서는

관리기를 들었다놨다 하는데 힘이 보통 들어가는 것이 아니던데...

한번 해보려다가~ 에라~~ 치워버렸다.

나무꾼도 한번 해보고 팔이 아프다더라.

 

쌕쌕이는 평지에서는 날라댕기는데 오르막에서는 문제점이 발생했다.

길이 평형이 이루어지지 않았을때는 바퀴가 들리면서 앞으로 치고 나가질 못한다는거.

이걸 보면 경운기보다 못하고 트렉터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일순 든다.

그리고 비가 와서 땅이 질 경우는 비탈길을 못 치고 올라간다.

 

거름실어내다가 길 다듬고 만드는 일에 들인 시간과 공력이 더 많았다.

그래도 일단 길을 만들어놓으면 탈이 없으니.

애써 돌과 흙을 실어다가 길을 만들었다.

 

농기계 없이 농사짓는 것은 그만하고 싶었는데...

농기계가 하나 둘씩 늘어나는 것을 보니

이제는 농사가 사람인력으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싶더라.

옛날에는 식구라도 바글바글했지. 요새 뉘 있나?

집집마다 하나 아니면 둘인데.

 

간단하고 순수하게 노후에 농사나 지어보지~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그냥 텃밭농사나 지으면 될듯싶다.

호미와 삽만으로 할 수 있는...

 

요며칠 삽질하노라고 애묵었다.

물나는 밭에 T 자로 도랑 파제끼고 물길 내기

웅덩이 파서 물 고이게 하기~

도룡뇽이란 넘이 어케 알았던지 도랑 파놓은 곳에 와서 알을 낳아놓고 지키고 있드라.

개구리들이 몰려와 짝짓기 열심이드라.

 

무지막지한 삽질에 도룡뇽알이 찍힐까봐 일일이 삽으로 떠서 안전한 곳에 놓아두고 삽질을 했다.

다 한 다음에 다시 물에 놓아주고.

도룡뇽이 산다는 건 일급수란 얘기인가?

 

이 산밭 어데서 물이 이렇게 나는 걸까?

 

앵두꽃 살구꽃이 만발했다.

앵두꽃잎이 바람에 하얗게 흩날린다.

수수꽃다리 몽우리가 부풀었다.

할미꽃이 일제히 고개를 숙이고  민들레가 다닥다닥 노랗다.

제비꽃도 돌틈바구니마다 피었고.

딸기꽃이 피기시작한다.

 

두릅이 삐쭉 솟았다. 한 일주일 여 있으면 따먹을 수 있겠다.

저거 올해도 물릴 정로 먹겠군~~

 

취나물이 제법 돋았다.

야생초 옮기기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밭이 생땅이라 말라서 호미가 먹히질 않는다.

돌구덩이 밭이라 삽질도 애먹는다.

 

그래도 이번 주 안으로 해치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