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두릅 비빔밥

산골통신 2007. 4. 18. 09:04

봄비 한번 그친 뒤에 순들이 부쩍 자랐다.

이제는 따야겠구나 하고 산비탈에 올랐더니

길쪽으로만 통통하고 아직 산쪽에 붙은 넘들은 어리다.

봄비 한번 더 와야겠는걸...

 

아침에 얼라들 줄 아침반찬이 부실해서

산나물 비빔밥을 해줄까... 하고 마당 콩알텃밭을 두리번거렸다.

참나물이 한참 올라왔는데 이넘 가지고 해줄까?

취나물이 아직 어리지만 좋을텐데.. 싶어도

이넘들이 향이 강한 것은 좋아라 하질 않아서.

 

두메부추랑 쑥부쟁이만 갖고 해줄꺼나~ 하고 한참 생각해봐도

만족스럽지 않아.

 

아직 어리지만 두릅을 조금 따기로.

통통하기가 아주 울 얼라들 애깃적 종아리 같더라.

뚝뚝 뿔개 따서 참나물 조금이랑 쑥부쟁이랑 뜯어갖고왔다.

 

물 끓여 살짝 데쳐 쫑쫑 썰어 들기름에 볶는다.

닭집에서 꺼내온 알하나 톡 깨서 휘젖고

양념간장 살짝 버무려 비벼 내놓는다.

 

잠이 덜깨 부시시... 겨우 물만 묻힌 세수를 하고 나온 얼라들

맛은 있는데 먹고는 싶은데 잠을 덜 쫓아 죽을맛~

그래도 한그릇 두그릇 해치우고 학교엘 갔다.

 

요즘같으면 장보러 안 가도 된다.

냉이 꽃다지 철은 지나고 이젠 나무 순~ 철이 돌아왔다.

오가피순도 제법이고 엄나무 순도 좋다.

두릅은 이제 다 따야할껀데 저거 누가 다 먹을까?

도시 사람들은 언제나 제철을 찾아 먹을꺼나.

 

참나물 취나물 두메부추 미역취 달래 민들레 씀바귀 속새 쑥부쟁이 삼나물 들이

언제든 대기중이다.

 

산나물 비빔밥 해먹다가 물리면 쌈밥도 괜찮다.

 

마당에  앵두꽃도 지고 자두꽃 살구꽃 참꽃이 져버리고...

황매화와 수수꽃다리가 피려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샘가 귀퉁이에 심은 돌단풍이 어느샌가 모르게 활짝 피어있드라.

배꽃 복숭아꽃은 한창이다.

그 분홍과 흰색이 눈부시다.

 

방티연못에 참새들이 자주 놀러온다.

얼라들이 그 모습을 보고 까무러친다.

 

아롱이는 게을러졌다.

아침에도 늦게 일어나고 사람들이 보여도 짖지도 않고

먹을거 줄때만 방방뜨고 안 주면 나와보지도 않는다.

아무래도 나무꾼이 버릇을 잘 못 들여놓았나보다.

산으로 들로 산책나갈때 나무꾼이 데리고 나가니까 나머지 사람들한텐 잘 안보여도

되는줄 아는가부다.

 

머구잎 속새 씀바귀 민들레 뜯어다 된장 고추장에 버무려 먹으면

역시 봄맛은 쓴맛이 제격이란 생각이 든다.

이제 쓴맛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단맛밖엔 안 느껴지는 희한한 일이 일어났다.

 

내일이나 모래쯤... 얼라들하고 같이 두릅을 따러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