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콩알텃밭과 꽃밭

산골통신 2007. 3. 4. 10:46

오락가락하던 비가 그쳤다.

날이 덥다.

내복을 벗어야할랑가보다.

 

땔나무를 정리하다가 원추리 싹이 튼 것을 보았다.

에구~ 이넘들아~ 땔나무쌓아놓은 밑에서 싹이 트면 니 어케 자랄려고 그러니?

생각들이 있는겨 시방?

여그는 땔나무가 있어야 할 곳이야~ 너들은 이사가야겠다.

 

삽들고 호미들고 구루마끌고와서 원추리 이사시키기 작업을 벌였다.

이넘의 원추리가 얼매나 덩치가 큰지... 삽 아니면 파내지도 못 한다.

새끼를 있는대로 쳐놔서리... 둥그렇게 삽으로 파서 떠냈다.

에고... 한 아름이네...

 

여그 노랑삼잎국화도 한무더기 있었는데... 어델 갔나?

할배가 가꿔놓으신 꽃밭이 할매손에 전권이 돌아간 뒤로는

꽃밭이 형체도 없이 사라져버렸다.

그 덕분에 땔나무밑에 쳐박히고 닭집한테 터를 내주고...

 

도랑가 앵두나무옆에 줄줄이 뜯어말려 심어주었다.

헛간 뜯어낸 자리가 자꾸 허물어져... 그 돌담사이사이에도 꾸겨박아주었다.

너들은 이제 여그서 살아.. 대대손손~ 여그는 뉘가 손대는 삼시랑이 없을껴...

앵두와 해당화와 산수유가 자라는 도랑가엔 이제 원추리식구가 이사와 모여살게 되겠다.

 

그옆 콩알텃밭엔 참나물이 무성히 올라오고 있는데

먼넘의 잡풀들이 그리 많은지... 아직 호미질을 해갖곤 풀을 잡을 수도 없을만치 다닥다닥

붙어있었다. 땅이 질퍽거려서... 득득 긁어낼 수도 없고... 쫌 기둘려야겠다.

 

벌개미취들이 쳐들어온다.

마치 개미처럼 쳐들어온다. 못 살겠다.

꽃범의꼬리가 자라고 있다.

초롱꽃이 번진다.

이거 뜯어말려야겠다.

도저히 못 봐주겠다.

 

참나물을 한군데 모여살라고 금을 쫘악~~ 그어 둑을 맹글었다.

정구지하고 두메부추하고 동그랗게 울타리를 팍 쳐버렸다.

벌개미취들이 땅속에서 얼매나 쭉쭉 뻗어나갔는지 호미질 할 때마다 뚝뚝 뿌리가 끊어진다.

사정없이 호미질을 해서 끊어버렸다. 더이상 나오덜 말엇! 여그까지여!

너들은 여그! 니들은 여그!

 

꽃범의꼬리가 몇포기 안 심은 걸로 알고 있는데

이넘들이 잔디를 이겨묵는다.

막 번진다.

야들도 경계를 지어줘야 할꺼나?

 

이제사 야들의 성질머리를 알겠다.

꽃범의꼬리하고 벌개미취하고는 지들 맘대로 뻗어나가도 되는 한갓진 곳에 심어야한다는 걸...

 

해서 어제는 하루종일 그 일을 해야했다.

옥잠화도 지혼자 살게끔 호젓한 귀퉁이에 옮겨심어줬고

노랑삼잎국화도 저짝 항아리근처로 옮겨줬고

 

하이고~ 삽질 호미질을 억수로 했더이 에고... 힘들다.

쑥부쟁이랑 토종국화 대궁을 겨우내 정리를 안 해줬더이 지저분해보여서리 낫으로 팍팍 쳐내주었고

 

콩알텃밭이고 꽃밭이라지만~ 거그 살고 있는 넘들이 개성이 강해서리...

교통정리를 해줘야만 사이좋게 살 수가 있다.

 

방아잎이 돋았다.

이제 이곳은 방아터가 되겠네. 잘되었다.

방아도 번식력이 어지간해서 한갓진 곳에 심어줘야 한다.

 

낮 기온이 봄날 뺨치게 좋아서

비닐장막을 쳐놓았던 창문들이며 문짝이며 다 걷어치우고 벗겨냈다.

꽁공 잠겨있던 창문을 열어제끼고 나이~

얼라들이 젤루 좋아라한다.

이제 이넘들 문으로 안 댕기고 창문으로 훌쩍 훌쩍 넘어댕긴다.

방금도 딸내미~ 창틀에 올라가 폼을 잡더이 펄쩍~~~ 마당으로 뛰나간다. 이넘아!

 

집안이 다 훤하다~

이넘의 성질머리가 어데 막힌 곳을 안 좋아라 한다.

집 끝에서 끝까정 확~ 일사천리로 통해서 보이게끔 터놓았다.

 

이제 마을 앞 뜰이 보이고 내가 보이고 물건너 산이 보인다.

가만 앉아서 다 볼 수 있다.

뉘가 마을로 들어오는지 나가는지~ ㅎㅎㅎ

아롱이는 할 일이 없다. 잠만 퍼질러 자고 있다.

저넘이 나이가 들더이 게글러졌다.

 

이넘 작은넘 또 창문으로 뛰나간다. 이거 클났네~  ㅠㅠ

 

오늘 저녁에 냇가 뚝방에서 달집태우기를 한다는데...

준비는 다 해놓았다는데...

머 폭우가 내린다꼬??

 

얼라들~ 거기 갈려고 친구들이랑 두루두루 약속을 잡아놓았다던데...

거기서 만나자고...

작년에 쓰던 쥐불놀이 깡통도 다 꺼내놓았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