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양파밭 구멍뚫기

산골통신 2007. 3. 2. 11:26

양파를 심었나?

냉이 심은거 아녀?

 

요즘 마늘밭 양파밭 구멍뚫어주기 한판이 벌어졌다.

남한 일대 다 그럴끼다.

풀약을 치고 구멍뚫어진 비닐을 쓴 밭은 빼고.

 

마늘은 진작 뚫어줬고

양파밭엔 엄두를 못 내다가~ 머 이런저런 일이 겹쳐서리...

한 며칠 정신없었다.

 

어제사 양파밭 끝장봐야지 하고 올라갔다가

비닐안 속 사정을 딜다보이... 기맥혀~

 

이기 냉이씨앗을 뿌려놓았나...

머가 이리 냉이가 많노?

 

비닐을 확~ 걷어제꼈다.

이거 풀부터 잡아야지 양파꺼내는기 일이 아니네~

양파가 풀속에 갇혀 안 보이네~

 

호미로 일일이 뽑아제끼다가~ 성질급해

걍 양손으로 잡아제꼈다.

호미가 성가시다.

앞으로 휙~ 뒤로 휙~ 풀들이 작살난다.

양파는 먼 신세고~ 풀은 먼 신세더냐~

 

밭마다 둘 셋이 쭈그리고 앉아 일하는 모습이 눈에 띈다.

저집도 풀이 엥간한가보다. 비닐을 제끼는걸 보이~

 

한참 하고 있는데 아지매 둘이 냉이캔다며 올라오신다.

울밭에 좀 있느냐며...

낼모레 보름에 먹을거라네~

아이구~ 우리도 캐야는데...

 

아지매들은 자기네밭엔 확~ 풀약을 쳐버렸다나...

언제 그 풀들을 다 뽑고 있느냐고~ 못한단다~

징그럽단다. 에고~ 그렇다고 그 독한 풀약을...

그럼 양파가 괘안켔소???

머 양파재배 많이 하는 곳엔 다 그렇게 한단다.

그 풀을 무신 수로 감당을 하느냐고...

그럼서 아지매들은 냉이를 캐시고 선녀는 풀을 지겹게 뽑았다.

 

저 멀리 이웃집 양파밭은 왜 저렇게 푸를까~

우리 양파밭은 왜 이렇게 허열까~

궁금했는데... 알고보이~ 그집 양파도 풀속에 묻히고 풀이 무성히 자란 거였으~ ㅋㅋㅋ

 

굵은 철사를  구부려 맹근 놈으로 구멍을 뚫어 양파잎을 꺼내는데

에고 이것도 재주라~ 참 안 되네...

줄기가 뚝뚝 끊어져버린다. 이리 해도 안 되고 저리 해도 안 되고

양파만 작살내고 있다 시방~

 

그래도 끈질기게 기술을 개발???하야~ 애를 쓴 결과

그런대로 잘 끄집어내게 되었다나...

 

혼자 하는 일... 신명이 안 난다.

그냥 중얼중얼... 노래도 불러가며 일을 한다.

오늘도 할매는 어지간하시면 올라오실텐데~ 안 올라오시는 걸 보이...

몸상태가 심히... 편찮으신가보다.

당신 성품에 일을 냅두고 누워있으실 분이 아닌데...

벌써 일주일 넘게 밭에를 못 올라오셨다.

달구집에도..

 

덕분에 요즘 선녀 일과가 두배로 늘어나버렸다.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잠시잠깐 쉴 새가 없네...

올 정초 신수를 봤을적에... 올해 무지 바빠질거라 하시더이...

진짜 바빠서 팔짝 뛴다.

 

집마당에서 소마구로 올라가는 언덕바지에 계단을 억지로 맹글었더이..

자칫 발을 헛디디면~ 마당까지 데굴데굴 뒹굴어 내려오는~ 그런 불상사가 생긴단말다.

해서 공사를 벌렸다.  일 저지르는데는 부창부수라...

오늘 공사가 대충 끝났다.

비가 뿌리고 해서 비닐로 덮어놓았는데...

사후약방문이며~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라...

그래도 우짜냐~ 재발방지를 위해선~ ㅠㅠ

 

우옛거나

다 뽑은 풀들은 달구들한테 던져주고~

냉이만 조금 캐갖고 내려왔다.

오는 길에 쪽파도 좀 뽑아오고~ 무신 반찬을 좀 맹글어야 하나...

 

낼모레가 보름이라...

봄비 오시는 덕에 보름달은 볼 수 있으려나~

쥐불놀이 한다는데...

얼라들은 거기 가려고 벌써부터 발을 동동 구른다.

달집태우기를 봐야한다나...

 

또 어쨌거나~

양파랑 마늘밭엔 구멍만 뚫어주고 흙은 안 끼얹었다.

이번 봄비를 푸욱~ 맞힌 다음에 해줘야지.

갸들도 물은 묵고 살아야 하덜 앉겠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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