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송아지 낳다.

산골통신 2007. 2. 25. 21:51

며칠 전부터 송아지 산달 예정일이 언제인고
딜다보고 있었다.

한넘은 이월 스무이레고
한넘은 삼월 열아흐레라...

인공수정사 아저씨가 주고간 영수증을 서랍에 눠두고 보는데
아직 이틀남았잖여~ 아직 샅이 덜 부었는걸?
젖이 덜 내렸다고... 젖이 불어야 새끼를 낳지.
또 밥을 넘 잘묵는걸... 새끼 낳을 날 되면 한끼를 굶는다던데...

이럼서 마구 청소도 안 해주고 내일 하지 머~ 미뤘다.
밥주면 넘 잘 묵드라고~ 옆엣넘 여물통껏도 뺏아묵드라고~


오늘 식전에 ... 소밥주러 올라가려는데 할매가 나와계신다.
소가 새끼낳으려고한다.
꼬리를 치켜들고 소리를 지른다.

에구~ 어여 고삐를 풀어줍시다~
소마구 소똥 끌어내줍시다.
막 서둘러 소똥 구루마 들이대고 조금있는 소똥을 긁어내주고
짚북더기를 듬뿍 깔아주고 소고삐를 풀어줬다.

그래야 송아지를 낳고 돌볼 수 있기 땜시...

소도 아는가? 고삐줄이 풀렸다는거...
고개를 휘휘~ 돌려가며... 마구 안을 돌아댕긴다...

진통이 오는지... 자꾸 소리도 질러보고... 꼬리쪽에 힘을 준다.
흠... 한 나절 있어야 낳을란가? 초산이 아니니 빨리 낳을꺼야.

예정일보다 앞서니 암송아지 낳을거 같은데...
암송아지 낳으면 키워야지.

아침을 먹고 어찌됐나 궁금해 올라가보니...
아이구야...

금방 낳았나보다. 김이 펄펄 나는데...
어미소가 송아지털을 핥아주고 있다.
쉽게 낳았네... 다행이다.
날도 안 춥고... 비는 오락가락하지만...

그새 우리 아침밥 묵을 그 순간에 혼자 그리 낳았냐 그래...
쫌만 기둘리지... 에구... 도와주지도 몬하고... 애썼다.

암놈인가 숫놈인가 궁금하지만 어미소가 얼씬도 못 하게 하니 냅뒀다.
사람을 억수로 경계를 한다.

이제 태를 낳아야 하는데 아직 안 낳았나보다.
태를 낳으면 어미소가 다 묵어치운다.
사람보다 훨~ 낫다!!!

소 물을 듬뿍 주고 짚북더기를 더 깔아줬다.
송아지가 금방 일어선다. 어미 젖을 찾는다.
어미소가 거부를 하지않고 받아들인다. 이또한 다행이다.
어떤 어미소는 젖을 먹이려고 들지 않아 강제로 기구를 써서 송아지 젖을 멕인 적이 있었다.

저녁 나절에...
소고삐를 다시 매러 들어가니
이넘의 소가 눈치를 채고 슬슬 피한다.
고삐를 풀어주니 얼매나 좋았을까? 비록 좁은 소마구 안이었지만
돌아댕길 자유가 주어졌으니...
안 잡히려고 구석으로 도망을 치는데...
덥석 코뚜레를 욺켜쥐니 꼼짝을 못 한다.
소는 코뚜레를 잡으면 힘이 장사인 황소라 할지라도 꼼짝 몬 한단다.
선녀가 코뚜레를 잡고 할매가 고삐를 쇠기둥에 잡아맸다.

소가 난리가 났다. 구석에 숨은 송아지를 찾노라고~
묶인 고삐를 막 잡아댕기며 울부짖는다.
에그~ 못 볼 정경이다.
그래도 우짜니... 인간이라는 못된 종자 만나 이 고생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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