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도시같으면 어차피 치러야 하는 노동절이라 이름붙이는 그런 명절이고요.
산골같으면... 마치 잔치같은... 그런 쾌활함이 묻어나는 그런 명절이지요.
저한테는 그래요.
가마솥에 왕겨불 때서 감주를 한솥가득 맹글고요. 달디 달아도 설탕 하나도 안 들어간...
곶감 맹글어놓은거 언넘이 손댈까 단속하고~
가래떡 뽑으러 김이 서려 안경낀 사람 고역인 방앗간에 나래비 줄서야하고요~
메밀묵도 한솥 끓여놓고
두부도 두어판 눌러놓고...
콩나물도 한시루 길러놓고...
무구덩이 무 꺼내오고 배차도 꺼내놓고
며칠 전부터 벅적벅적대지요.
손 많이 가는건 미리미리 해놓느라고
하루 전날 며느리들 오면 손쉬운거 하게 하느라고 할매들은 부지런을 떨어요~
설 전날이면요~
전부치느라 골목골목 기름냄새 진동하고요~
가래떡 써느라 솜씨자랑도 좀 해보고요~
항상 같은 재료로 끓이는 탕 냄새가 저에게는 마치 아득한... 어린시절을 떠올리게 해주지요...
평소엔 점점 비어가는 산골이라해도...
한집당 차 두어 대는 서 있네요.
모처럼 고향에 온 산골출신 청년들 마실 어른들께 합동세배하러 마실 한바퀴 도네요.
청년들 따로 장년들 따로..
설 쇠고 난 다음날이나 그 다음날은 아지매들 할매들 날이기도 하고요.
설 쇤날 집집마다 서로서로 떡이며 전이며 이러저런 상을 곱게 꾸며서 돌리지요.
그러면 집집마다 어떤 음식을 차렸는지 또 덩달아 그 음식솜씨도 환~ 하게 알게 되고요.
이런저런 풍습들은 다 사라져가고 없지만...
마을 어른들께 세배하러 다니는 것과 음식 나누는 것은 남아있네요.
도시로 다시 가는 차 트렁크엔... 무신 짐들이 그리 그득인고~
다 싣지를 못해 뒷자리에도 그득~ 발 디디는 곳에도 그득~
그래도 다 못 가져가 나머진 택배로 부치소 마! 이러는 삼시랑도 있드라~ ㅋㅋㅋ
헌데!!!
모다 와서 먹고 놀고 가져 가는건 좋다 이기여~
흠흠~
가마솥에 왕겨불때서 맹근 감주~~
뉘가 다 퍼갔노???? 엉~~ ㅠㅠ 따로 쌔벼놓을껄... 후회막심이로다...
설마하니 그것까정 퍼갈 줄은 내 몰랐다... ㅠㅠ
또!
애써 장작 땔나무 장만해놓은거~
뉘가 다 쳐땠노????
밤새 마당에서 캠프파이어했나???
온통 시커멓네~ 으이~~
이제 봄이니~ 땔나무는 그리 아쉽지 않은데...
그 감주가 눈에 아른거려~ ㅋㅋㅋ
할매요~~ 우리 또 한솥 끓입시다예~~ 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