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돌 돌 돌...

산골통신 2007. 2. 22. 11:34

왜 이케 돌이 많은겨...

시상에... 온통 돌투성이 밭을 둘러보면서

이걸 묻어 말어?

작은넘은 묻어버렸! 소리를 냅다 지른다.

 

온식구가 죄다 밭에 올라가 하루종일 돌을 골라낸다.

너들은 군데군데 돌탑을 쌓아라~ 우리가 수레로 실어낼께.

얼라들은 돌을 주워모아 탑을 쌓는다.

큰넘은 역시나 힘이 좋아 제법 큰 돌~ 바위덩이를 골라낸다.

작은넘도 꾀 안 부리고 일을 하는데

이넘의 일 잘한다고 소문자자했던 꼬맹이가 말을 안 듣는다.

왜 이케 얌전했던 얼라가 까불이가 되어버렸을까나...

쇠깔끼를 들고 고르라는 돌은 안 고르고 엄한 흙만 파제낀다.

 

큰넘과 나무꾼은 위짝에서

작은넘과 꼬맹이와 선녀는 아랫짝에서

골라내도 골라내도 끝도 없이 나오는 돌덩이여...

 

큰넘 장갑이 그만 손구락마다 빵구나 나버렸다.

이어 선녀 손구락도... 징하다.

 

매실들은 그런대로 잘 살아붙는것 같았고

물 나는 데도 물길을 만들어줘서 그리로 흘러내린다.

나중에 이 물갖고 연못을 맹글면 어떨까나...

 

돌아~ 돌아~

어데서 이렇게 나오니.

큰넘은 돌이 눈에 띄는대로 휙휙~ 산쪽으로 도랑쪽으로 막 집어던진다.

 

수레에 잔뜩 싣고 끌고가자니 입이 딱 벌어진다.

수레 바퀴가 팍 쭈그러든다. 이거이거 바람빠진거 아니냐?

돌을 덜어내야했다.

나무꾼은 욕심껏 싣다가 가다가 수레가 옆으로 휘딱 자빠져버렸다~ ㅎㅎㅎ

 

장마때 흙이  안 쓸려내려가게 비탈 아랫쪽으로 돌무더기 울타리를 쌓는다.

엄청나다.

갖다 부어도 부어도 흔적이 없다.

이거 오늘 하루에 못 하겠소~ 내일 또 와서 합시다.

한 사나흘 꼬박 해야할 일꺼리요~

 

얼라들이 야단이다. 왜 이케 돌이 많냐고~

이 마을 이름에 돌이 들어가있잖냐~~ 괜히 그리 지었겠냐~ ㅎㅎㅎ

호미로 땅을 긁적이기만 해도 돌이 튀어나오니~ ㅎㅎㅎ

 

큰넘은 돌을 녹이는 기계가 없느냐고 푸념이고~

작은넘은 돌을 갈아버리는 기계가 없느냐고 야단이고~

꼬맹이는 돌을 어데로 날려버리는 기계가 없느냐고 아우성이다.

 

이넘들아 잡소리 그만하고 일이나 혀~

시작이 반이여~

 

아롱이까정 끌고와서 노느라고 일은 뒷전이다.

 

산 밭에 일하러 올라가면서 얼라들...

우리 물 가지고 갈까?

감주 가지고 갈까?

귤도 가지고 가자~

배도 가지고 가자~

과자도 갖고 가아~

 

해서~ 바구니 그득 뭔가 먹을 거를 담아갖고 올라갔다나...

일은 별로 안 하고 이넘들~ 새참은 빡시게 챙기네...

 

일한 흔적은 별로 안 되는데 해는 머리위에 올라앉아있고...

얼라들은 새참 먹자고 야단이고...

 

넓고 펑퍼짐한 바위위에 돗자리를 깔고 참거리를 펴놓는다.

얼라들만 신났다.

감주를 컵에 퍼담아갖고 먹는다.

 

할매가 이번 설에 가마솥에 왕겨불을 지펴 맹근 감주다.

설에서 온 사촌들이 맛있다고 몽땅 퍼가는 바람에 우리는 솥바닥을 긁어야 했다.

 

꼬맹이가 돌을 고르다가 고양이 닮은 돌을 발견했다고 좋아라~ 고함을 지르고 들고뛰온다.

희한하게 고양이 귀처럼 삐죽삐죽 생긴 돌이다.

작은넘은 거북이 닮은 돌을 발견하고 데굴데굴 낑낑 굴려갖고 온다.

언뜻 보면 두꺼비같기도 하고 거북이 등같기도 하다.

 

얼라들이랑 같이 일을 하면 시간은 빨리 가서 좋긴 한데~

일 진척은 별루다~ ㅠㅠ

 

올해는 어지간히 바쁠거 같다.

예감이 그렇다.

선녀 일복이 터진건 예나지금이나 변함이 있으랴마는...

이 일 저 일 다 치러내자면 밭일을 좀 줄여야겠지?

논일은 그럭저럭 해나가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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