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바람부는 마늘밭

산골통신 2007. 2. 26. 14:44
 
처음 홀로 밭일을 했다.
이젠 홀로가 많아질거다.
 
마늘밭 비닐 속엔 마늘잎들이 비닐을 들치고 나오려고 한참 부풀어있다.
그걸 하나 하나 구부린 철사고챙이를  갖고 일일이 구멍을 뚫어 대궁을 꺼내준다.
쪼그리고 앉아 정신없이 한다.
고랑이 얼매나 긴고... 올해는 반으로 줄었나...
뉘가 이렇게 마늘을 많이 묵노... 우리도 수행자들처럼 묵지말지~
양파밭 한고랑도 비닐이 불쑥 불쑥 부풀어있다.
저넘들도 끄집어내줘야 할꺼다.
 
밭에 지렁이가 많나~ 두더지란 넘이 온통 울퉁불퉁 지나간 흔적을 냄겨놔
쑥쑥 마늘이 빠진다.
일일이 메꿔가며 헛고랑 흙을 호미로 득득 긁어 두손그득 움켜쥐고 끼얹는다.
구멍을 일일이 메꿔야 꽃다지며 냉이며~ 명아주며.. 독새풀이며...
그 틈새로 안 겨올라온다.
비닐 속이라 뜨셔서 그런가~ 냉이들이 웃자라 참 볼만하다.
이런 냉이는 잘 안 묵지.
 
한 고랑 반은 올마늘을 심었고
한 고랑 반은 늦마늘을 심었다.
늦마늘은 이제사 손톱만치 올라와서 아직 구멍은 안 뚤어줘도 된다.
 
한참 뚫고 있는데 소방차와 소방관들이 우르르~~ 올라온다.
으이? 저기 머꼬? 산불났나??
앵앵~ 소리도 못 들었는데...
둘레둘레~ 사방을 둘러봐도 연기 흔적도 없는데 먼 일일꼬...
이 골짝까정 산불끄기 훈련을 온 것도 아닐꺼인데...
 
한참 지켜보이 아하! 어이없는 웃음이 난다.
언제적인가~ 뒷골밭 아래에 사는 홀애비...
엄한 이웃집 홀어미네 마당 가마솥에 물을 끓이다가 그 불이  가마솥 뒤 논둑으로 옮겨붙어
마침 불어제낀 바람을 타고 위 아래 논둑 세 개 다 태우고 논바닥 풀 다 태우고.. 고속도로 내듯이 막 산비탈로 옮겨붙을 위험천만~  말 그대로 난리 버거지가 난 적이 있었더랬다.
할매가 맨처음 발견하고 쪼차가 온동네 사람들 산불 났소~~ 소리소리 질러
산동네 사람들 꽹이들고 삽들고 올라가 불을 허겁지겁 끈 일이 있었더랬다.
 
바로 그 논엔 일년 묵은 풀들이 자라고 있었는데...
한번도 풀베주지 않은... 작년 가을 갈대꽃이 참으로 이뿌게 폈던...
그 풀들을 소방서에서 산불방지차원에서 소방차 대기시켜놓고
아예~  불을 놓아 다 태워버리러 온 참이었던 그런... 웃지못할... ㅋㅋㅋ
그러니 소방차가 왔는데 앵~ 앵~ 소리가 안 나고 소리소문없이 왔지.
 
덕분에 그 논에 붙은 울밭 둑 청소는 잘 했다마는~~
그 옆 묵은 밭은 왜 냅두고 갔는지~ 에잇! 하는 김에 다 해주고 가지~
그짝은 산쪽이 아니라고 냅두고 갔구만~ 쯔비~
 
정작~ 그 산불낼 위험분자 홀애비는...
멀뚱멀뚱~ 구경만 하고 섰었더라나...
 
매실 서너 그루 시커멓게 탄 손해는 뉘한테 청구해야 하나...
그 홀애비한테 뭐라 말을 하려해도~ 또 산불낼까봐 입 꼭 다물고 산다. ㅠㅠ
 
마늘밭에서 일하다 말고 산밭에 있는 닭집을 쳐다보니 시끄럽다.
장닭 두마리가 암탉 여섯마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수시로 싸우고 말을 일궈 문을 살짝 열어줬더랬다. 이넘들아 넓은 밭에 나가서 싸워도 싸워라~ 함서..
 
그랬더이 이넘들~ 산으로 싸그리 올라가버리고 없다.
이넘들~~ 넓은 밭에서 싸우랬지~ 산속에 들어가서 싸우랬냐?
안 내려왓!
 
오후 한나절을 이넘들 안 내려오고 해가 지고 껌껌해질 무렵에야 슬금슬금 나타났다.
두넘 장닭중 한넘이 졌던지 따로 꼬랑지로 겨내려오드라.
승부가 난 건가? 이젠 조용하겠군!  계속 싸우고 그러면 잡아물랬더이...
 
늦마늘 한 고랑 반 구멍 다 뚫고 내려왔다.
이웃 논 밭엔 거름 다 내갔고 다 갈았다.
날이 푹하니 농사철이 일찍 당겨질거 같다.
이래 가물면 모자리 할 물이 자래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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