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이 곧 닥친다.
할매는 설에 쓸 이런저런 먹거리들을 미리 장만하시느라
바뿌시다.
콩나물을 벌써 두번째 시루에 앉히셨고
오늘은 두부도 눌러야 한단다.
메밀도 또 한차례 방앗간에 가서 갈아왔고
제수용품도 장날에 나가서 사갖고 와야 한단다.
이런저런 날짜를 달력을 보면서 맞춰보면서...
벌써 이래 세월이 지났노...
겨울이 언제 갔노... 세월 참 빠르다.
눈 깜짝하면 금새 후딱~ 저 멀리 가버리는 세월때문에 겉늙는다말다...
메밀을 빻으려면 하루전 저녁에 미리 물에 담갔다가 소쿠리에 건져놓아야한다.
그래야 잘 빻아지거등...
슬쩍 계피를 내는 거이 아니라 빻는 것이기땜에 방앗간에 가서 말을 잘해야한다.
계피를 내기도 하고
빻기도 하고
녹쌀을 내기도하고...
방앗간에서 젤루 좋아라 하는 건 계피내기다.
쉽거등~ 빻는건 손이 한번 더 가야하고~
녹쌀내는건 좀 까다롭거든~
사실 녹쌀내면 메밀묵 해묵긴 참 좋지...
시중에 팔리는 묵가루가 이 녹쌀이다.
헌데 희한한건 껍질채 빻아갖고 묵을 걸러야 묵 색깔이며 맛이며 더 고소하다는거!!!
방앗간에 검정콩하고 메밀을 빻으려고 갔는데
벌써부터 가래떡 뽑느라고 방앗간 안이 온통 후끈이다.
떡 시루에서나오는 김이 서려 앞이 안 보인다.
앉아계시는 할매 아지매들이 얼매나 많던지...
문을 열고 입을 딱 벌리고 서 있으니까~ 할매들이 언넝 문 닫으라고~ 바람들온다고~ ㅎㅎㅎ
할매들처럼 마양 앉아 기다릴 수가 없어 걍 맡겨놓고 와버렸다.
우린 가래떡을 설 전날 뽑을끼다. 그래야 꼬들꼬들.. 바로 먹기도 좋고 썰기도 좋고...
미리 해놓으면 다 썰어놓아야 한단 말다...
질금콩을 시루에 앉혀놓고 위에 볏짚을 얹어놓았다.
햇볕을 보지 않게 해야 퍼렇게 질기지 않고 노랗게 잘 크는데
물을 자주 줘야 한다고~~
물 자주 주지 않으면 잔발이 나고 질겨져서 맛 없다고오~
또 추워도 잘 자라지 않고 넘 더워도 웃자라서 볼거 없다구우~
이래저래 신경을 쪼매 써줘야만 하는 콩나물 키우기다.
겨울엔 이 콩나물만 있음 반찬걱정 없다고.
두부 몇모 해놓고 콩가루 빻아놓고~
달구새끼들이 가끔! 낳아주는 달걀하고
김치통에 그득그득 넣어둔 김장김치하고~
언젯적에 장에 갔는지 가물가물하다...
오늘 아침에도 얼라들 콩나물비빔밥해줬다.
참기름양념장 맛있게 맹글어서 김가루에다가 콩나물무침에다가
금방 한 현미밥에... 쓱쓱 비벼서 들기름에 부친 달걀부침에다가 주면
한그릇 후딱이다.
땅이 녹는다.
비 한차례 뿌리더니 겨울은 온데간데없고
발이 푹푹 빠진다.
오늘은 전지가위들고 톱들고 과실수 전지하러 간다.
바람이 좀 덜 불었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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