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산골 마을에 초상이 났다.
이 마을에 살다 몇년 전에 대처 자식네로 간 할매신데...
아흔이 훨 넘으신... 백수를 바라보시던 할매셨다.
어제까지만 해도 비도 오고... 기온도 떨어지고 해서 은근히 장삿날 걱정을 좀 했었는데...
오늘 다행히 비는 안 왔지만 땅도 질고 날도 서글프고... 바람도 불고...
사람들이 좀 고생을 했다.
나무꾼도 오는 날이 장날이라 마침 상여멜 사람이 부족해
그참에 상여를 메게 되었지.
우리하고도 인연이 깊은 분이신지라 일부러라도 해줘야 할 일이었다.
주말이거나 휴일이었으면 대처 자식들이 많이들 왔었을텐데...
발인이 평일인지라 어쩔 수 없이 적은 인원수로 다들 바빴고 고생을 해야했다.
그래도 호상인지라... 맘의 부담은 적었고...
옛날 마을에서 공동으로 쓰던 상여는 나무로 짠 것이어서 무겁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더랬는데
나무꾼도 메는 사람들끼리 수평이 안 맞으면 어깨가 짓눌려 꽤 아팠더란다.
요새 상여는 조합에서 일회용으로 만들어진 것이라 가볍고 나중엔 태워버린다나...
아지매들은 묘역아래 잔반 마련하는 곳에서 문상객맞을 상차림을 거들고
장정들은 모두 산에 올라가 묘역일 하러 갔다.
날은 서글프고 참말로...
콧물은 필필 나고~ 옷을 얇게 입고 나왔더이 춥기도 하고...
나무꾼이 혹여 옷을 헐하게 입고 산에 간 것은 아닐까 걱정시러버~ 꼬맹이를 시켜 잠바를 가져다주게했으나
다행히 옷을 단디 입고 갔었다네...
요샌 산골에서도 시 교외에 있는 장례식장이나 병원 등에서 하는 걸 선호한다.
산골 인구가 자꾸 줄어들고.. 옛날 전통식으로 상여가 나갈려면...
사람수가 어지간해야하는데...
타지 놉을 사서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상포계가 있어 집집마다 하나씩 나오게 한다하지만
세월 이길 장사가 어디 있나...
초상 날때마다 누구네가 왔니 안 왔니 두런두런 잡음이 일지만 세태가 그런걸 어이할 수가 없다.
엄마 아빠가 장삿집에 일 거들러 가고 없는 사이에 얼라들은 점심도 못 얻어묵고~
그냥저냥 때웠던가보더라...
할배 점심하고 소밥주러 왔다 가야했었는데... 할매가 하시겠거니... 하고
또 일찍 점심전에 끝나겠거니... 하고 무심했었는데...
부랴부랴 집엘 와보이... 붕어빵을 구워 먹고 말았다나...
나중에 고기하고 전하고 보따리 보따리 얻어와서 멕였다.
이런저런 큰일때마다 일회용 식기나 물품들 쓴다고 다들 한소리들 하겠지만...
막상 큰일 닥쳐보면 일할 사람 없다.
누가 궂은 일 도맡아 일 해줄라하겠노.
산골 인구들 해마다 줄어들고... 세월은 그 사람들 머리위로 하염없이 먹어들어가는데...
뉘있어 물일 거친일 팔 걷어부치고 해줄 수 있겠노...
다... 안 해보고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인심 사라져간다고 탓할 일도 아니다.
대안없이 비판만 할 순 없다.
대안마련이 시급하다.
날도 궂고 맘도 궂은 날...
하늘은 햇살 한번 비춰주지 않고 저물어 갈 모냥이다.
산골 마을 사람 다 모여도 북적북적하지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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