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방아찧으랴~

산골통신 2007. 2. 7. 12:03

설에 써야 할 쌀방아를 다 찧었다.

가래떡쌀도 찧었고 먹을 쌀도 찧었다.

대처로 보낼 쌀도 찧었고 이런저런 쌀들을 몽땅 찧노라고 바빴다.

 

영차영차 나락푸대를 이고지고 끌고와서 놓는 일...

슬슬 요령이 생긴다.

이 동네 어떤 아지매는 나락푸대 이십키로는 번쩍번쩍 짊어진다나...

 

방아기계에 나락들이붓는 일~ 이것도 요령이 생겨 한번에 싹 넣을 수 있다.

느는거이 꾀요~ 요령이다.

 

나머지는 나락들어가는 거하고 쌀 도정되는 것만 지켜보면서 조절해주면 된다.

아~ 쌀 퍼담는거... ㅎㅎㅎ

몸 하나가 참말이지 분주하게 움직여야만 쌀 한 푸대가 찧어진다나...

할매는 총감독이다. 

 

다 찧고 택배 부칠 건 부치고나이~ 온몸이 먼지투성이다.

당가루 나오는 곳하고 왕겨나오는 곳에서 나는 먼지들이다.

나락먼지가 참 대단하지.

쌀 방아찧어나오는 것 만치 왕겨는 나온다.

쌀 도정수가 어찌되느냐에 따라 당가루 나오는 양도 달라진다.

 

어제는 대처로 가는 쌀이 많아서 약 5분도에서 7분도로 찧었더니

당가루가 묵지근하다. 아이고... 이거 쌀 다 깍여나간거 아이가~~

아까워 우짜노~

도시 사람들은 우째 다 깍아내고 먹노 말이다...

우리 먹을 쌀 찧을때는 당가루가 쪼매 나오고 마는데...

 

왕겨를 바로 푸대에 담아 영차~ 짊어지고 소마구에 갖다놓는다.

소 엉디에 깔아줄꺼다. 그럼 소똥하고 섞여서 좋은 거름이 나온다.

소들도 억수로 좋아라하지... 팔짝 뛴다!

 

당가루는 콩잎하고 이런저런 잡동사니하고 섞어 버무려서 소 간식으로 준다.

그냥 당가루만 주면 싫어라 한다.

옛날에는 아궁이 가마솥에 죽을 쒀서 줬다는데

가끔 소가 안 먹고 투정부릴때는 우리도 죽을 쒀서 주기도 한다.

 

이래저래 버릴 것 없는 쌀 방아찧기다.

방앗간에 흩어진 쌀이나 싸래기 나락들은 달구새끼들이 쪼차와 다 쪼아먹으니

머 따로 청소할 필요도 없는기다.

 

방아찧으면서 생각난 것이 왜 정미소에 가면 쌀을 하얗게만 찧어줄까...

왜 현미를 찧어달라면 그렇게 싫어라 할까나...

궁금했는데...

 

나락이 잘 마를대로 마르면 나락이 안 나온다.

하지만 날이 습기가 차서 눅거나 잘 마르지 않은 상태의 나락은

하얗게 찧지 않으면 중간중간 나락이 섞여나와서 파이다.

그러니 분도수를 확~ 올려서 허옇게 찧으면 나락 섞여 나올 일이 없어 좋다 아이가~

머 대충 이런 생각이 들더라...

맞거나 말거나...

 

오늘 논에 짚가리 짚단들 가져온다.

놉을 아무래도 한 사람 사야 하지 싶다.

나무꾼은 일이 바빠 정신 못 차리니 우예 할 수가 없다.

가만히 조용히 살고자 하나 주위에서 가만 냅두질 않는단다.

어제도 오늘도 공적인 약속이 몇개나 잡혔는지... 밥이나 제대로 먹고 댕기는지 몰겠다.

어제 군불 억수로 때놓았는데~ 쥔장이 없으니 헛불땠다 말이다...

 

다들 논일나가고 없는데 누구를 붙잡아오노 말이다~

나혼자선 절대로 안 할끼다~

낼모래 비 퍼붓는다 해도 안 할끼다~

 

마을에 초상이 났다.

전에 울집에 사시다 대처 자식한테 간 아흔 훨 넘으신 할매신데...

아흔넷? 다섯?

 

태어나는 이 없는...

북망산 줄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