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가 입춘이었다고라...
말 그대로 봄이라는데.
봄...
겨울이 실종된 겨울...
봄은 제대로 올려나.
올 겨울 소마구 물통에 물이 얼지 않았다.
해서 들통 양손에 뜨신물 낑낑 들고 언덕을 오르지 않아도 되었다.
열선을 준비해두긴 했지만 그것도 부지런한 사람 몫이더라.
비닐집안에 호박 얼지 말라고 넣어둔 호박이 다 썩었다.
이것이 얼어서 썩었나? 아님 날 따셔서 썩었나?
소도 못 먹을 정도로 썩어버렸네.
가만 생각해보이~ 이번 겨울은 따셨다.
이것이 과연 좋은 일인지.. 바람직한 일인지... 그건 잘 모르겠다.
사람세상이 하 수상하게 돌아가니... 뭐든 평범하게 보이질 않으니...
아직 봄이다! 라고 소리치긴 이르지만...
그래도 너무나 따신 날씨에... 몸이 곰실곰실... 들썩들썩...
가만히 구들장 지고 책이나 읽기엔 너무나 아까운 날씨였더라 이거지비..
오늘 방아를 찧자고~ 할매랑 단디 약속했는데
할매는 잿마당 회관으로 어디로 돌아다니기 바쁘시고
선녀는 그 할매찾아 숨바꼭질 하다가 그만~ 딴데로 새버렸다.
상다에 올라가볼까나...
땅속에 파묻은 호스가 포크레인이 지나가는 바람에 깨져
주구자앙 물이 졸졸 새나오는데
그거 깨진지 오래되는데 어케 연결을 해야할런지...
길바닥으로 물이 흥건히 흘러나와 빙판이 만들어졌다.
얼라들은 좋다고 거기서 미끄럼을 타더라만...
기웃기웃~ 일할 거리를 찾아 돌아댕기다가
멈칫 고추비닐집앞에 멈춰섰다.
이거 이거~ 겨울내내 내비뒀는데... 따신 봄날에 하자고 미뤘는데...
이거나 할꺼나...
할매보고 고추 끝물 어여 따소~ 말목이랑 끈이랑 다 치워버리게~
아무리 말씸을 드려도 봄에~ 하자~~ 하고 미뤄두신다.
미루는거 잘하는 건 선녀몫인데~ 이젠 할매도 어지간한건 미뤄버리시네...
봄이 오면 상인들이 들어온다. 고추끝물이랑 허옇게 희나리진것들이랑...
이런 저런 고추 하품들 사러...
이런 고추들은 주로 도시 식당으로 나간단다.
오늘은 아무래도 날씨도 아깝고 하니 이거라도 하자싶어
가위하나 들고 장갑끼고 나섰다.
가위로 중간중간 끈을 잘라나간다. 그 다음 그 끈들을 죽죽 뽑아 감아 뭉쳐담는다.
말목을 뽑아 중간중간 무진다. 한꺼번에 일을 하려했다간 몸만 힘들고 일도 처진다.
끈을 일차 주욱~ 뽑아제낀 다음에 말목을 뽑으면 수월하다.
말목을 비닐집 입구에 주욱 쌓아놓는다.. 다시 또 써야하니까.
끈은 재활용해도 되지만 성가시다. 뚝뚝 잘라버린다.
비닐집 세군데 하는김에 내처 다 해버렸다.
서서 하는 일은 얼마든지 하겠드라.
쪼그리고 앉아서 하는건 죽어도 몬하겠드라.
올해도 할매는 서서 하시는 일은 못 하실거이다.
고춧대궁들이 마를대로 말라서 뚝뚝 불개진다.
이걸 어찌 처지하나...
소마구 소들 엉디에 깔아줄꺼나. 그럼 거름되고 좋겠지?
아니면 밭가운데 놓고 불싸질러버릴까? 들깻단처럼?
아궁이에 태우자니 재만 많아지고 일거리만 많아진다.
오랜만에 하는 일이라 그런가 손가락에 물집이 작게 하나 잡혔다.
겨울동안 험한 일을 안 하다보이 굳은 살이 다 없어졌나보다.
말목이 깊게 박혀 잘 안 뽑혀져 꼭 나무뽑듯이 낑낑 힘을 줘가며 뽑아야했다.
박을땐 깊게 안 들어간다고 쇠망치로 땅땅 박았는데~ ㅎㅎㅎ
세월이 참 빠르다.
경운기소리가 오늘따라 유난히 많이 들린다.
부지런한 이웃들은 벌써 논밭에 거름 다 내갔다.
우린 아직 멀었다.
낼모레 지나고 비가 전국적으로 온다니
그 전에 논에 아직 있는 짚단을 거둬야겠다.
놉을 사서 하면 좋으나 말이 좋지. 놉할 사람 구하기 어렵다.
또 산골마실에 집 하나가 비었다.
몸이 편찮으셔서 대처 자식한테로 가셨단다.
그 집 논밭을 누가 부치느냐고 한바탕 싱갱이를 했다나...
서로 부치려고 하는 거이 아니라
서로 안 부치려고...........................................................
무신 세상이 이럴까나.
묵은 논밭이 늘어간다.
한해만 묵어도 호랭이 새끼칠 정도로 수풀이 우거지는데...
그렇게 무심결에 한해 두해 묵으면 잡목이 쳐들어와 숲이 되어버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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