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골짝은 심심해

산골통신 2007. 2. 3. 21:47

얼라들 심심해 미칠라한다.

티비를 없애버린지 어언 몇년...

티비를 억수로 안 좋아라 하는 뺑덕어미를 둔 덕에 얼라들이 피해?가 많다.

작년 한 몇달 티비를 들여놓은 적이 있었다. 먼 일이 있어서리~

자율적으로 되겠거니... 하고... 믿거라 하고 놓았는데...

영판 대실패로  돌아간 뒤~ 미련없이 또 치워버렸다.

앞으로 내 평생 티비를 들여놓을 일은 없을끼다! 하고 멩세를 했다.

 

그 티비 오데갔냐고? 차마 갖다버리진 몬하고

할매집 안 쓰는 방에 쳐박았다.

얼라들... 살금살금 할매집에 쳐들어간다.

냉방에 솜이불 뒤집어쓰고 본다.

 

얼어죽기 싫은 얼라들... 다 지 살궁리는 하고본다.

 

할매 요새 안 쓰시는 쪼매난 온돌매트... 먼지 철어서 갖다가 깔고 그 위에 오두마니 올라앉아

티비를 본다.

엉디는 뜨거워요~ 콧잔등은 시려워요~

이러고도 티비를 봐야만 하는 얼라들 신세타령을 해가면서...

 

따뜻한 마루에서 보시는 할배가 독점하는 티비를 탐을 내고 리모콘을 노린다.

귀가 어두우시고 바깥출입을 못 하시는 할배...  주무시는 시간을 빼고 티비를 보신다.

그러이 리모콘이 얼라들 차례 오기가 하늘의 별따기다.

또 할배가 보시는 티비는 뉴스만 한다. 재미가 없다.

 

재롱 애교를 부려봤자~ 눈 어둡고 귀어두우신 할배~ 들은척도 안 하시지...

아무리 큰소리로 말해봤자~ 귀어두우신 할배... 무신 말 하노??? 딴청하신다...

뉴스보시는 거이 젤루 중요한 일과이신지라...

할배한테서 리모콘을 접수하기란~ ㅋㅋㅋ

 

얼라들... 하는 수없이 냉방에서 솜이불 두둑히 깔고 그 위에 온돌매트 놓고 솜이불 뒤집어쓰고

티비를 본다.

자신들 신세가 그렇게 되다보이~

정 보고싶은 프로그램만 골라서 시간맞춰 보게 되었다.

뺑덕어미가 노리는 거이 바로 이거였었지비~ ㅋㅋㅋ

 

산골엔 어둠이 빨리 내린다.

얼라들 보고싶은 프로그램은 주로 저녁이나 밤 늦게 한다.

할매집 갈려면 무서워서 순식간에 뛰가야한다.

다 끝나고 집엘 오려면 또 뛰와야한다.

데릴러와달라고 같이 가자고 엄마를 불러보지만 팥쥐엄마라~ 소용도 없다.

 

적응력 빠른 거이 인간이런가...

얼라들 이젠 어둠도 무섭지 않다.

바람소리도 괘안타. 설사 무덤이 있을지라도 별 이상무다.

그만치 티비는 보고싶다.

 

그러나 왔다갔다 춥고 구찮은건 사실이다.

해서 티비보는 횟수가 차츰차츰 줄어든다.

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팥쥐엄마 자판치는 옆에서  흥부자식들이 엎드려 책을 중얼중얼 소리내어 읽는다.

처음 책을 읽어줄 적에 흥얼흥얼 노랫가락 비슷하게 타령비슷하게 읽어줬더이만

지들도 그렇게 책을 읽는다. 미치겠다!

학교가선 그렇게 읽덜 마라!!! 빈다 빌어~

 

책좀 읽었다고  배꺼졌다고 부엌 뒤져먹는다.

닭죽을 쑤어놓은 거이 있는데 심심하면 퍼먹는다.

 

어젯밤에도 아침에 먹을 찌개 그득 한 냄비 끓여놓았는데...

내일 아침 먹을밥 있다고 아침에 밥 안 해도 된다고 흐믓하게 잠이 들었는데

이 <인쥐>들이 팥쥐엄마 잠든새에 다 퍼먹었다나...

아침에 일어나서 밥상 차리려다가 얼매나 놀랬던지...

지들 뱃속엔 거지들이 많단다.

 

산골 겨울은 심심해서 죽갔단다.

팥쥐엄마땜에 티비도 원대로 못 보고

 

산골 겨울은 심심해~

겨울이면 뭐해~

냇가에 얼음도 안 얼고 썰매는 마루밑에서 녹이 다 슬고~

눈도 안 와~ 겨울이면 뭐해~

산속에 아지트는 맹글어놓았는데 오늘 철수해버렸다. 넘 춥단 말다...

머 이런 겨울이 다 있노!

넘 심심해...

 

견디다 못한 큰넘은 다음주에 이 산골을 탈출해 전국일주를 나설 모냥이다.

서울로 경기도로 하동으로 지리산으로 창녕으로 해서 한참을 돌아올거란다.

방학숙제인 홀로여행도 2박3일  해야 한단다.

해서 당부를 했다.

아무리 돌아댕겨도 좋으니 설은 집에서 쇠거라~~~~ ㅎㅎㅎ

그 담에 또 나가더라도!

 

작은넘은 밀가루 주물럭거리는 재미에 한동안 빠져있을 듯 싶다.

며칠 이넘덕분에 느끼한 것들로 끼니를 때웠더이 속이 느글거려 죽갔다.

 

꼬맹이는 땔나무 해오면 알바비 얼마 주는 어미덕에 돈버는 재미에 빠져

할매도 놀라자빠질 정도로 이따~ 만한 나무둥치를 끌고온다.

세상에... 제 몸의 두배는 족히 넘을~ 안으면 한아름은 될~ 그런 나무를... 통채!

 

머 이러구러 겨울 보내야겠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