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어처구니가 없어서 어처구니 구하러 간 어처구니 없는...

산골통신 2007. 1. 29. 20:48
 
두부는 해묵고잡고
얘야~  입하자는 대로 하면 나랏님도 구제 몬한단다...
울 어무님 항상 하시는 말씸... ㅠㅠ
어쨌거나~
 
멧돌은 있는데...
어처구니가 없다.
그 어처구니없는 멧돌을 구석탱이에다 모셔두기를 몇년...
어처구니를 해달면 되는데 왜 안 했을까...
 
그냥 집에서 믹서에 갈아 또는 도깨비방망이로 갈아
또는 날콩가루로 두부를 해묵긴 했었다.
헌데 말씨~ 이거이 잘 갈아지지가 않아 두부양도 적고
비지는 억수로 거칠게 나오고~
별로 맛도 없고~ 여엉 입맛에 안 맞더라 이거였다.
해서 내맘대로 순두부찌게만 열심히 애묵었더랬지비...
 
헌데 이 두부에 환장하는 선녀의 가심에 어처구니를 구해야겠다는
장한 결심을 하게 만든건
어처구니없게도 이웃집 희덕이네 할매셨다.
 
오며가며 울집마당을 딜다보시다가
저 어처구니없는 멧돌을 늘 탐을 내시다가...
며칠 전 울 할매보고 당신이 어처구니를 맹글어달테니까
당신 달라고 하시더라나...
팥을 타야한다고...
 
할매는 또 머 필요도 없는 쓰지도 않는 멧돌 두면 머하나~ 싶어
가져가라 하셨다나... 허거걱!
 
결사반대~ 안되요오오~~ 절대 안 되요오~
그거 두부맹글어먹을라고 모셔둔거인디...
지가 어처구니 구해올께요~ 당장 구해올께요~
이번엔 이자묵지 않고 구해올께요~
 
희덕이할매가 오며가며 이고지고 가실까봐
멧돌을 감춰두었다.
팥을 타게되면 두부콩을 잘 못 갈게된다나...
머 그런 점이 있단다.
 
서울 왕십리 시장에 가면 전기로 멧돌 돌리는 기계가 있단다.
또 주문을 하면 맹글어준다나...
어쨌거나...
 
오늘 큰넘을 데불고 어처구니 찾아 뒷산을 샅샅이 뒤졌다.
이짝 산으로 들어가서 저짝산으로 나왔다.
요짝 산으로 들어가서 조짝 산으로 나왔다.
그래도 없드라...
 
만만히 생각하고 씩씩하게 산에 갔는데...
산 첫머리에서 언넝 구하리라... 생각했는데...
아무리 눈 씻고 찾아봐도 없드라...
 
기역자로 구부러진 적당한 굵기의 나무...
없드라..............................................
 
하~ 어처구니가 없고 기맥혀...
그자리에 서서 한참을 있었다.
 
이야... 그렇구나...
개똥도 약에 쓸라면 없다는 속담이 정말 맞겠구나...
 
기역자!
각도가 맞으면 굵기가 안 맞고
굵기가 적당하면 각도가 안 맞고
 
옛날엔 어찌 해서 쓰셨슈??
여쭈었더이
옛날엔 적당한 나뭇가지에다 돌을 매달아놓는단다.
아항...
 
어찌됐건 산을 이잡듯 헤집고 댕긴 끝에
산 말랭이에서 댓개를 구해서 갖고왔다.
 
오며가며 무덤 구경 억수로 했고
참나무며 잡나무가 어수선히 자라고 있는 잊혀진 무덤들...
어떤 무덤은 봉분이 무너져 있고...
상석이 잘 되어 있는 무덤조차 잡목이 무성하더라...
꾸벅꾸벅 인사를 하고 지나쳤다.
 
어처구니용 나무 댓개를 억지로 구해서
집엘 왔는데...
할매가 그건 안 된단다~
각도가 그리 되어선 안 된다네...
 
또 씩씩거리고 안 가본 뒷밭 산쪽으로 올라갔다.
없다...
희유...
참 그넘의 두부 해먹기 힘드네...
 
털털거리고  두부 안 해묵고 만다~ 하고
내려오는데... 먼가가 눈길을 확~ 잡는다.
밭에 심은 자두나무...
기역자다!!!
저거...딱 기역자야...
굵기도 딱이네...
손에 톱을 들고 한참을 고민했다.
 
저넘을 베어 말어???
자두나문데... 퍼질러 앉아 한참을 묵념을 하고나서
에라~ 이런 기역자 나무 구하기 어렵다~
가지 하나만 베자! 미안타!
 
할매가 이건 되겠다~ 하신다.
흐유~~ 스르르...
 
할매는 짜구갖고  나무를 다듬으시고
선녀는 작은넘이랑 크고작은 도끼 두 개를 갖고 쇠망치로 장작을 팼다.
우와~ 손 아파라... 손모가지 남아나지 않겠네~
옛날 사람들은 우찌 살았나몰러...
 
언덕위 쪽파밭에선 오늘도 댓명이 냉이를 캐고 있다.
저거 쪽파밭 아니네~ 냉이밭이네~
어슬픈 도끼질을 하고 있는 선녀네를 보더이 막 웃는다.
지나가던 금동할매~ 마당까지 들어오셔서 코치를 해주고 가신다.
 
도끼질 그거 아무나 하는거 아니네~~ 한참 하다말고
선녀는 어처구니 다듬는 할매옆에서 작은넘이랑 숫돌에 칼을 갈았다.
작은넘이 칼도 갈아보고 싶다고~ 가르쳐달라 하는 바람에...
덕분에 울집에 있는 억수로 안 드는 칼 두 개 다 갈았다.
 
어처구니 만드는 거이 여엉 힘드신가보네...
짜구로 다듬고 조선낫으로 깍고 톱으로 썰고~
한참을 하시더이~ 이거 안 되겠다~ 딴거 갖고온나!! 하시네...
멧돌 구멍 생겨묵은거이 기역자로 된 나무갖곤 안 된다하시네~
허억? 그럼.... 아무 나무나 덩치만 맞으면 되는거 아뉴???
또 털털거리면서 산에 올라가 참나무 하나 씩씩거리면서 베어갖고 왔다.
오늘 등산 억수로 하네... 이러고도 살찌는건 먼 연유여???
 
할매~ 참나무를 누가 깍노? 깍다가 볼일 못본다~
치우자!
이것저것 다 포기하고 일어설 무렵~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작은넘 한말씸! 하시네~
"그걸 이짝으로 돌려서 박으면 안되요???"
 
나무 모양을 자세히 보니 어~그래도 될듯싶다.
이넘이 젤 머리좋네~
나무모양새에 따라 굵기가 틀렸던고로...
이짝으로 돌리니 아귀가 맞아떨어지드라... 이런 야그...
 
짜구로 이러저리 다듬어갖고 쇠망치로 때려박았다.
되던 안 되던 이걸로 마지막이다 싶어서...
박힌다! 또 한번 더 때려봐라~ 박힌다.
단디 박혀서 안 나올 지경으로 박았다.
우와~~ 됐다! 단단하다. 요지부동이다~
드뎌 어처구니 있는 멧돌 됐네~~ ㅎㅎㅎ
 
어처구니 구하느라 맹그느라 한나절 걸렸다.
점심도 못 묵었고~ 시간이 어찌됐는지 전혀 몰랐다.
아침묵고 산에 가서 어처구니 다 맹글고보이~
뱃속에서 쪼르륵...
 
이상 어처구니 없어서 어처구니없이 한나절을 그렇게 보내버린...
어처구니없는 산골아낙이었심더~
 
힘 다 빠져서 두부는 낼 맹글어묵기로 했시유~
검정콩을 두되 씻어 불릴라고 방티에 담궈놓았네요~
따땃한 방안에 두어야 잘 불려진대여~~
 
작은넘은 아쉬워서 툴툴거리는데...
오늘 해묵자~ 이카는데...
이넘아~ 콩도 불려야 하고 시간이 필요해~
오늘은 지쳐서 암것도 몬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