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이를 넘 많이 캤나?
이거 다 우케 먹냐?
몇날며칠 냉이만 묵어야 하나?
말려볼까도 생각해봤고
데쳐서 얼려놓을까도 생각해봤고
결국은 다 묵지 못하고
데쳐서 얼려놓았다.
할매는 말려서 미숫가루에 넣어드셨고.
그 얼린 것을 야금야금~
된장국에 넣어먹기 시작~
겨우내 무시레기만 묵을 순 없자노~
겨우내 묵나물만 묵을 순 없자노~
이런저런 봄나물도 묵어야제...
온 동네 할매들 아지매들 냉이캐러댕기시느라 바뿌시다.
이밭 저밭 냉이가 많다하는 곳에는 두서너 분씩 꼭 캐고 계신다.
울집 웃밭 옆에 냉이가 딱 들어붙어 온통 냉이밭인 곳이 있는데
한 일주일 넘게 그 밭엔 할매들이 두엇은 꼭 계셨더랬다.
얼매나 많길래 맨날 캐도 또 캐슈???
원래는 쪽파밭인데 냉이가 더 많아 쪽파는 외면을 당하고...
냉이캐는 할매들 등쌀에 쪽파가 성할라나 몰러...
그러다 기어코 울 뒷골밭까정 누가 캐가버렸다. 오메~~
왜 넘의집 냉이는 다 캐가냐고오~~ 묻도 않고~~
할매~ 부애가 나셔서 퍼뜩 쪼차올라가 마저 남은 냉이를 다 캐갖고 오셨다나 우쨌다나~
겨울냉이는 약에 쓴다고 간이 안 좋은 자식을 둔 할매들은
이 겨울에도 바뿌시다.
멸치다시마 다싯물을 내고
파 마늘 고추가루 풀고
된장 넉넉히 넣고
끓이는데...
선녀는 자작하니 물도 별로 없게 건더기만 있게 끓여서
밥비벼먹는데
나무꾼은 요지부동 <국물 메니아>인지라
어쩔 수 없이 된장찌게가 아니라 된장국이 되어야 했다.
얼라들도 아빠를 더 닮았는지 국물이라면 사죽을 못 쓴다.
해서 건데기는 온통 선녀차지가 되어버려...
이 선녀 살찌는 것도 다 니들책임인기라~ 마!
결혼초에는 찌게 따로 국따로 끓여서 각자 묵었다는거 아뉴... ㅠㅠ
나무꾼이 요새 며칠 울나라에 없는고로
맘놓고 찌게를 끓여댔다.
얼라들이 국물없다고 아우성을 치면
한사발 넣어주고~ ㅋㅋㅋ
헌데 먼가가 빠졌다 말다. 냉이된장찌게에...
두부장수가 가끔 잊어묵을 만 하면 이 산골짝에 들어오는데...
꼭 새벽에 들이닥쳐서 후딱 가버리는 통에 새벽잠 홀라당 깨우는 두부장수여~
요새 통 안 들어온다.
그 두부장수 두부가 참 좋던데... 김 펄펄나는 뜨거운 두부 구경하기가 쉽지가 않다고...
기다리다 기다리다 못해
지쳐 걍 된장찌게만 꾸역꾸역 묵을 무렵...
꼬맹이가 어제저녁 헐레벌떡 뛰들어오더이~
할매집에 두부있어~
금동할매가 갖다주셨어~ 네모 있어~
갖다묵자~~
이놈이 지 어미 두부장수를 오매불망 기다린 것을 아는지라...
내일 아침 냉이된장찌게에 두부를 꼭 넣어달라고 신신당부를 한다.
아침에 쭐레쭐레 할매집엘 간다.
차마 두부좀 달라 할 수도 없고~ ㅋㅋㅋ
갖다드리진 못할 망정 그거 조금 들어온 걸 달라하자니 손이 자꾸 주춤거린다.
해서 중얼중얼~ 꼬맹이 야그하다가 두부야그가 나와서리
눈치채신 할매 두부 가져가란다.
설에 쓸라고 안 드시고 두려했단다.
오메~ 할매요! 기회는 이때닷!
설까지 이십여 일이나 남았는데 두부 맛 없어지고 상해요~
지가 사갖고 오께요! 그거 묵어버립시다~
거산 어딘가에 두부하는 아지매가 있어서 콩을 불려 갖다주면 해준단다.
그럼 지가 가서 해갖고 오께요! 이건 묵어버립시다~
사실 집에 멧돌 있다.
헌데 손잡이가 없다.
손잡이를 맞춰 달면 콩을 갈아 두부 할 수 있는데..
쪼아요!
지가 가서 손잡이 할 나무 베갖고 오께요!
멧돌도 지가 영차 들어서 옮겨놓을께요!
가심을 탕탕 쳤다.
해서 오늘 저 무거운 멧돌 옮겨야 한다. 에고~ 무거버라...
해서 산에 나무하러 가야한다. 기역자로 꺽어진 나무라야 한다는데...
큰넘 데불고 가봐야겠다.
오늘부터 기어코 두부좀 해무야지.
두부장수기둘리기도 이젠 지쳤다말다!
오늘 아침 냉이된장찌게~ 순식간에 없어졌다.
늦잠자서 늦게 온 작은넘~ 바닥이 보이는 찌게 뚝베기를 쳐다보더이
밥 안 묵겠다! 한다.
살살 달래서 또 해주마~ 달래고
질금콩으로 키운 콩나물 무침을 맹글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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