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산골살이

산골통신 2007. 1. 18. 11:05

산골살이에 슬슬 꾀가 나기 시작한다.
만사가 구찮다.

군고구마 감자도 어지간히 꿔먹었으며~
땅콩 군밤 양미리 넘의살까정~
심심하면 불판을 벌였기 땜시
이젠 징그럽다 마~~

아궁이 불 때는 것도 슬금슬금 지겨워지기 시작해서리~
어제오늘은 불도 안 때고 버팅기고 있다.
워낙 구들장이 선녀낮짝만치나 두꺼워서 이런 날씨정도면 한 사흘은 불 안 때도 되는
그런 기맥힌 장점이 있지로...
울집은 게글뱅이가 살기에 딱인 집이다.

아침에 아롱이녀석이 또 지 이불을 끄집어내서 깔고앉았는 걸 쳐다보며
혀를 끌끌 찬다.
저놈은 말이지~ 끌고 나오는 건 잘하는데 왜 끌고 들어가는 걸 몬하느냐 말야!!!
밤에 추워서 밖에서 못 들어가고 벌벌 떨면서 말이지~
딴엔 지놈 건강에 좋으라고???? 황토벽돌로 개집씩이나 지어줬는데 말이지~

방티연못에 모포를 덮어줬어야 했는데 날이 워낙 푹해서 설마 얼음이 얼라꼬~
방심했다가 아침에 아차! 했다.
얼음이 얼었다... 에구... 수련이 안 얼었나 몰겠다~ 물고기들이 동사 안 했나 몰겠넹...
지난번 추위에 물고기들이 반이상 떠올랐던디... ㅠㅠ

지난번 얼어죽은 물고기들 들고양이들이 죄다 물고갔나보다.
아롱이가 입도 안 댄걸 내 아는데...
울집은 들고양이들 집합소다.
아롱이가 덜 먹고 냄겨둔 밥그릇을 호시탐탐 노리느라고~
방티연못 속의 물고기들 사냥하고싶어서~
거름터미 속에서 가끔 발견되는 멸치똥이랑 대가리 주서묵을라고~
요새 들고양이 신세가 머 그렇다...

그 덕분에 서생원들이 거름터미로 향하는 길목에 파놓은 쥐구멍이 소용없어져부렀다.
거름터미옆 나무위가 들고양이들의 휴식처가 되어버렸기땜시...

두더지란 넘은 겨울잠도 안 자나~~
거름터미에 지렁이들이 무수하니~ 아주 눌러살려고 작정을 했는지~
온통 사방으로 구불구불~ 굴을 파놓아서리... 날 푹한 날이면 발이 푹푹 꺼진다 말다.

이놈 두더지가 어데서 왔는고하니~
전에 뒷골밭 닭집 근처에서 달구새끼들한테 쫓기고 있는 넘이었는데
그때 쥐새끼인줄 알고 발로 잡아죽일려다가 호기심에 집어들어 살펴보니 두더지였더라...
왜 바깥세상에 나와갖고 이 수난을 당하냐~~ 싶어
잡아갖고 얼라들한테 한바탕 구경시켜주고 놓아줬었는데...
이놈이 지 집엔 안 가고 울 집에 눌러붙어 살고 있었던 거였다. 에구...

텃밭이고 꽃밭이고 마당이고 다 헤집어놓고 댕기는데
이넘 잡히기만 혀봐라~ 저 멀리 산으로 귀양보내버릴끼닷!


그래도 꼴에 겨울이라 두문불출 집구석에 눌러붙어 살고있는데
그래도 삼시세끼 밥은 해묵어야 되잖노...

농사지은 것들 헛간에 여기저기 쟁여놓고 꺼내묵는데
마치 곶감꼬지 빼묵듯~
가끔가다.. 비린 것들 쪼매씩 사다가 입맛 맞춰주고
머 그러고 살고 있다.

요즘 감또개가 분을 내고 있는지라
그거 분나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머 겨울에 할일이 딱히 있어야지비...
어제 소똥도 한바탕 쳐줬고~
방아는 내일쯤 찧으면 되니께...
오늘은 걍 뒹굴뒹굴 놀아야지...

아우... 너무 뒹굴거렸더이 등짝이 베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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