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 항상 하는 일이 그렇다.
그냥 이러구저러구 사는거이 장땡인기다.
어처구니가 없어 어처구니 구하러 산을 한나절 헤매고 댕긴 보람없이... ㅠㅠ
어처구니를 맹글어 단 멧돌이 요지부동 움직이질 않는다.
손모가지 작살날뿐 했다.
참 쉽게 생각했다.
멧돌에 불린 콩 갈아서 어쩌고 저쩌고...
멧돌 돌리기가 이리도 어려울 줄이야...
이리도 힘이 들고 시간이 걸리고 짜증이 날 줄이야...
왜 멧돌이 장식용으로만 남고 골동품 가게에서만 구경할 수 있고
다들 외면을 하는지...
온몸으로 체험해서야 알아차렸다.
할매...
왜 멧돌하면 고개를 돌렸는지 이젠 알겄냐...
하신다.
선녀...
니예~~~ 알겄심도! 이젠 멧돌타령 안 하께유...
고개를 주억주억~
멧돌이 자루만 갖춰 단다고 돌아가는 거이 아니고
아귀가 맞아떨어진다고 잘 돌아가는 거이 아니고
잘 돌아간다고 콩이 잘 갈아지는 거이 아니고
콩이 잘 갈아지다가도 멧돌이 가끔씩 심통을 부려
한바탕 손을 봐야만 하는...
참으로 성가시기만 한...
그런 멧돌사연을 내 몰랐다 아이가...
멧돌에 피댓줄을 달아 전기로 돌리는 구형 멧돌기계가 있고
기계 속에 소형 멧돌을 넣어 모터로 돌리게끔 맹글어진 신형기계도 있다한다.
콩은 불려놓았고
멧돌은 돌리다 돌리다 성질이 날대로 나버렸고
이거 갖고 산골짝 너머 우곡에 있다는 두부가게에 갖다줍시다~
서되에 만오천냥한답니다~
이거 갖고 시내 두부공장에 갖다 줍시다~
시내에 갈아주는 곳이 하나정도는 있지않겄소?
별 궁리를 다 하다가
방앗간에 가봤다.
방앗간내외... 이런 콩은 미끄러워서 빻지를 못한다고... 한참을 웃다가...
생질되는 이가 멧돌기계 공장한다고 한번 가보라 하신다.
솔깃한다.
할매나 선녀나 일단 맘먹으면 뒤 안 돌아보고 밀어부친다.
그 즉시 트럭몰고 씽씽~ 씩씩거리고 시내로 달렸다.
과연... 멧돌에 모터를 단 기계가 있드라~~
한참을 만지고 딜다보고 쪼그리고 앉아서 설명을 듣다가
오전내내 멧돌 돌리느라 아픈 손모가지를 어루만지면서... 결국 사고를 치기로 결심!
쌀 판 돈이 쪼매 있다 말다.
그거 얼라들 세넘 책 사주기로 했었는데... 이넘들아 쪼매만 미루자!
봄에 사주께! 쌀 더 팔아서리~~
불린콩을 드뎌 갈게되었다.
역시 기계힘은 대단하다! 순식간에 갈아지네...
물과 콩이 같은 속도로 들어가야 한다네...
콩넣으랴 물넣으랴~ 방티에 넘치는 거 단속하랴~
할매랑 선녀랑 바빴다.
작은넘보고 아궁이 가마솥에 불때라 시키고~
눈은 펄펄 날리고~
아궁이 가마솥에선 김이 펄펄 나고~
마치 이집에 잔치하나~~ 싶을 정도로 부산시러벘다.
두부쫌 맹그는거 갖고 참 이런 난리도 없다싶다.
두부틀도 갖다놓고 비지짤 자루도 갖다 놓고
숫물 받아낼 들통도 갖다놓고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콩물이 끓기 전까지는 간끼 있는 건 얼씬도 하면 안된단다.
두부를 한번 해먹은 솥도 또 하려면 완벽하게 씻어내야 한단다.
안 그러면 두부가 안 된단다.
간수를 멀찌감치 갖다놓고 물에 녹인다.
덩어리 간수가 있고 물 간수가 있는데 머 둘다 해보자~
콩물이 슬슬 끓는다.
끓어오른다 싶으면 물을 더 붓고 가라앉히고
또 끓고 또 붓고...
그러길 서너 차례...
구수한 콩 냄새가 은근히 날무렵...
불을 더 때지 않고 꺼트린다.
은근히 불 온도만 유지하게...
자루에 콩물을 붓고 짠다.
워낙 콩이 곱게 갈아져서 콩물이 잘 안 빠진다.
한참을 애 묵었다.
비지를 걸러낸 다음 남은 물을 다시 가마솥에 붓고 온도를 맞춰 다시 불을 넣은 다음 뺀다.
이 상태가 두유 아니겠노~ 베지밀이다 말다.
여그다 간을 해서 묵으면 참 맛있지.
간수를 띠낀다.
천천히... 짱 봐가면서 시간 조절 해가면서 띠끼야 한다.
쌀알만치 멍울이 진다.
간수 양이 조금이라도 적으면 순두부가 안 된다.
얼추 양이 맞게끔... 멍울이 크게 질 만치 잘 넣어야 한다.
온도가 안 맞으면 또 안 되니 온도도 잘 맞춰줘야 한다.
머 처음이 어렵지 한두 번 해보면 어려울 건 없지싶다.
작은넘이 그릇을 들고 뛰오더니 한국자 퍼서 맛을 본다.
샘가에 쪼그리고 앉아서 양념장까지 갖고와서 퍼먹는다.
이넘이 맛을 아네...
두부틀에 천을 깔고 순두부를 바가지로 퍼붓는다.
천을 덮고 그 위에 덮개용 판자를 덮고 멧돌을 올려놓았다.
흠~ 망할 멧돌 여그서 써묵네~ 흠흠...
물이 좌악 빠진다. 잘 빠진다.
멧돌이 워낙 무겁기 때문에 중간에 들어내야 한다.
안 그러면 두부가 짜부가 된다말다.
즉석에서 썰어 맛을 본다.
흐음~~ 이 맛이야... 좋네!
이걸 원했어...
이러노라고 점심때를 훨 넘겨버렸다.
할배 점심도 건너뛰었고
소 밥도 이자묵었다.
할배한테는 금방 한 두부에 양념장 해서 단촐하게 드렸고
소한테는 두부 숫물 나온거 한 들통 퍼서 당가루 섞고 콩잎 섞고 해서
한양푼씩 맹글어 줬다. 잘 묵드라...
3시경에 점심으로 두부잔치를 벌렸다.
참기름양념장에 김장김치에 현미밥에...
아~ 여그에 삼겹살 수육이 있었으면 땡인데...
얼라들이 암말 안 하니 신청도 하지말자~ ㅋㅋㅋ
선녀는 거그다 막걸리가 심하게 동했으나 암말 안 했다.
저녁에...
순두부를 해묵어볼라꼬 불린 콩 갈아놓은 거 한 바가지 슬쩍 해놓았다.
할매는 모르신다.
뭐든 내혼자 해봐야만 내 솜씨가 되는기라~
노상 할매랑 같이 하니 된장도 그렇고 고추장도 그렇고 김치도 그렇고
내혼자 하라면 겁부터 난다말다.
해서 내혼자 슬쩍 해볼라꼬 빼돌렸지.
들통을 깨끗이 소금끼 빼게 물을 끓여 씻어놓았다.
간수도 갖다놓았고...
저녁을 늦게 묵는 한이 있더라도 해보자 말다~
항상 보면 간수 양을 가늠을 잘 못 했는데... 이거이 요점인데...
천천히 멍울이 지는 걸 자세히 지켜보며 간수를 띳기는 어느 순간~~
물위로 허연 멍우리가 쑤욱~ 한꺼번에 뜨더이
싹~ 말간 물만 남고 죄다 가라앉는다.
깜짝 놀랐다.
아하! 이 시점이구나!!!
알았다!
작은넘이 옆에서 지켜보다가 이제 할매한테 두부하는거 완전히 전수받았네???
한 말씸 한다! ㅋㅋㅋ
선녀가 순두부한다고 설치는 동안 작은넘과 꼬맹이는 찐빵한다고 부엌을 온통 허옇게 맹글어놓았다.
아까 해거름에 팥갖고 앙금을 맹글어줬걸랑...
호빵을 맹글어묵던지 붕어빵을 맹글어묵던지 찹쌀 개떡을 해묵던지..
찐빵을 해묵던지 너들 알아서해랴~~ 헸거든...
큰넘은 요즘 울들 세계와는 다른세계에 푹 빠져사는 고로 그넘은 나중에 간보고 맛보는 사람으로 해줬다.
오늘 하루종일 바빴다.
설거지통엔 산더미같이 쌓여있고
방바닥은 먼가가 자꾸 밟히고
얼라들 책은 여기저기 돌아댕기고~
결국엔 기차화통 삶아묵는 소리한번 터져나와야했지비...
해서~ 시방은 조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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