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지나간 농사이야기 하나

산골통신 2004. 7. 27. 09:59
소마구 거름치우는 일이 힘들다 싶었지만..
이렇듯 땀흘려가며 해보긴 또 첨이네...

할매가 소마구에 있는 수도꼭지를 안잠그신채 걍 내려오셔서리...
소마구가 온통 물바다.... 홍수가 났다..

아침나절 할매는 귀 중이염땜에 병원가시고..
난 집안일한다 뭐다 하면서 소마구에는 안올라가봤더랬지..
할매가 돌아오셔서 나가보니 수도 모터가 자꾸 돌아가는 소리가 들려???
이상하다~~ 싶어 여쭤보니~` 에구~~ 세상에..
소한테 물준다 해놓고 안잠그고 내려오셨다네~~

연세가 드시면서 자꾸 잊어버리는게 많아지신다나~~~

해서 서둘러 올라가보니.. 소마구는 언덕에 있음..
온천지 물이여... 소들은 앉아있지도 못하고 서서 있고..
닭들도 죄다 나무에 올라가있어.. 하하하..
볏짚들 쌓아놓은 그 밑으로 물이 흥건히~~
그나마 있는 볏짚 다 썩겠군...

볏짚 지푸라기들과 참깨 털고 난 찌꺼기들은 물위에 둥둥...
난리도 이런 난리 없더라...

애들 점심 먹이고 난뒤..
삽들고 쇠스랑 들고.. 장화신고 나섰다..

소들도 치워주는걸 아는지??? 슬슬~~ 이쪽 저쪽으로 피해주네 그려..
난 소들이 뒷발로 찰까봐.. 거름은 내가 잘 안치웠거등..
은근히 겁을 냈더랬는데... 소들은 제집 소똥치워주는게 좋았는지...
얼른 얼른 비켜준다...
소들도 다 아는가 부다~~

송아지도 제잠자리가 물이 가득차.. 오갈데 없어~~ 겅중거리다가..
내가 가서 말끔히 치워주니..
제어미옆에서 가만히 있네..

대충 거름더미를 치우고.. 물길도 잡아서 하수구멍으로 내려보내고
송아지 잠자리에다가는 왕겨를 듬뿍 깔아주었다..

이 송아지좀 보소... 하하.. 귀여워라..
왕겨를 다 깔아놓자 마자~~ 얼릉 겅중거리며 뛰어와..
자리잡고 앉아버리네????

소가 배고파할까봐 얼릉 소먹이풀을 좀 베다가..
갖다주고...
주고 돌아서면 "니 줬나??" 말도 못꺼낼만큼 잘 먹어치운다..

낫들고 여러번 여기저기서 풀을 베다가 갖다준후..
마구 옆에 있는 밭둑 전체를 풀베기를 해버렸다.. 하는김에..

오늘도 오후 해질녁에... 낮에는 햇살이 뜨거워 일하기가 거북하니까..
4시쯤 지나서 슬슬 낫을 들고 나섰다..
닭집옆 뒤~~ 돌아가며 풀을 베고..
참외밭 콩밭둑에도 좀 손을 보고...
애호박이 몇개 달렸길래 그것도 좀 따놓고..
호박 된장찌개 끓여먹어야겠다..
이번 비에 호박이 잘 안열려서 호박맛을 못보았더랬는데..

비 그치고 나니.. 여기저기 애호박이 주렁 주렁 열려있네..
잘 보아뒀다가~` 따야지.. 풀덤불에 가리면 것도 못건져여..
칡덤불이랑 소먹이덤불이랑 워낙 번성하니~~ 못이긴다니께...

풀베다가 뭐가 엉금엉금 기어가??? 뭘까?? 자세히 보니.
두꺼비~~~ 너 참 오랜만에 본다~~ 반갑다..
뒷다리를 집어들고.. 찬찬히 구경하고 놓아줬다..
이럴때 애들이 옆에 있으면 뵈줄텐데.. 이놈들 오데가서 놀구있누??

요새 애들이 개구리를 못잡아서 안달이던데...


장갑을 안끼구 해서 그런가??
긴팔옷을 안입구 해서 그런가... 팔다리가 소먹이풀에 쓸려서 따갑네..
모기들도 왕창 물어제꼈는지 원~~

농사일을 하다보면.. 소매짧은 옷은 못입는다..
반바지도 가급적이면 안입고..
왜냐면 여기는 산골이라 혹? 뱀도 나올까 무섭고..
가끔 밭에 뱀이 보이긴 했거등...
까치독사라나??? 그리고 풀뱀도 좀 보이고..

해서 반바지는 안입는다..
소매짧은 옷도 풀덤불이나 모기나 쐐기한테 쏘인다고 잘 안입지..

하지만 더울때는 어쩌누~~
나는 성질이 좀 못돼서 그런지 몰라도..
장갑끼고는 일 몬한다..
긴팔옷도 몬입고.. 긴바지도 몬입는다... 하~

맨팔 맨손에.. 맨다리 다 내놓고.. 머리카락 뒤로 모아 질끈 묶고..
장화나 고무신 신고 걍 나선다....

그러면 할매 동네 어른들 다들 뭐라 한마디씩 하시지..
손버린다... 뱀나올라~~
좀 얼굴좀 가꾸지~~ 꼭 껌돼지 같다...

화장을 결코 안하는?? 몬하는!! 나는 치장을 별로 할게 없다..
해서 외출할라면 고역이다..

발이 멋대로 생겼으니 구두가 맞기를 하나..
발바닥이 거치니 스타킹을 신으면 줄이 좍좍 나가네~~ ~
얼굴이 까마니~ 폼도 안나고 모양새도 우습다..

해서 난 신경끄고.. 걍 나대로 산다..
옷이야 편하면 되고..
신발도 편해야 장땡이고..
얼굴이야~ 화장안해도 표정밝으면 되지 뭐~~ 해가면서 배짱이다..

내일은 고추를 딸꺼라고.... 아침부터 일해야 한다..
날씨가 변덕이니~~ 태양초는 꿈이고..
건조기에다 말려야 한다..

석유값이 비싸니..
이웃집이랑 같이 말리고 석유값으로 고추를 조금 주기로 했다...

내일 한나절 딸꺼리나 될까??
요번 비에 다 떨어지고.. 좋은고추는..
아직 덜 빨갛던데... 딸만한 것들이 있을라나 몰라..

참깨는 파밭에 심어놓은거 마저 털면 일이 끝나고..
이제 슬슬 땅콩밭이랑 고구마밭을 돌아다 봐야겠다..

이놈의 두더지가 다 안파먹었나 몰러.,,,

콩밭에 깊숙이 들어가면 토끼똥이 소복이 있더란다..
사람발길이 거기까지는 안미치니.. 거기서 오물오물 먹어치웠겠지??

두더지에다 다람쥐에다 토끼까지~~
산골엔 그것이 좀 문제다..

산비둘기도 극성이고..
씨뿌려놓으면 지들 먹을꺼 주는줄 아는지??? 세상에..
이른 새벽 죄다 모여와서~~ 파먹는다..

내일은 들깻잎 밭둑에 풀좀 뽑아야 겠다...
거기도 풀이 무성하던데~~~
낼은 장갑을 끼구 갈까나??
긴팔옷을 입어볼까???
팔다리가 좀 욱신거리네??? 쐐기한테 쏘였나???
여기저기 긁힌데가 좀 쓰라리다...


풀벌레소리 밤벌레소리가 이젠 듣기가 자연스러워졌다...


하늘로 구멍 뻥하니 난 산골짜기 외딴 골에서...
외로운 산골선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