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째 볏짚을 못 걷고 있다.
속으로 기맥히게 입이 뒤통수까정 째졌지만 겉으론 궁시렁거리고 있다.
논도랑쪽 논둑이 무너져 논이 한강이 되야부렀다.
철벅철벅 쳐들어가 쓸려나간 논둑흙을 다 끌어모아 탁탁 둑?을 만들어놓고 왔다.
두군데 물꼬를 터서 물이 좔좔 흘러나가게 맹글어놓고...
밤사이 비가 오는 걸 모르고 마당에 쌓아두었던 나락푸대가 비를 홈빡 맞았다.
원~ 날이 좋아야 말리던동 말던동...
검정콩단을 처마까정 쌓아두었는데 비맞으면 안 되어서 천막을 이리저리 갖다가
걸쳐두었다.
각목으로 바람에 안 날리도록 해놓았는데 오늘밤 무사할런지 몰겠다.
밭에 콩이 다 뛰나가 온통 검정콩 천지란다.
그걸 일삼아 줏을 사람이 뉘있노~
걍 산식구들 묵으라 하지 머...
마늘 다 심고 양파 다 심고 비닐 다 씌웠다.
무도 다 뽑고 무시레기도 다 해걸었다.
배추만 덜렁 밭에 남았다.
비닐을 걷어야 하는데..
날이 요따우로 춥고 자빠졌으니 언제 할꼬나.
부지런한 이웃들은 진작에 다 해치웠는지 논이고 밭이고 훤하드라...
그 사람들은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우비 떨쳐입고 하는 양반들이라
이젠 더이상 감탄사도 안 나온다.
볏짚이 다 젖었다.
물꼬가 터져서 논도랑으로 빗물이 안 빠져나가 논에 물이 컹하다.
일일이 낫으로 볏짚을 건져올려 이리저리 널어놓았다.
바람이 부니까 잘 마를꼬야...
말려놓으면 비가 오고...
말려놓으면 또 비가 오고...
하늘보고 사는 농사꾼~ 언제 일하란 말고...
망할노무 소 한마리가 지 밥통에 맘에 안 드는 여물을 줬다고 요새 심통을 부린다.
자잘한 사과랑 무랑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좀 있길래 줬더이
지 전용밥통에다 안 줬다고 거들떠도 안 보드라~
해서 할매가 오냐~~ 니 밥통에다 줄께! 쳐묵어라~ 했더이
또 그랬다고 안 묵는단다.
해서 어제부터 그놈 밥 안 주고 있다.
또 한넘은 지 밥통꺼는 안 묵고 넘의 밥통을 하도 탐을 내서
고삐를 당겨 멀찌감치 매놓았더이
또 밥 안 묵고 시위중이다.
오냐~ 니들 함 그래봐라.. 뉘손해인가... 니들 쥔장 그리 맘 너른 사람 아이다.
소똥치우기 구찮아 소 한마리 팔아물라꼬했더이
부루셀라병인가 머시깽인가 검사를 한 다음 그 증명서를 갖고 팔아야한다나...
참 힘든세월이다.
시청 축산과에 전화걸어 검사를 하게 했다.
그거 한지가 언제인데 연락이 안 와...
일주일이 지나 보름이 지나 한달이 지나...
기다리다 지쳐 전화를 득달같이 했더이... 등기로 보냈단다.
멀 보내여~ 안 받았구마!
지들은 등기로 보낸 영수증이 있다네... 워메...
우체국으로 항의를 하니 지들은 줬다네~~ 싸인도 받았다네...
누가 싸인해줬소?
할배가 해주셨다네~
울 할배 바깥출입 못 하셔서 싸인 못하시오~ 맞받아쳤더이
할매가 해주셨다네~
울 할매 아직 치매단계 아니시오! 거짓말 하지 마시소! 했더이
자기가 대신 싸인했다네~
이거 머꼬? 사람 놀리는기가???
시청에선 다시 재발금은 안 해준다하고~ 재검사도 아니된다하네...
불법이 많다나... 우쨌다나...
우찌됐든 등기서류는 공중으로 날랐고~
그 우체부 시말서 쓰게 하려했으나
할매가 옆에서 간곡히 말리신다.
우리가 다 덮어쓰자! 사람 하나 살리자...
그 우체부도 가족이 있을끼고... 장래가 있는데...
우리가 걍 참고 넘어가자... 하신다.
부글부글 끓었으나... 참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 우체부 두고보자... 안볼 사이도 아니니께!!!
해서 입닥치고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 막 따졌다.
이것도 사람 다 살자고 하는 일이고
다 사람 좋으라고 하는 일인데 뭐가 그리 까다롭소!
물증은 없으나 심증은 가지않소~
이거 어떡할꺼요~ 내는 소 한마리 팔아묵어야겠소!
언넝 재검사 내보내시오!!!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
(나중에 사과를 했지비... 언성높여서 미안타고...)
해서 우여곡절끝에 재검사실시...
참내... 소한마리 팔아묵기 힘드네...
그 우체부... 그날 울집에 안 왔다.
할배 신문 배달해줘야는데...
이 산골짝엔 신문지국이 없다. 해서 우편으로 배달한다.
흠... 차마 얼굴 들고 몬오겠다 이거지비????
그 다음날 와서 신문을 마루까정 딜다주면서 헤헤 웃더라나 모라나...
할매는 모른척 외면해버렸단다... 가증스러워서...
날이 점점 겨울로 치닫는다.
감나무잎은 다 떨어졌다.
호두나무잎도... 앙상하다.
달빛에 비친 호두나무가지가 참 예술적이다.
작은넘한테 그 야그를 했더이 씨알도 안 먹힌다.
단풍나무들만 요란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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