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지랄같은 날씨라고 해야하나...

산골통신 2006. 11. 15. 18:52

요며칠째 볏짚을 못 걷고 있다.

속으로 기맥히게 입이 뒤통수까정 째졌지만 겉으론 궁시렁거리고 있다.

 

논도랑쪽 논둑이 무너져 논이 한강이 되야부렀다.

철벅철벅 쳐들어가 쓸려나간 논둑흙을 다 끌어모아 탁탁 둑?을 만들어놓고 왔다.

두군데 물꼬를 터서 물이 좔좔 흘러나가게 맹글어놓고...

 

밤사이 비가 오는 걸 모르고 마당에 쌓아두었던 나락푸대가 비를 홈빡 맞았다.

원~ 날이 좋아야 말리던동 말던동...

 

검정콩단을 처마까정 쌓아두었는데 비맞으면 안 되어서 천막을 이리저리 갖다가

걸쳐두었다.

각목으로 바람에 안 날리도록 해놓았는데 오늘밤 무사할런지 몰겠다.

 

밭에 콩이 다 뛰나가 온통 검정콩 천지란다.

그걸 일삼아 줏을 사람이 뉘있노~

걍 산식구들 묵으라 하지 머...

 

마늘 다 심고 양파 다 심고 비닐 다 씌웠다.

무도 다 뽑고 무시레기도 다 해걸었다.

배추만 덜렁 밭에 남았다.

 

비닐을 걷어야 하는데..

날이 요따우로 춥고 자빠졌으니 언제 할꼬나.

부지런한 이웃들은 진작에 다 해치웠는지 논이고 밭이고 훤하드라...

그 사람들은 아무리 비가 퍼부어도 우비 떨쳐입고 하는 양반들이라

이젠 더이상 감탄사도 안 나온다.

 

볏짚이 다 젖었다.

물꼬가 터져서 논도랑으로 빗물이 안 빠져나가 논에 물이 컹하다.

일일이 낫으로 볏짚을 건져올려 이리저리 널어놓았다.

바람이 부니까 잘 마를꼬야...

 

말려놓으면 비가 오고...

말려놓으면 또 비가 오고...

하늘보고 사는 농사꾼~ 언제 일하란 말고...

 

망할노무 소 한마리가 지 밥통에 맘에 안 드는 여물을 줬다고 요새 심통을 부린다.

자잘한 사과랑 무랑 이런저런 잡동사니가 좀 있길래 줬더이

지 전용밥통에다 안 줬다고 거들떠도 안 보드라~

해서 할매가 오냐~~ 니 밥통에다 줄께! 쳐묵어라~ 했더이

또 그랬다고 안 묵는단다.

 

해서 어제부터 그놈 밥 안 주고 있다.

 

또 한넘은 지 밥통꺼는 안 묵고 넘의 밥통을 하도 탐을 내서

고삐를 당겨 멀찌감치 매놓았더이

또 밥 안 묵고 시위중이다.

오냐~ 니들 함 그래봐라.. 뉘손해인가... 니들 쥔장 그리 맘 너른 사람 아이다.

 

소똥치우기 구찮아 소 한마리 팔아물라꼬했더이

부루셀라병인가 머시깽인가 검사를 한 다음 그 증명서를 갖고 팔아야한다나...

참 힘든세월이다.

 

시청 축산과에 전화걸어 검사를 하게 했다.

그거 한지가 언제인데 연락이 안 와...

일주일이 지나 보름이 지나 한달이 지나...

기다리다 지쳐 전화를 득달같이 했더이... 등기로 보냈단다.

멀 보내여~ 안 받았구마!

 

지들은 등기로 보낸 영수증이 있다네... 워메...

우체국으로 항의를 하니 지들은 줬다네~~ 싸인도 받았다네...

누가 싸인해줬소?

할배가 해주셨다네~

울 할배 바깥출입 못 하셔서 싸인 못하시오~ 맞받아쳤더이

할매가 해주셨다네~

울 할매 아직 치매단계 아니시오! 거짓말 하지 마시소! 했더이

자기가 대신 싸인했다네~

 

이거 머꼬? 사람 놀리는기가???

시청에선 다시 재발금은 안 해준다하고~ 재검사도 아니된다하네...

불법이 많다나... 우쨌다나...

 

우찌됐든 등기서류는 공중으로 날랐고~

그 우체부 시말서 쓰게 하려했으나

할매가 옆에서 간곡히 말리신다.

우리가 다 덮어쓰자! 사람 하나 살리자...

그 우체부도 가족이 있을끼고... 장래가 있는데...

우리가 걍 참고 넘어가자... 하신다.

 

부글부글 끓었으나... 참는자에게 복이 있나니...

그 우체부 두고보자... 안볼 사이도 아니니께!!!

 

해서 입닥치고 시청으로 전화를 걸어 막 따졌다.

이것도 사람 다 살자고 하는 일이고

다 사람 좋으라고 하는 일인데 뭐가 그리 까다롭소!

물증은 없으나 심증은 가지않소~

이거 어떡할꺼요~ 내는 소 한마리 팔아묵어야겠소!

언넝 재검사 내보내시오!!! 냅다 소리를 질러버렸다.

(나중에 사과를 했지비... 언성높여서 미안타고...)

 

해서 우여곡절끝에 재검사실시...

참내... 소한마리 팔아묵기 힘드네...

 

그 우체부... 그날 울집에 안 왔다.

할배 신문 배달해줘야는데...

이 산골짝엔 신문지국이 없다. 해서 우편으로 배달한다.

흠... 차마 얼굴 들고 몬오겠다 이거지비????

그 다음날 와서 신문을 마루까정 딜다주면서 헤헤 웃더라나 모라나...

할매는 모른척 외면해버렸단다... 가증스러워서...

 

날이 점점 겨울로 치닫는다.

감나무잎은 다 떨어졌다.

호두나무잎도... 앙상하다.

 

달빛에 비친 호두나무가지가 참 예술적이다.

작은넘한테 그 야그를 했더이 씨알도 안 먹힌다.

 

단풍나무들만 요란하게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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