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골통신

[산골통신] 하늘 높은 산골

산골통신 2006. 10. 24. 10:25
 
하루...
아기다리 고기다리 던비가 내렸답니다.
 
밭농사엔 가뭄끝 단비였고
논농사엔 안 와도 되는 쓸모없는 비였지요.
그 바람에 한 며칠 논일은 접어야 하지요. 논이 말라야 하니께.
 
석달열흘 긴 가뭄 덕분에 진딧물과 배추흰나비 애벌레들이 우글우글...
한 며칠 배추밭에서 살았답니다.
왜냐고요? 애벌레 잡노라고요.
잡아서 팍팍~  밟아죽일 순 엄꼬~ 달들한테 던져줬습죠... ㅠㅠ ()
 
차나락은 날 좋을때 자알 말려서 나락창고에 들여놓았고요~
미나락은 비 때문에 좀 미뤄졌대요.
맨 나중에 베지요 머~ 논에서 더 파삭 마르라고 냅뒀대요.
 
급히 쌀을 팔아 돈을 사야하는 이웃들은 서둘러 베서 말리느라 북새통입니다.
 
비가 그럭저럭 그친 다음날
하늘이 엄청 높아졌더래요.
별도 제법 비치더라지요.
고개를 한껏 뒤로 쳐들고 별하늘만 쳐다봤어요.
 
어제도 비가 드문드문 뿌리길래
기껏 널어놓았던 빨래 처마밑으로 옮기고
별로 할 일이 없어서
감을 깎았지요.
 
며칠전 나무꾼과 선녀는 하루 왼종일 장대들고 감을 따야했더래요.
고개도 아프고 팔도 아프고 야단났었지요.
 
대봉시 감이라 오죽 커야지요.
그거 등짝에 한번 맞으면 거의 골로 갑니당~
 
따다가 따다가 성질나서 막 가지를 짜들었지요.
밭둑아래 길로 풀섶으로 도랑으로 막 굴러가네요.
길에 떨어진 넘은 팍삭! 묵사발이 났고요.
풀섶에 떨어진 넘은 금이 살짝 갔고요.
도랑으로 떨어진 넘은 어찌 구제를 몬해요.
풀이 하도 무성해서 도무지 찾아낼 수가 없거든요.
또 뱀나올까 무서버 도랑엔 몬 들어가요오~
감 안 묵고 말지~~~
 
감장대로 살살 딴 넘은 곶감 맹글고
길에 떨어져 팍삭  깨진 넘은 닭들한테 던져주고
풀섶에 떨어진 넘들은 골라서 감또개 할 작정이래요.
 
비도 살살 뿌리고
할일은 딱히 없고해서
할매랑 선녀랑 툇마루에 앉아 감을 깎았더래요.
선녀는 감꼭지 도려내고
할매는 깎고
 
다 깎은 감 끙차 들어 햇살 바른 곳으로 날라다놓고
이것들 몽땅 썰어서 잠방에 잘 말려야지요.
곶감 할 거는 실에 주렁 주렁 묶어 처마 밑에 매달고요.
 
옆에서 작은넘이 중얼 거리고 갑니당.
" 내 눈에 띄는 곳에 매달지마여~~~
눈 앞에 있음 다 묵어버리니께."
 
할매가 하도 갖잖아서 막 웃으십니다~
 
감 뚝뚝 쪼개 말린 쫄깃쫄깃 감또개랑
잘 깍아 말갛게 말린 달콤스 곶감이랑
분 하얗게 내서 먹는 찔긋찔긋 감껍질이랑...
 
올해 감농사가 파이라~ 여엉 엉망입니다.
저기 산양가는 길에 산비탈에 감 과수원이 하나 있었는데
올해는 싸그리 떨어져 없더만요.
허옇게 깍지벌레가 끼어 나무가 말라죽는대요.
몇년전부터 이 벌레가 성한데 그 이유를 모른다네요.
드물게 약 안 치고 키우는 과실수가 감나무인데
이 감마저도 약을 쳐야 할 세월이 왔나봅니다.
 
홍시가 된 감이 제법 있어서 따로 상자에 담아 두었지요.
이거 몰래 몰래 숨어서 먹어야 함돠...
나무꾼한테 들키면 클나요.
선녀는 하루에 홍시를 몇개를 먹어도 암탈이 없는데
나무꾼은 단 반개를 먹어도 탈이 난다나요...
그래서 선녀는 숨어서 먹어야 한대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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