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후닥닥 논으로 뛰쳐나가야 했다.
콤바인이 오후에 논에 들어올 수 있다고...
"아이고~ 주말에 비 온다카던데에~
언제 나락 말리냐고오~ 다음주에 하시더~~~ 예?"
그래도 할매하고 콤바인 쥔장 맘대로라... 우짤 수 있나 말씨...
털털거리면서 논으로 내려갔다.
지난 주말에 비가 와서 논이 질퍽일거 같아서 긴장화를 신고갔다.
아니나달러~ 할매는 논도랑으로 물이 안 빠진다고 물길을 내고 계셨고
도랑 막힌곳 뚫고 계셨다.
논일은 머 이런일이 좀 골치가 아푸지.
논을 자알 말려놓아도 비가 오면 말짱 파이고...
그래도 한짝만 물이 들어와 그런대로 봐줄만 했다.
할매는 이짝~
선녀는 저짝~
낫들고 한짝씩 맡아 좌악 베나가기 시작했다.
이젠 낫질에도 이력이 붙어 벼포기 서너개 대여섯개는 한번에 쥐고 베어나갈 수 있게 되었다.
머 그것도 요령이더라고...
네 귀퉁이는 콤바인 들어가고 돌릴 수 있게 많이 베어내야 했고
나머지는 한줄씩 베어내면 되었다.
큰베미 끝내고 작은베미 끝베미 논으로 차례차례 해나갔다.
햇살이 따갑다.
수건도 안쓰고 모자도 안 쓰고 나와서 눈도 따갑고 벼포기 잎이 자꾸 얼굴을 찔러
눈을 못 뜨겠다.
날이 좋아 제법 땀도 흐르고
한참 낫질하다가 더워 웃옷을 벗어버렸더이 팔에 닿는 까칠까칠 벼포기들... 으으..
도로 주워입어야했다. 에구~ 차라리 더운거이 낫지.
여기저기 메뚜기들이 뛴다.
대낮엔 메뚜기 잡기 힘들다.
동작이 꿈떠질 해거름에 잡아야 잘 잡힌다.
두놈이 붙어있는 놈들이 많다. 잡아서 떼어놓아봤더이
고새 도로 붙어버린다. 고놈들...
가을 논둑이 볼만하다.
세갱이풀이 결국 억새꽃을 피웠다.
그렇게 잡으려 애를 썼어도 인간보다 생명력이 한 수 위인 풀을 어찌 이기랴...
딴 논둑엔 없는 억새꽃이 울논둑에만 만발을 했다.
차마 이쁘다고 봐줄 수가 없겠드라...
그동안 날이 가물어 논바닥은 짝짝 갈라져있는데
그 바닥에도 자잘한 풀들이 자라올라오고 있드라.
어린 벼잎도 자라올라오고... 이제 곧 날 추워질텐데... 다 얼어죽을낀데...
추수를 마친 논마다 파랗다. 그 싹들때문에.
마치 씨앗을 뿌려놓은 것 처럼...
콤바인 소리가 마을 뒤쪽에서 난다.
저쪽 끝내고 내려올래나...
어여 부지런히 해야겠구나...
시간에 쫓겨 하는 건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오전 나절에 다 못하고 밥묵고 하자고 집으로 왔다.
이 일도 하다보면 참 힘들다고오...
콤바인도 밥묵고 하겄지비~
잠시 쉬고 거의 4시까정 했나?
콤바인이 내려오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이만~
마을 밖으로 나가버린다. 으미??? 머꼬????
저 너머에 있는 논부터 마저 하고 온단다.
흐응...
그럼 오늘 밤에 불켜놓고 하지는 않을끼고
천상 내일 해주꾸마...
잘되얐네~ 일 서둘러 하는건 적성에 안 맞는데...
벼농사가 그런대로 잘 되었단다.
모내기 끝나고 풀을 못 잡아 논꼬라지가 우스웠더랬는데...
온 여름내 피사리하느라 허리 분질러질뻔 했는데...
이웃 논 나락보다 더 좋다고 그런단다. 휴우... 안도의 한숨!!!
비가 한달 여 퍼붓다가 석달열흘 가물어버리는 바람에
밭작물은 어떤지 몰라도 나락엔 병충해없이 좋았다나...
올해는 깜부기도 없고 쭉정이도 없고 잎도 푸르고...
작황이 좋다한다.
농사 망쳤을까봐 봄에 맘 졸이던 것 생각하면 참말로...
논 삶을때 잘 못 삶아 논바닥이 고르지않아 논물 댈 때 군데군데 모들이 잠겨
물 속에서 다 삭아버리질 않나~ 그래서 급히 모머들기를 두고두고 몇번이고 해야 했었다.
나중엔 하다하다 지쳐서 에라~~ 덜 묵고 말지~ 하고 집어쳤다나~ ㅎㅎㅎ
내년엔 논을 잘 삶아달라고 신신당부해야지...
깔끼 가지고 울퉁불퉁 군데군데 섬이 생긴 논
써래질 하는거 참 힘들더라고오...
안 해도 되게끔 해달라고 청을 넣어야지.
내돈 주고 일 부탁하는데 왜 우리가 이렇게 저자세로 굽신거려야 하는지 내도 몰겠당~ 끙...
논도랑에 돌미나리가 한창이다.
요새 뜯어서 적 꾸먹으면 참 좋겠는데...
주말에 비 소식이 있다한다.
한번 오니 자꾸 올라카네...
가을비는 별로 안 반가운데...
무 배추 생각하면 비가 와야겠고~
나락 말리고 짚 걷을 생각하면 비가 오문 안 되겠고~ ㅋㅋㅋ
결국 콤바인은 해가 다 저물도록 안 나타났고
논 갓돌림은 끝났다.
아무리해도 주말에 비가 오면 나락 말릴 걱정에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할매... 결국엔 비 그친다음에 논 말려서 베자 하신다.
그려요~ 그려요~ 일 서둘러 하면 탈나요~
나락푸대 그거 누가 날를꺼요~
선녀 혼자 몬해요~~
나락도 한 며칠 잘 말라야 하는데...
잘 되얐어요~ 잘 생각하셨어요~ ㅎㅎㅎ
박수를 쳤다.
마을 들녘은 거진 비어갔다. 울 논하고 몇몇 논만 남고
다 베어넘긴 볏짚은 비가 온 덕분에 걷지 못 하고 논바닥에 누워있다.
부지런한 일손이 많은 집 논은 벌써 여기저기 짚가리를 쌓아놓았다.
그렇게 짚이 잠을 푸욱 잔 다음 실어가려고...
우리는 천천이 해야지.
일손없으니께...
슬슬~ 몸 알아서 하늘 사정 봐가면서 해야지.
그것이 신간 편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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