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암...
아시는지?
책에서... 만 알았더랬다.
머 알았다고 해도 안 것이 아닌거이 개암이 먼지를 당췌~
보지도 못했으이~ 안다고 할 수가 없었던거였다.
얼라들 교과서에 개암과 도깨비 이야기가 나오더라
연극을 한다하대?
딸내미가 쥔공이라 하대?
그래서 딸내미가 묻더라고...
개암이 머야? 먹어봤어? 그렇게 소리가 커? 맛은 어때?
멀뚱멀뚱~ 몰러... 본적도 먹어본적도 먹어본 사람 이야기도 들은 적 없으~
그런 열매가 울나라에 진짜루 있어? 이야기책에서나 있는거 아녀?
식물도감을 뒤지고 나무이야기 책을 뒤적거려서야
머 이런 열매가 있댜... 그런대 소리가 얼매나 큰지는 몰겠다.
그냥 상상혀라~~
그려서 딸내미는 상상력으로 연극을 해치워야했다.
그러니... 그 연극이 실감이나 나겠나 말씨...
그런지 얼마 후에 진짜! 개암나무 두 그루가 생겼다.
인연이 있어 아는 이가 불쑥 주고 간 거인데
개암나무~ 처음엔 별로 크게 생각 안했다.
그래도 좋게 좋게~ 양지바른 곳에 심어두었지. 그 열매를 무척 궁금해하면서...
몇년이 지나도 열매가 안 달리는겨... 잎만 무성한겨~~
겨울이면 앙상한 가지만 드러나는겨~
못 봐주겠어...
머 저런기 다 있노? 더 커야 하나?
몇년이나 더 커야 하노?
기다렸지비... 그러곤 까묵었지비...
올해... 나무가 엥가이 컸길래... 봄부터 관심을 두었지비...
책에서 본 대로 열매가 맺히는지 유심히 관찰씩이나 했더랬지.
이놈이 당췌~ 가지만 벌고 잎만 디따 크고 마는겨...
조롱조롱 무슨 희한한 것만 달려있고... 그건 개암이 아닐껀데... 만져보기만 했더랬지.
그래서 오며가며 째려보다가...
어제!
그 옆에 있는 단감나무 감을 땄더랬지.
장대갖고 딸내미랑 들통들고 가서 따다가
그 옆에 심어져 있는 개암나무 이야기를 했지비~
저놈은 올해도 안 달렸다~ 저놈을 우찌해야 할까?
단감을 다 따고 오는 길에
헛일 한다 셈잡고 개암이 달렸나 안 달렸나... 살펴보기로 했다.
이 먼일?
희한한 거이 나무에 달려있다? 이 머야?
도토리가 떨어져 나가버린 알둥지같은 거이 매달려있네?
혹?????????????????????????
나무밑을 샅샅이 뒤졌다.
히야... 이거이 개암이냐? 왜 그동안 몰랐지?
그동안 달려있었을껀데...
왜 못 봤지? 워낙 잎이 크고 무성해서 가려져서 그랬나?
히야~ 이야~
딸내미랑 정신없이 줏었다.
도토리를 닮기도 했고 알밤을 닮기도 했고...
딱 중간 모습이다.
이거 얼마나 소리가 큰지 울 시험해보자~ ㅋㅋㅋ
쓱쓱 손을 닦아 깨물어봤다...
아이고오~~ 이빨이야.... 이빨 잡는닷!
하이고 아파라...
이거 대단하네...
이야기책에서처럼 도깨비가 놀랄만하네...
딱!!! 소리가 장난이 아이다.
또 이빨 아픈 것도 장난이 아이다...
집에 부랴부랴 갖고 와서리~
툇마루에 앉아 서로 깨무느라 야단났다.
어디 먹어보자 말다.. 얼매나 맛있나~
이거 준 사람이 맛있다고 했단 말다~~
첫맛은 덤덤.. 호두맛이네?
뒷맛.... 고소! 하다. 느끼할 정도로 고소하다.
햐... 그 맛 한번 참 독특하고 특별하네...
호두보다는 맛이 꽤 괜찮네..
딸내미랑 둘이 머리맞대고 앉아서 열심히 깨물었다.
덕분에 이빨이 얼얼하다.
첫눈에 탁 보면 도토리같기도 하고~
자세히 보면 쪼꼬만 알밤 같기도 한~ 이 개암열매가
울 모녀 이빨 다 잡을뻔 했다.
한참 부지런히 깨묵으면서 이 나무를 준 사람 맘을 생각했다.
인연이란 거이 무언지도 생각을 했다.
이해와 오해가 더불어 일어난 일련의 사건도 되새김질해봤다.
그러나 손바닥은 마주쳐야 소리가 나지...
사필귀정이겠지. 다아 내탓이겠지.
덕분에 울집 가을과 겨우내내 군입다실거리가 생겼다.
이 개암 깨물면서 한번 이상은 그 사람을 생각하게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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