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참 떠돌다가 왔다.
이렇게 아침에... 아침을 걷는 일...
참 좋다.
그저 좋다는 말밖엔... 달리 표현할 길이 없는 이 맴을 어쩔꺼나...
얼라들 학교가는 길에 쪼차다닌지 제법 된다.
워낙 걷는 걸 좋아하는 지라 어데든 걷기만 하면 좋다.
들녘에 콤바인 소리가 마구 난다.
본격적인 추수철이다.
여기저기 베어넘긴 논들이 횡~ 하니 드러나있다.
새벽이슬에 젖어 볏짚들이 늘어져 있다.
저 볏짚들 걷어 묶는 일도 제법 솔찮은데...
우리도 차나락 논에 갓돌림을 해놓았으니 곧 해줄꺼야.
농기계를 다 갖추지 못했으니 넘 해주는대로 처분만 기다릴 수밖에...
나락을 서둘러 베려는 이유중 하나가 나락 널 마당이 변변찮기 때문이다.
논옆 널찍한 길에 말리면 참 좋은데...
그래 서둘렀는데 콤바인 차례가 제때 안 오니 어쩔 수 없다.
우리가 탐을 냈었던 그 자리에는 오늘 보이...
삼거리 아지매가 부지런히 벼를 널고 있드라...
아차! 싶지만 우야노...
얼라들 학교차 타는 것도 보지 않고 냇길로 접어든다.
요새 뚝방길이 훤하다. 예취기로 풀을 다 베어넘겨서 그렇다.
달맞이꽃과 억새가 참 보기 좋았더랬는데...
또 이름모를 꽃들도...
인간들이 억지로 심은 잔디만이 살아남아있다.
냇물이 좀 줄어들었다.
재두루미가 먹이사냥하노라 가만이... 서있다.
전에 보이던 시끄러운 거위는 제집에 조용히 들앉아있나보다.
산위에 솟아오른 아침햇살에 냇물이 반짝인다.
햇살을 그대로 온몸에 받고 걸어간다.
공갈다리까지 걷다가 산길로 다시 접어든다.
언제고 다리지나 둑길 끝까지 한번 걸어봐야지.
어데까지 걸을 수 있는지.
한참 콩 꺾어 묶느라 분주한 모습들 보인다.
요새 꺾는 콩은 메주콩이다.
검정콩은 서리내려야 꺾는다.
메주콩은 서리해먹을 수 있는 콩인데 아무도 거들떠도 안 본다.
예전 우리 어렸을때같으면 참 맛있게 궈먹었을텐데...
다 옛일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눈에 띈 넘...
밤송이에 들앉아있는 보얀~ 밤이다. 알밤!!!
우와.... 탄성을 지르며 쪼차가 발로 헤집어 까본다.
이야~~ 이뿌다. 참 이뻐...
그리 크지 않고 작지만 알토란같이 이뿌다.
눈을 돌려 여기저기 보이.. 히야.... 여기 밤밭이구나..
도토리만 많은줄 알았는데~ 밤도 있었네???
한두개가 떨어져있는 거이 아녀.. 많다 많어~
오늘 횡재했다!!!
그대로 퍼질러 앉아 막대기 하나 들고 풀섶을 헤집어가며 줍는다.
누가 작정하고 줏어가는 가보다. 헤집어놓은 흔적이 보인다.
동네 할매 할배들이 도토리줍느라 댕겨가셨나~~
그래도 요거 조금은 나도 줏어가자구~~
한참을 옹종거리며 밤을 줏었다.
주머니에 넣으니 금새 불룩하다.
웃주머니 바지주머니~ 그득그득~ 주워 넣었다.
입이 슬쩍 벌어져있었나보다. 나중에사 알아차렸다. ㅎㅎㅎ
길따라 한참을 줏은다음 가던 길 마저 갔다.
이렇게 산길을 걷다보면 뜻하지아니한 횡재를 만날 수가 있다.
다람쥐들 겨울양식 거두는 모습도 종종 보고..
스르르~~ 스쳐지나가는 비얌보고 기절도 한번 해보고~ ㅋㅋㅋ
산비둘기들 또 어쩌다 드물게 장끼가 바로 발 앞에서
푸다닥~~ 튀어오르는 모습도 보고...
산 비탈위에 놀갱이 슬쩍 뛰는 모습 우연찮게 보기도 하고...
운 좋으면 산토끼도 볼 수 있다.
족제비는 워낙 빨라 지나간 다음에사 응~ 족제비였구나~~ 하고...
가끔가다 딱다구리 따다다닥~ 나무쪼는 소리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들 왔다리갔다리 헤집어가며
산길을 걷다가... 마을 안으로 들어온다.
아침...
이렇게 걸으며 시작하면...
하루가 잘 간다.
오늘 주은 알밤!!!
이따 얼라들 오면 군밤 해무야지...
아궁이 불때고 나온 숯들 화로에 담아내서...
요놈들이 재미들려서 자꾸 해묵자고 하드라구~~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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